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동물농장'이 택한 재미에 장애견은 두번 울었다 [TV와치]

서지현 2020. 8. 3.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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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서지현 기자]

'인간과 동물의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을 추구한다'는 'TV 동물농장'이 장애견을 울리고 견주를 울렸다. 그들의 안일한 장애견 희화화 논란이 애견인들을 비롯해 시청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8월 2일 방송된 SBS 'TV 동물농장'에서는 4년째 의문의 이유로 뒷다리를 절게 된 진돗개 호돌이 사연이 공개됐다.

생후 약 1년째 되던 해 갑자기 뒷다리를 절기 시작했다는 호돌이는 발톱이 빠지고 뒷다리에 생채기가 가득함은 물론, 혼자서 배변활동이 어려울 정도로 고통을 겪고 있었다. 이에 견주는 직접 만든 신발을 신기거나 매일 마사지를 해주고 함께 산책을 다니며 지극정성으로 호돌이를 보살폈다.

견주는 일각의 냉철한 시선으로부터 호돌이를 지켰다. 심지어 안락사를 시키라는 잔인한 말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견주가 휠체어를 태우지 않는 이유는 "정말 앞으로 영원히 걷지 못할까 봐"였다. 호돌이를 향한 견주의 사랑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동물병원을 찾은 호돌이에게도 절망은 계속됐다. MRI, CT, 엑스레이에서도 특별한 이상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 소견. 이에 대해 수의사는 "큰 신경계나 조직의 이상이라기 보단 말초신경계 이상으로 추측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견주는 포기하지 않았다. 호돌이를 위해 보조장비를 제작했고 끝없는 노력 끝에 호돌이는 조금씩 걷기 시작했다. 호돌이와 함께 바닷가 모래사장을 뛰어다니는 것이 꿈이라는 견주. 그 꿈에 한 발짝 다가워지는 모습에 MC들은 물론, 시청자들도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제작진이 문제였다. 이토록 감동적이고 훈훈한 사연을 가진 호돌이를 '꾀병견'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앞서 본 방송이 공개되기 전 'TV 동물농장' 유튜브 채널 '애니멀봐'에서는 호돌이 모습이 담긴 예고편이 공개됐다. 이 가운데 '뒷다리 파업'이라는 자막과 함께 동물행동교정 전문가 이찬종 소장이 등장, "일어나 걷습니다"라는 자막이 등장하자 호돌이는 "저 문제견 아닌데요"라며 한 두 걸음씩 떼기 시작했다.

이에 일부 누리꾼들은 호돌이가 견주 관심을 얻기 위해 4년간 꾀병을 부린 것으로 오인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실상은 달랐다. 호돌이는 4년간 꾸준한 견주 노력으로 가까스로 한 두 걸음 보행이 가능할 뿐, 여전히 뒷다리를 사용하지 못했고 해당 에피소드에 이찬종 소장은 등장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애니멀봐' 측은 '앉은 강아지도 일으키는 갓찬종'이라는 해시태그를 사용하거나 '뒷다리 파업' '일어나 걷습니다' '저 문제견 아닌데요' 등 편집을 사용해 누리꾼들이 충분히 오인할 상황을 제공했다.

이후 '애니멀봐' 측은 호돌이 예고편을 삭제, 본방송 클립 영상과 함께 댓글을 통해 "이번 영상 예고의 마지막 부분을 본방송 내용과 다르게 편집하여 여러분들을 불편하게 해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사과 댓글마저도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그야말로 장애견을, 견주를 두 번 울리는 잔인함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방송에서 견주는 4년간 일부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호돌이 곁을 지키며 지극정성으로 보살펴온 인물이다. 과연 내가 사랑하는 반려견이 '꾀병견' '연기 천재견' 등의 수식어로 유머 소재가 된 것을 알았을 때 배신감은 어떠했을까.

이는 단순히 호돌이 가족을 향한 상처뿐만이 아니다. 호돌이 사연이 방송된 뒤 비슷한 장애를 가진 반려동물을 보살피고 있는 가족들 역시 분통을 터뜨렸다.

사람의 장애만 웃음거리로 삼으면 안 되는 것이 아니다. 동물 역시 마찬가지다. 하물며 이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는 이가 있을 때 그 행동은 더 더욱 실례가 된다.

'동물을 이해한다'는 'TV 동물농장'의 안일한 행동이 호돌이는 물론, 견주와 또 다른 반려동물인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안겨줬는지 스스로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유튜브 채널 'SBS TV동물농장X애니멀봐')

뉴스엔 서지현 sjay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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