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꽃' 이준기는 정말 문채원을 사랑하지 않을까?[TV와치]

서유나 2020. 8. 7.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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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서유나 기자]

이준기는 정말 문채원을 사랑하는 않는 걸까?

tvN 수목드라마 '악의 꽃'에서 백희성(도현수 역, 이준기 분)은 아내 차지원(문채원 분)을 '보이는 것만 믿는 참 쉬운 사람', '아버지가 무서워 하기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14년을 함께 한 아내를 뜻하기엔 너무도 매정한 표현들. 그 속에선 좀처럼 사랑을 읽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번 4회에서는 백희성이 차지원을 사랑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어렴풋한 짐작을 하게 해주는 장면들이 다소 보여졌다.

시작은 과거 두 사람이 첫 데이트를 하던 순간. 갑자기 내리는 비에 처마 끝으로 몸을 피한 차지원은 "첫 데이트가 이게 뭐야"라고 투덜거렸다. 이에 백희성은 "나 너한테 관심 없어"라며 데이트 자체를 부정했지만 차지원은 "치킨집 사장님이 그러더라. 나만 지나가면 오빠가 그렇게 쳐다본다고. 오학년 짜리 선우가 쭈쭈바 사면서 그러더라. 공방 형이랑 사귀냐고. 혹시 말인데 너만 모르는 거 아니냐, 나 좋아하는 거"라고 질문했다. 백희성은 이 말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못했다.

이어 백희성은 가위바위보를 해 30초씩 비를 맞자는 차지원의 유치한 장난에도 응했다. 백희성은 차가운 빗속에 내몰리고도 장난기 가득한 차지원의 웃음에 눈을 떼지 못했고 어느새 본인 얼굴에도 자연스러운 미소를 띠었다. 그렇게 어떤 의도도 없이 미소를 따라 지은 순간 백희성은 자신을 쫓지 않고 사라져 버리는 아버지의 환영을 목격했다.

다시 현재, 백희성은 남순길(이규복 분) 살인 사건의 진범을 추적하는 중 차지원에게 정체를 들킬 일촉즉발의 상황에 놓였다. 백희성은 차지원이 최대한 다치지 않는 선에서 도망치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그 과정에서 차지원 위로 공구함이 떨어지자 몸을 날려 대신 맞기도 했다.

이런 백희성의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그가 정말 차지원을 사랑하지 않는 건지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그의 결혼생활은 정말 도현수라는 과거에서 도망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할까? 그가 이렇게나 간절히 지키고 싶어 하는 건 자기 자신의 안위 뿐일까?

백희성의 어린 시절은 폭력으로 물들어 있었다. 환영으로 보일 만큼 끔찍했던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 마을 사람들이 백희성을 두고 벌인 굿판에 대한 암시, 김무진(서현우 분)을 포함한 동급생들의 폭력. 가정, 이웃, 학교 어느 곳에서도 보호받지 못한 백희성에게 사랑은 참 낯선 감정일 수밖에 없었다. 그 누구도 감정이 백지 상태인 백희성에게 사랑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백희성은 차지원과 함께 하며 행복하게 웃는 법을 배웠고 다정한 남편, 자상한 아빠 역할을 배웠다. 전부 자신을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차지원 덕이었다. 백희성은 행복해 보이고 싶을 때, 상대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보여주고 싶을 때 그저 차지원을 따라 웃으면 됐다.

백희성에게 이런 차지원의 의미는 단순하면서도 복잡했다. 온갖 트라우마에 갇혀 늘 긴장 가득한 삶을 사는 백희성에게 찾아온 안정의 존재. 쉬워 보일 만큼 무슨 일이 있어도 믿어주고 사랑해 주고 한없이 아껴주는 사람.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 수 있을 거 같다는 희망을 주는 안식처.

늘 자신을 쫓는 아버지가 차지원과 함께 일 때면 가까이 오지 못한다는 말도 이 의미들의 연장선일지 몰랐다. 차지원은 트라우마 그 자체를 의미하는 아버지의 환영으로부터 백희성을 지켜주는 구원자이기도 했다.

이렇게 보면 "너만 모르는 거 아니야?"라는 차지원의 말은 정말 정답 같다. 처음엔 자신을 좋아해 주는 사람에 대한 호기심, 그 다음엔 안전한 신분 세탁을 위한 이용. 하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고 몸을 내맡긴 백희성은 14년 후 그 사랑에 온몸이 흠뻑 젖어버렸다. 이게 사랑이 아니면 도대체 뭐가 사랑일까?

하지만 분명한 건 백희성이 차지원과의 관계에서 좀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묻어뒀던 자신의 과거를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가면을 벗은 민낯의 그는 차지원에게 어떤 남편으로 남을 수 있을까. 그가 트라우마로 얼룩진 자신의 과거를 마주함과 동시에 차지원을 향한 진정한 사랑을 깨달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tvN '악의 꽃' 캡처)

뉴스엔 서유나 stranger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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