"엄마 나 손 씻었어?" 수십번 묻는 아이, 오은영의 '충격' 처방

김종성 입력 2020. 8. 8. 12:39 수정 2020. 8. 11.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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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리뷰]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 직업을 가진 '금쪽이'의 등장

[김종성 기자]

이번 주 '금쪽이'는 모델 활동을 하고 있는 9살 여자아이였다.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가 방송된 이래 처음으로 직업을 가진 금쪽이의 등장이었다. 밝고 쾌활한 성격의 금쪽이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잘 어울렸다. 붙임성도 좋았다. 촬영장에서 누구보다 즐거워했다. 연예인의 재질을 타고 났다고 할까. 엄마와 아빠는 그런 금쪽이를 자랑스러워했다. 그런데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엄마는 금쪽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지 감정 기복이 심하고 짜증을 자주 낸다며 걱정했다. 9살에게도 스트레스가 있을까? 당연히 있다. 인간은 언제나 외부 자극을 통해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다. 사실 스트레스 그 자체는 나쁘다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잘 극복하면 성장의 동력이 되기도 하니 말이다. 오은영 멘토는 "스트레스가 없는 삶은 죽은 삶"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 채널A
 
"엄마 나 손 씻었어? 자꾸만 안 씻은 것 같단 말이야.(울음)"

그렇다면 금쪽이는 어떤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까. 엄마는 금쪽이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며 짜증을 내고, 심지어 본인이 손을 씻은 것도 잊어버린다고 했다. 어느 정도냐 하면 자신이 양치질 하는 영상을 찍고 있을 정도였다. 금쪽이는 매번 엄마에게 질문하며 확인을 했는데, 매일같이 반복되는 똑같은 상황에 엄마는 상당히 지쳐 있었다. 엄마는 '소아 건망증'을 의심했다. 

허나 오은영 멘토는 소아 건망증이 아닌 다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는 MC들에게 언제 손을 씻었는지 기억하는지 물었다. 정확히 기억하는 사람은 없었다. 어쩌면 당연했다. 코로나 19 때문에 손닦기가 중요한 건 맞지만, 사실 평상시에는 굳이 기억할 필요가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금쪽이는 손 닦는 걸 기억하려고 굉장히 애쓰고 있었다. 분명 이상한 포인트였다. 

금쪽이의 일상을 들여다볼 차례였다. 금쪽이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엄마를 호출했다. 자신이 손을 씻었는지, 양치질을 했는지 끊임없이 묻고 확인했다. 혼자 공부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유가 있을 때도 있었지만, 이유 없이 부르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금쪽이 앞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지쳐 있었던 것이다. 이해는 갔지만,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 채널A
 
피아노 학원에 간 금쪽이는 곧잘 연습을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내 집중력을 잃어버렸다. 건반에 뭐가 묻은 것 같다며 물티슈로 깨끗이 닦는 등 겉으로 보기에 몰입하지 못하는 산만한 아이처럼 보였다. 유별난 행동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금쪽이는 과자를 먹을 때도 부스러기가 손에 묻는 게 싫어 위생 장갑을 착용했다. 분명 소아 건망증은 아니었다. 도대체 금쪽이는 왜 이러는 걸까. 
한편, 금쪽이는 잠을 잘 자지 못했다. 창문을 통해 누군가 들어올 것 같다며 두려워했다. 밧줄을 타고 침입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안방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자야 불안하지 않다며 엄마, 아빠와 실랑이를 벌였다. 금쪽이는 계속해서 안방 문이 열려 있는지 확인했고, 혼자 책상에 앉아 놀이를 하며 불안감을 달랬다. 새벽 3시가 되어서야 겨우 잠을 이룰 수 있었다.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 채널A
 
"금쪽이는 소아 강박입니다. 강박은 본인이 정말 원해서 하는 게 아니에요. 원하지 않는 생각이 떠오르는 건데요. 물을 잘 머금는 습자지에 물이 스며들듯이 의심이 스며들어요. 침습을 해요.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알지만 침습되는 의심 때문에 견딜 수가 없는 거예요. 이걸 중화하는 강박 행동을 해야 하는 거죠."

오은영 멘토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건망증이 아니라 강박이라니, 부모도 놀란 듯했다. 그리 생각해 본적은 없었을 테니 말이다. 설명을 들었기 때문일까. 금쪽이의 강박적인 행동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낯선 이의 침입이 두려운 건 통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고, 손을 씻는 것도 강박적으로 기억하려는 경향이었다. 동생이 슬라임을 묻히는 것에 신경질적인 분노를 보이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금쪽이는 통제에 대한 강박이 있는 아이였다. 본인이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기면 통제의 틀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그 강박의 정체는 불안이었다.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동안 금쪽이는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불안을 줄이기 위한 행위로 고통받았고, 그래서 일상을 놓쳐버렸다. 오은영 멘토의 말처럼 강박은 마음의 감옥이었다. 금쪽이를 빨리 구출해야 했다.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 채널A
 
"난 기억이 안 나서 엄마한테 봐달라는 건데, 계속 엄마가 봐줄 수는 없으니까 그래서... 제가 생각했을 때 엄마 마음이 약간 답답할 것 같아요."

오은영 멘토는 한걸음 더 나아가 엄마 역시 통제의 틀이 강하다는 걸 짚어냈다. 엄마의 강박적 성향이 금쪽이에게 영향을 줬을 거라는 지적이었다. 실제로 엄마도 손을 굉장히 자주 씻는 등 강박적 행동을 보였다. 또, 금쪽이에게 문제의 처리 방식을 가르쳐주지 않고, 애초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통제하는 법을 가르쳐 왔다. 금쪽이의 불안을 정서적 대화로 완화시키기보다 인지적으로 대한다는 점도 문제였다. 

결국 불안을 이기는 무기라고 할 수 있는 '자기 신뢰감'을 키워주지 못했고, 금쪽이는 그 불안의 무게에 짓눌려 가엾은 삶을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오은영 멘토는 '돈 워리' 맘이 되어주라고 조언했다. 구체적으로 부정적인 기운을 주는 한숨을 그만 쉬고, "그럴 수 있어"라고 공감해 주라고 했다. 특히 금쪽이가 불안해 할 때마다 인정하고 공감하는 정서적인 대화를 많이 하라는 금쪽 처방도 덧붙였다.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 채널A
 
한편, 오은영 멘토는 엄마를 따로 만나 1: 1 상담을 진행했다. 금쪽이에게 영향을 준 엄마의 불안을 마주해야 악순환을 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부모님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했던 게 상처로 남았던 모양이었다. 처음으로 내면의 아이를 마주한 것이다. 또, 주체적인 엄마와 희생적인 엄마, 두 가지 상 사이에서 복잡한 마음을 느끼고 있기도 했다. 

금쪽이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다. 엄마는 한숨 대신 뽀뽀를 했고, 그럴 때마다 금쪽이는 자기 신뢰감을 키워나갔다. 또, 엄마와의 정서적 교감을 통해 불안을 극복해 나갔다. 아빠와의 놀이를 하는 즐거운 시간도 금쪽이의 마음을 충만케 했다. 무엇보다 마음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은 금쪽이는 슬라임을 가지고 놀며 "이 느낌 좋을 걸 왜 무서워했을까"라며 활짝 웃었다. 스스로 마음의 감옥을 깨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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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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