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여름방학' 둘러싼 두 가지 논란의 연결고리

김상화 2020. 7. 21.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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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일본식 가옥부터 게임 유사성 제기.. 제작진 현명한 대처 필요

[오마이뉴스 김상화 기자]

 tvN '여름방학'의 한 장면
ⓒ CJ ENM
 
tvN 새 예능 <여름방학>이 방송 첫 회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17일 첫 방송을 내보낸 <여름방학>은 한적한 시골에서 휴식을 취하며 몸과 마음의 여유를 되찾는 일종의 '힐링 리얼리티'다. <윤식당>시리즈 이후 다시 찾아온 배우 정유미와 예능에선 보기 힘들었던 배우 최우식이 고정멤버로 등장하는 데다 또 다른 스타 배우 박서준이 첫 회 초대손님으로 출연하면서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특히 그동안 금요일 밤을 확실하게 책임져준 나영석 PD의 신작이라는 점도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여름방학>은 첫 방송으로 5.0%(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괜찮은 시청률을 올리는 등 나름 순조로운 출발을 하는 듯했지만, 당초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논란이 빚어졌다.

촬영장소로 쓰인 주택이 일본식 가옥이다보니 이에 따른 '왜색 논란'이 등장한데 이어 작품 내용의 표절 의혹까지 덩달아 제기되었다. 이에 제작진은 지난 19일 SNS를 통해 사과 및 해명을 담은 공식 입장을 밝혔다.

우리 시골집 대신 일본식 가옥?
 
 플레이스테이션용 게임 '나의 여름방학' 2편, 3편 (사진출처 : 일본 플레이스테이션 공식 홈페이지 jp.playstation.com)
ⓒ 소니플레이스테이션
 
기존 나영석 예능에선 출연자들이 무더운 여름에 장작불 피우며 몇 시간씩 식사 준비하느라 비지땀을 흘려야 했다(삼시세끼). 때론 손님 응대로 진땀 빼는 것 역시 기본처럼 다뤄졌다(윤식당, 강식당). 그런데 <여름방학>에선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 별다른 미션 수행 없이 밥 잘 챙겨먹고 편하게 휴식을 취하면서 운동하고 일기 쓰는 게 전부다.  

그런데  출연진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문제를 야기했다. 이들이 머무는 오래된 일본식 가옥은 과거 세계 2차대전에서 패한 후 이 땅에서 물러난 일제 시대의 잔재 중 하나다. 그렇다보니 우리 시골집과는 다소 거리가 먼, 화면에 등장하는 집의 구조는 웬지 모를 씁쓸함을 자아내게 했다. 마치 일본 영화 및 애니메이션 속 한 장면을 장시간 감상하는 듯 착각마저 불러 일으켰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1950년대 지어진 가옥을 토대로 지붕색과 외관을 정리하는 정도로만 공사를 진행했고 집이나 내부 공간은 그렇게 중요하진 않다고 생각해서 크게 고민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마당에서 장작불 요리에 집중해 촬영이 진행되던 기존 <삼시세끼> 시리즈들과 달리 '홈캉스' 예능 <여름방학>은 실내 비중도 상당히 큰 데다 집 전경에 대한 화면 할애 역시 적지 않다. 방송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했을 때, 제작진의 입장문은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여름방학>을 둘러싼 또 다른 논란은 게임 표절 의혹이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용 게임 <나의 여름방학>은 지난 2012년 4편까지 발매될 만큼 일본 내에선 제법 인기를 얻었다. 게임 제목처럼 여름방학을 맞아 시골 바닷가에 위치한 시골집에서 여름방학을 즐기면서 시간을 보내는 내용을 다룬다. 

이 게임은 성인이 된 주인공이 1975년을 회상하는 것이다보니, 그 시절 유년기를 보낸 어른들의 동심과 추억을 자극하려는 의도가 강하게 담겨져 있다. 반면 전형적인 일본 소재의 게임이다보니 미국과 한국 등 해외 시장에선 정식 발매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선 인터넷이나 현지 상가 등을 통해 구매한 일부 마이나들만 이 게임을 즐겼고 널리 소개되진 못했다.

<나의 여름방학>에서 다뤄지는 내용과 <여름방학>에 등장하는 장면들은 닮은 구석이 많다. 아침에 일어나 기상 체조를 하고 낮에는 집안 일을 돕거나 곤충 채집, 물놀이, 농사 등 소소한 미션을 수행하고 밤에는 그림 일기를 쓰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방영 직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나의 여름방학> 게임 장면과 <여름방학>의 방송 장면을 캡처해 상세히 비교한 게시물이 다수 등장했고,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잘못 채운 첫 단추? 
 
 tvN '여름방학'의 한 장면
ⓒ CJ ENM
왜색 논란과 표절 의혹은 각기 다른 사안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이 두 가지는 연결 고리를 지니고 있다. 2시간 가까운 방영 시간 내내 일본풍 주택 속 일상이 그려지다보니 일부 게임 마니아들은 즉각 <나의 여름방학>를 떠올렸고 자연히 표절 주장이 흘러나오게 된 것이다.  

일단 제작진은 왜색 논란에 대해 뒤늦게 가옥 수리에 돌입하는 등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첫 방송 전에 수습했어야 하는 문제다. 불과 얼마 전 타이틀에 등장하는 궁궐 이미지에 일본식 건축물을 써 논란에 휩싸였던 SBS 드라마 <더킹 : 영원의 군주>나 일본식 소품을 사용해 논란을 빚었던 <놀라운 토요일-도레미마켓> 사례를 조금이라도 주의 깊게 봤더라면, 생기지 않았을 문제였을 수도 있다. 

표절 논란에 관해선 <여름방학> 제작진 측은 " 특정 게임과 유사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해당 게임을 알지 못하며, 전혀 참고하지 않았음을 말씀드립니다"라고 부인하고 나섰지만 일부 시청자들은 의혹의 시선을 쉽게 거둬들이지 않고 있다. 

물론 여름방학의 특성을 감안하면 한국이나 일본 어디건 비슷하지 않겠냐라는 몇몇 시청자들의 의견도 존재한다. 하지만 다 큰 어른들이 시골집에서 방학 과제를 이행한다는 설정부터 하루의 시작(스트레칭) 및 마무리(그림일기 작성) 등 내용상 유사성이 다수 목격되는 터라, 논란이 쉽게 잦아들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다보니 <여름방학>은 시작과 동시에 작품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상황에 직면하고 말았다. 자칫 나영석표 예능의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제작진의 현명한 대처가 필요해보인다.  
 
 tvN '여름방학'의 한 장면
ⓒ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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