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제품" 해박한 조폐공사 과장님, 이런 분들 덕에 '유퀴즈'가 산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입력 2020. 7. 2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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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가 역발상으로 선택한 직업 카테고리화의 큰 성과

[엔터미디어=정덕현] tvN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럭>은 코로나19로 인해 길거리로 나가지 못하는 한계를 최근 들어서는 카테고리화라는 역발상을 통해 새로운 기회로 만들고 있다. 이른바 '직업의 세계'라고 불러도 될 법한 카테고리화는 경찰, 개그맨, 법조인에 이어 이번에는 '돈'과 관련된 인물들을 한 데 모았다.

그저 길거리에서 무작위로 만나 나누는 인터뷰가 날 것 그대로의 '실제 상황'을 담는다는 점과 어떤 보통 사람들도 그 삶을 깊게 들여다보면 저마다 위대한 면들을 갖고 있다는 걸 찾게 해줬다는 점이 이 프로그램의 진가였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이런 무작위 대면이 어려워지자 프로그램은 이제 선별된 분들을 사전 섭외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의 방향을 틀었다.

대신 경찰, 개그맨, 법조인 그리고 돈과 관련된 인물 등등의 카테고리는 그냥 나온 게 아니고 우리가 많은 대중문화 콘텐츠들을 통해 주로 관심 받았던 소재들을 이 프로그램으로 끌어 온 것이다. 즉 경찰이나 법조인 돈과 관련된 인물 등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시청자들의 각별한 관심을 끄는 소재들이었다. 실제로 이번에 나온 '돈' 편에서 소개한 세금체납자의 숨은 돈을 추적하는 서울시청 세금징수과의 이용범, 송정민씨는 드라마 <38사기동대>가 다룬 실제 인물들이었다.

또 경찰 특집에 나온 윤석호 경위는 영화 <범죄도시>의 실제 주인공이었고 마동석과도 형 동생하는 사이였고, 홍익지구대 막내 문한빛 순경은 드라마 <라이브>에 나왔던 경찰서의 일들을 보여줬다. 그만큼 <유퀴즈 온 더 블럭>의 카테고리는 '검증된' 소재들을 가져와 시청자들의 궁금증과 기대감을 높여준 면이 있다.

그런데 이렇게 카테고리화를 통한 소재를 가져온다 해도, 거기서 특히 주목받는 인물은 그 직업과 인물이 너무나 잘 어울려 그 자체로 어떤 진정성을 느끼게 하는 인물이다. 이번 '돈' 편에서도 그런 인물들이 다수 등장했다. 세금징수과의 이용범, 송정민씨가 그랬고, 금융감독원 금융사기대응팀에서 보이스피싱과 전쟁을 벌이는 신상주씨가 그랬다.

이용범, 송정민씨가 전하는 세금을 징수하기 위해 몸싸움까지 벌여야 하는 상황들은 이들의 고충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해줬지만 그 이야기들 중에서도 특히 마음이 짠했던 건 아주 적은 돈을 벌면서도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 분도 있다는 사실이었다. 수 십 억씩 세금을 체납하고도 뻔뻔하게 세금을 내지 않는 이들과는 너무나 달라 이들도 찡했다는 사연이었다.

신상주씨는 최근 점점 지능화되고 있는 보이스피싱의 다양한 사례들을 알려줬다. 그 중에는 보이스피싱에 속아 극단적인 선택을 한 안타까운 사례도 있었지만, 오히려 보이스피싱범들을 당혹스럽게 하는 대담한(?) 분들의 웃음 터지는 흥미로운 시례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돈 특집'에서 가장 주목되는 인물은 조폐공사에서 25년째 근무 중이라는 이종학 과장이었다. 돈 만드는 게 자신의 일이라며 돈을 '제품'이라 표현하는 그는 돈의 생산과정과 위폐 구분법 같은 자신이 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해박했지만 다른 분야에 대한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는 말로 일관해 유재석과 조세호를 웃게 만들었다. 그런데 거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조폐공사라는 일의 특성상 자신이 하는 분야만 알뿐 다른 분야까지 알면 안 되는 보안이 생명이었기 때문이다.

이종학씨가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며 '다다익선'을 얘기하면서도, 촬영장 뒤편에 가득 쌓인 돈들을 가리키며 가져갈 수 있게 한다면 얼마나 가져가겠느냐는 질문에는 내 것이 아니기 때문에 관심이 없다는 이야기는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납득되는 면이 있었다. 돈이야 많을수록 좋겠지만, 그게 내 게 아니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그 답변에는 조폐공사라는 곳에서 일하는 이 분의 확고한 직업관이 묻어나고 있어서였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직업의 카테고리화를 통해 주목도를 높임으로써 최근 3%대 시청률(닐슨 코리아)를 기록하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그런데 카테고리화 속에서도 특히 프로그램을 살리는 건 이종학씨처럼 직업적 특성이 그 분의 말 속에서 일관된 진정성을 보일 때가 아닐까 싶다. 보통 사람들이지만 시청자들이 궁금한 특별한 분야에서 종사하는 분들의 이야기는 확실히 코로나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유퀴즈 온 더 블럭>의 역발상이 만든 성과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이종학씨 같은 웃음과 더불어 진정성까지 묻어날 때는 더더욱.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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