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 토크쇼 하락장에 나홀로 상승하는 비결

아이즈 ize 글 최영균(칼럼니스트) 입력 2020. 8. 4. 10:33 수정 2020. 8. 4.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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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글 최영균(칼럼니스트)


토크쇼는 힘들다.


한때 스타 속 얘기를 들을 수 있는 재미로 각광 받았지만 2010년대 들어 관찰 요리 육아 예능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점차 주류에서 밀려났다. 스타의 개인 생활을 (연출이 개입되기는 하지만) 직접 들여 다 볼 수 있는 관찰 예능에 비해 출연작 홍보나 이미지 관리용 겉핥기 개인사만 털어놓는 토크쇼에 시청자들은 갈수록 시큰둥해졌다.


지난해 SBS는 배우 이동욱을 내세워 정통 토크쇼에 가까운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를 선보였지만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KBS의 간판 예능이었던 ‘안녕하세요’도 일반인 대상으로 토크쇼의 새 바람을 일으키며 장수했지만 결국 지난해 431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MBC 대표 인기 예능인 토크쇼 ‘라디오스타’도 방송은 계속되고 있지만 3~4%대를 오가는 요즘 시청률로만 따지면 오랜 하락세에 갇혀 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지상파와 비지상파 주요 채널을 통틀어 ‘미스터트롯’ 입상자 출연 같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토크쇼의 침체는 전반적으로 반전의 계기를 맞지 못하고 있다.


이 와중에 홀로 우상향 기세를 자랑하는 예외가 하나 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이하 ‘유퀴즈’)이다. 지난달 들어 시청률 상승세에 돌입하더니 29일 방송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 3.5%를 기록했다.


시청률 절대치는 높지 않다. 하지만 동시간대 시청률 깡패인 ‘미스터트롯’ 출신들의 TV조선 ‘뽕숭아학당’, 트로트 레전드들의 SBS ‘트롯신이 떴다’ 등 트로트 열풍과 경쟁하면서 일궈낸 상승세라 평가에 가산점이 필요하다.


‘유퀴즈’는 이번이 시즌3이다. 시즌 1, 2는 거리에서 섭외 없이 마주친 일반인들과 소박하지만 진솔한 삶의 대화를 나누는 토크쇼였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 여파로 올해 시즌3는 무작위 시민 대상 야외 촬영이 불가능해 토크 대상을 섭외해 실내에서 진행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섭외로 바뀌면서 매회 주제에 따른 전문가들이 많이 출연하고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가 됐다. 이전 포맷에는 훈훈하고 따뜻한 이웃들의 이야기가 있던 터라 바뀐 이번 시즌 분위기에 아쉬움을 드러내는 시청자들도 있다.


하지만 이번 시즌도 나름의 장점이 있다. 섭외가 가능하다 보니 좋은 서사를 가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채울 수 있게 됐다. 이런 게스트를 여럿 섭외할 수 있게 되자 각 인물별 에피소드를 군더더기 없고 임팩트 있게 이어가고 있는데 이런 변화가 시청률 상승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 보인다.


‘유퀴즈’ 팀은 이미 준비된 적임자들로 이런 변화를 기다려 온 듯한 느낌이다. 우선 MC가 최적화돼 있다. 이런 포맷 예능에 유재석 외 다른 MC는 잘 안 떠오른다. 안정되고 편안한 진행 차원 정도가 아니라 다른 진행자가 같지 못한 독보적인 차별성을 갖고 있다.


유재석은 진행과 섭외 모든 면에서 전문가 대상 예능에 최적화돼 있어 보인다. 진행에 있어서는 게스트들이 자신의 전문 분야에 대해 흥을 느끼며 토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지식 맞장구가 가능하다.


유재석은 전문가 수준은 아니더라도 토크 해당 분야 기초 지식을 진행에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갖춘 듯 보인다. 그런 유재석의 질문과 동의, 그리고 대화의 추임새는 전문가의 토크를 적극적이고 풍성하게 이끈다.


이는 유재석이 단순히 전문가의 이야기에 아는 듯한 반응을 보여서가 아니다. 평소 책과 신문을 챙겨보고, 지적으로 보이려고 애쓰지 않으면서도 상식이 상당한 모습을 방송을 통해서 많이 보여줘 왔기에 이에 대해 쌓인 대중들의 신뢰가 출연자에게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유재석의 올바름 성실함 철두철미함의 바른생활 이미지도 ‘유퀴즈’의 재미를 높이는데 작용한다. 유재석은 토크에서 개인과 사회의 불행이나 비극을 진지하게 얘기하다가도 자연스럽게 우스개로 전환할 수 있는 드문 진행자다.

진행을 잘 해서이기도 하지만 유재석의 진정성 있는 모습에 대중들이 갖게 된 호감과 믿음이 예민한 불편러들을 자제시키기 때문이다. 대중들은 유재석이 숙연함과 흥겨움의 경계를 원활히 넘나들도록 좀 더 후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는데 이는 ‘유퀴즈’가 토크쇼이자 예능 프로그램으로 감동과 웃음 모두를 최대한 챙길 수 있게 만든다.



섭외에도 유재석은 은근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63회 ‘제헌절 특집’에서 재심 전문으로 유명한 박준영 변호사는 ”예능 안 하려고 했는데 아내가 ‘MC가 유재석이면 무조건 해라’해서 출연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 외에 법조인 의사 사업가 등 여러 전문가 게스트들이 유재석의 진행이 출연 결정에 끼친 영향을 언급한 바 있다. 토크쇼에서 가장 중요한 섭외에 있어 진행자 유재석에 대한 신뢰는 좋은 서사를 갖춘 토크 대상들을 좀 더 많이 출연시킬 수 있는 ‘유퀴즈’의 힘일 듯하다.


섭외와 관련해서는 제작진의 능력과 노력도 느껴진다. 섭외 대상을 선정하고 그에 맞는 토크를 구성하는 것은 결국 작가와 PD, 제작진이다. ‘유퀴즈’는 흥미로운 스토리를 잘 갖춘 토크 대상 섭외를 회당 여러 명이 필요한 포맷인데도 거침없이 해내고 있다.


이로 인해 길지 않고 밀도 높은 토크가 연속해 방송 시간을 채우는 것도 ‘유퀴즈’가 요즘 좋은 반응을 얻는 이유로 볼 수 있다. 대상 선정을 위한 한없는 고민과 출연 설득을 위한 지난한 노력의 결과일 것이다.


끝으로 조세호도 빼놓을 수 없다. 조세호는 지루하거나 무거워질 수 있는 토크의 발걸음을 가볍게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유재석의 구박을 받아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전문가들에게 엉뚱하거나 유치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지면서 재미를 토크 곳곳에 뿌리고 있다.


‘유퀴즈’는 토크쇼로 물이 한껏 오른 느낌이다. 관찰 요리 육아 예능으로 쏠림 현상이 심한 현 방송가에서 시청자의 선택권 다양화를 위해서라도 ‘유퀴즈’가 토크쇼의 새로운 성공 사례로 더 굳건히 자리잡기를 바란다. 


최영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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