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만하니? 향수 뿌리지마, 후유증이..n년전 노래의 소환 [SE★이슈]

추승현 기자 2020. 7. 30.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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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년 전 노래 소환 유행..제2의 비 '깡' 찾는 밈 현상
/사진=제국의 아이들 광희가 29일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후유증’ 열품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서울경제] “요즘 많은 분들이 난리예요. 이상해요. 옛날에는 안 봐줬는데 지금 9명이 같이 활동해 달라고 하더라고요.”

9인조 그룹 제국의 아이들 출신 광희가 29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8년 전 발표한 곡 ‘후유증’이 최근 역주행하는 것에 대해 한 말이다. 광희는 반짝 인기에 그칠 것이라고 농담조로 말하긴 했지만, 제국의 아이들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것은 분명하다.

광희를 비롯해 지금은 각 분야에서 활약 중인 임시완, 박형식, 김동준 등이 속한 제국의 아이들은 2010년 데뷔한 이후 팀 활동 성적은 좋지 않았다. 그러나 수년이 지난 지금, ‘마젤토브(Mazeltov)’ ‘후유증’ 등으로 재조명 받고 있다. 활동 영상에는 “후유증도 ‘깡’처럼 역주행 할 것 같다. 제목 그대로 이거 보면 후유증 장난 아님” “흩어지면 살고 뭉치면 죽는 그룹” “1일 1후유증” 등의 댓글이 달려 웃음을 안긴다.

이는 ‘밈(Meme) 현상’으로, 특정 콘텐츠를 대중이 따라 하고 놀이로 즐기는 온라인 문화다. 많은 네티즌은 당시 활동 영상을 찾아 댓글을 달기도 하고, 직접 춤을 따라하며 즐기고 있다. 유튜브를 시작으로 각종 SNS 등에서 화제 되면서 가수와 곡을 재평가하기도 한다.

네티즌들만의 놀잇거리가 아니다. 당사자인 멤버들까지 직접 이를 언급하며 즐기고, 방송에서도 회자되기도 한다. 멤버 임시완, 김동준, 하민우 등은 유튜브를 통해 자신들의 영상에 달린 댓글을 읽고 소감을 전했다. 김동준은 고정 출연 중인 KBS2 ‘맛남의 광장’에서 ‘후유증’ 라이브를 요청받고 무대를 재연하기도 했다.

/사진=유키스 수현(위), 틴탑 니엘이 유튜브 ‘문명특급’에 출연해 ‘숨듣명’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런 ‘밈 현상’은 SBS 유튜브 채널 ‘스브스 뉴스-문명특급’(이하 ‘문명특급’)의 ‘숨듣명(숨어 듣는 명곡)’ 특집에서 추억의 곡들을 되짚어 보면서 본격화됐다. 현재 신드롬급 인기를 끌고 있는 비의 ‘깡’과 유키스 ‘만만하니’(2009), ‘시끄러’(2010), 틴탑 ‘향수 뿌리지 마’(2011), ‘미치겠어’(2012) 등 역시 ‘문명특급’에서 ‘숨듣명’으로 꼽혔다. 그땐 몰랐지만 지금 들으면 어딘가 유치한 가사 때문에 당당하게 들을 수 없지만, 중독성 있는 멜로디 때문에 빠져들게 된다는 것이 이유다.

특히 틴탑의 니엘, 유키스 수현 등은 직접 ‘문명특급’에 출연해 곡의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틴탑, 유키스를 몰랐던 대중들까지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이들은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별다른 활동이 없었던 수현은 방송 출연 이후 제26회 드림콘서트 CONNECT:D 레드카펫 MC를 맡았고, 보통 가수들이 신보 발매 기념으로 하는 인터뷰도 진행했다. 아울러 ‘수현OPPA’라는 별명도 생겨났고, 함께 출연하지 않았던 멤버 알렉산더는 뜬금없이 “여우 같은 Girl”이라는 유행어를 얻게 됐다. 이들은 이런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며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과거 영상 찾아보기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5년 전 그룹 2PM 준호의 ‘우리집’ 직캠도 화제된 바 있다. 당시에는 짧은 활동으로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직캠이 관심받으면서 준호는 치명적인 춤사위로 ‘어른 섹시’ 대명사로 떠올랐다. 이에 네티즌들뿐만 아니라 비투비 서은광, 아스트로 산하 문빈, SF9 영빈, 원어스, 베리베리 등이 커버 및 챌린지에 동참했다.

‘밈 현상’의 가장 큰 수혜자는 가수 겸 배우 비다. 앞서 비는 3년 전 노래 ‘깡’으로 다시 주목을 받으며 전천후 활약을 하고 있다. 조롱성 댓글이 기반이 돼 유머로 소비되기 시작했지만, 당사자 또한 즐겁게 받아들이면서 ‘1일 1깡’이라는 이름의 놀이로 승화됐다. 챌린지는 물론이고, 힙합 레이블 하이어뮤직(H1GHR MUSIC)의 박재범, 김하온, pH-1, 식케이가 힙합 버전으로 리믹스 곡을 발표해 음원 차트 1위를 석권했다. ‘깡’ 밈 현상과 맞물리면서 비는 MBC ‘놀면 뭐하니?’ 혼성그룹 싹쓰리 프로젝트까지 참여하게 됐고, 현재는 또 다른 신드롬을 낳고 있는 중이다.

‘밈 현상’은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시대로 접어들면서 생긴 온라인 문화 확장 효과로 관측된다. 실내 활동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갈증이 발생했고, 수년 전 콘텐츠까지 뻗게 됐다. 또 어떤 가수들이 ‘밈 현상’의 수혜자가 될지, 과연 파급 효과는 어디까지 미칠지 가요계 안팎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추승현기자 chus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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