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현실이 된 '바퀴 달린 집' 김희원의 작은 바람

김상화 입력 2020. 7. 24.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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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리뷰] tvN <바퀴 달린 집> 김희원의 순수함이 선사하는 재미와 힐링

[오마이뉴스 김상화 기자]

 지난 23일 방영된 tvN '바퀴 달린 집'의 주요 장면
ⓒ CJ ENM
 
처음 tvN <바퀴 달린 집>의 방영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만 해도 그저 흔하디 흔한 여행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다. 그간 < 1박2일 >, <삼세세끼>부터 최근의 <캠핑클럽>에 이르는 야외 예능에 익숙한 이들이라면 '그냥 연예인들 나와 하룻밤 자겠거니'라고 짐작했을 듯하다. 

처음엔 항상 유머 넘치는 성동일이 웃음을 담당하고 예능과는 거리가 있는 배우 여진구, 김희원이 그를 뒷받침해줄 것이라 여겼다. 그런데 방영 회차가 늘어날 수록 의외의 장면과 상황들이 펼쳐져 소소한 재미를 안겨주고 있다. 

그 중심에는 배우 김희원이 큰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무한도전>, < SNL 코리아 >, <런닝맨> 등에 초대손님으로 등장해 의외의 웃음을 선사한 경력이 있긴 하지만, 여전히 그를 예능에 적합한 인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이는 각종 영화와 드라마 속 강한 이미지, 악역으로 대표되는 배우 김희원에 대한 고정관념이 한 몫을 한다.

벌써 10년이나 흘렀지만, 영화 <아저씨>에 나왔던 "이거 방탄유리야!"라는 대사는 아직도 김희원을 대표하는 상징처럼 따라다닌다. 김희원은 <신의 한 수 : 귀수편>, <판소리복서>, <눈이 부시게> 등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훌륭히 소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미생>, <송곳>, <자전차왕 엄복동> 속 악역만으로 기억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런 각종 악당 역할은 김희원이라는 배우에게 선입견을 씌우기도 한다. 

<바퀴 달린 집>은 벌써 방송 7회째를 맞았지만, 아직도 김희원은 캠핑 생활이 낯설고 서툴기만 하다. 피도 눈물도 없는 영화 속 캐릭터와 달리 그는 벌레도 살짝 무서워 하고, 텐트에서 잠을 잔 적이 태어나서 한 번도 없단다. 각종 생선이나 해산물 손질도 어려워 하는 그는 장도 안 좋고 알레르기도 있는 데다 커피도 못 마신다. 하물며 항상 불면증에 시달려 왔다. 이런 그의 평소 습관은 자칫 야외 예능에선 민폐가 될 수 있는 요소다. 

그랬던 김희원이 고성, 제주, 담양, 문경 등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면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직 친분이 없는 인물들과는 전화 통화조차 어려워하고 큰형님 성동일과 티격태격하는 일상은 여전히 똑같지만, 자연의 아름다움에 동화되면서 캠핑 생활의 즐거움을 하나 둘 알아가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이제는 야외에서도 편하게 숙면을 취하고 여진구가 준비해준 커피를 즐기는 등 초보 여행자에서 한 단계 발전한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3일 방영된 tvN '바퀴 달린 집'의 주요 장면
ⓒ CJ ENM
 
지난 23일 방영분에서 김희원은 의외의 상황에서 시청자들에게 가슴 뭉클한 장면을 선사했다. 이날의 초대손님은 가수 겸 배우 아이유. 평소 친분이 있던 성동일은 이들을 위해 깜짝 이벤트로 패러글라이딩 체험을 마련했다. 한 번도 공중을 날아보지 않았던 후배들에게 당황, 놀람, 걱정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이는 야외 활동과 거리가 먼 김희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여곡절 끝에 강사의 도움을 받아 창공을 날게된 그에겐 짜릿함을 넘어 감동의 순간으로 다가왔다. 멋진 자연 풍경을 바라보며 김희원은 이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되게 감동해서 그냥 막 눈물이 나더라."

하지만 이내 등장한 그의 엉뚱한 말은 잠시 동안 뭉클해 했던 시청자들에게 예상 밖의 웃음을 안겨줬다. 

"근데 다신 안 타야겠다. 계속 타면 똑같은 것 같아 잊혀질 만하면 다시 타야지."

순수함이 선사하는 힐링과 재미
 
 지난 23일 방영된 tvN '바퀴 달린 집'의 주요 장면
ⓒ CJ ENM
 
<바퀴 달린 집>이 여타 여행 예능 이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재미를 안겨줄 수 있었던 건 시청자들을 화면 속 공간으로 자연스레 끌어들인 힘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속 주요 배경인 트레일러(이동식 캠핑카)는 사람과의 접촉을 가급적 피하게 되는 요즘 시대에 일종의 보호막 같은 역할을 담당한다. 그것은 울타리가 되어 친한 벗들과 낭만을 즐길 수 있는 시간 및 장소를 마련해준다.  

이 과정에서 김희원은 낯선 캠핑장에서 실수도 자주 하고 더운 날씨에 투정도 부리는 등 초보 여행자들의 일상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자칫 불만만 많은 캐릭터처럼 비쳐질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이런 부분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서툰 솜씨로 요리를 하고 직접 맛을 보면서 감동하는 그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대리만족으로 연결된다. 그의 순수한 모습은 잠시동안 일상을 벗어나 마음의 여유를 누릴 수 있게 해준다. 

얼마전 진행된 영화 <국제수사> 제작보고회에서 김희원은 "이런 시기에 놀러 가는 것으로 비치면 어쩌지라고 정말 고민이 많았다"고 이 프로그램 출연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고백했다.  

"아무것도 하지 말자. 그래서 시청자들이 그걸 보고 대리만족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그의 작은 바람은 결국 현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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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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