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왕국' MBC 부활, 가능할까 [이슈와치]

박은해 2020. 7. 21.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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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박은해 기자]

'드라마 왕국'이라는 별칭이 언제부터 무색해졌을까.

MBC 월화 수목 드라마(미니시리즈) 중 15%를 넘겼던 마지막 작품은 2015년 방영된 '그녀는 예뻤다'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한 자릿수 시청률이 흔해지고 0% 시청률 드라마도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MBC 히트작 가뭄은 심각한 상태다.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무섭도록 시세를 확장하고 토종 OTT 웨이브(wavve), 티빙(TVING) 등도 널리 이용되면서 이제 시청률이 드라마 성공을 가늠하는 완전한 척도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KBS '동백꽃 필 무렵' JTBC '부부의 세계' '이태원 클라스' SBS '스토브리그' '낭만닥터 김사부' tvN '사랑의 불시착' 등 주요 방송사들이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두 석권한 히트작을 만들어 낸 것을 보면 그 중 MBC의 부진이 두드러진다.

MBC 드라마 위기론은 이렇다 할 히트작이 나오지 않은 수년 전부터 대두됐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현재 부활 했지만 지난해에는 40년 만에 월화드라마를 폐지하는 초강수도 뒀다.

MBC 드라마 부활을 위한 노력은 현재 진행형이다. 2020년 상반기 시청률 '대박'을 터뜨리지는 못했지만 다양성 측면에서는 주목할만한 성과를 이뤄냈다. 연이어 새로운 시도를 하며 시청자들의 콘텐츠 선택 폭을 넓혔다는 긍정적인 평가다.

'SF8(에스에프에잇)'은 영화와 드라마 크로스오버로 기획 단계에서부터 많은 관심을 받은 SF 앤솔러지 시리즈(8부작)다. SF8'은 근 미래를 배경으로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로봇, 게임, 판타지, 호러, 초능력, 재난 등 다양한 소재를 영상화 했다.

이에 도인태 MBC 미디어전략본부장은 'SF8'은 MBC의 실험정신이 잘 녹아든 프로젝트"라며 "영화와 드라마의 콘텐츠 경계를 넘었다는 의미 외에도 방송과 OTT 플랫폼을 넘나드는 서비스 다각화라는 의미도 함께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SF8'은 웨이브에서 독점 선공개됐으며, 8월 14일부터 MBC에서 금요일 밤 10시에 매주 1편씩 8주간 방송될 예정이다.

호흡 짧은 추리극 연속 편성도 주목할 만하다. 수목드라마 '꼰대인턴' 후속 '미쓰리는 알고 있다'는 4부작, 다음 타자로 편성돼 오는 7월 22일 첫 방송되는 '십시일반'은 8부작이다. '미쓰리는 살아있다'는 미스터리한 죽음에 얽힌 용의자를 추적하는 사건극. '십시일반'은 수백억대 재산을 둘러싼 두뇌 싸움을 다룬다. 두 작품 모두 범인과 재산의 행방을 둘러싼 추리가 극을 이끌어간다. 짧아진 분량에서 군더더기 없이 사건 해결과 범인 추리에 집중하겠다는 의가 드러난다.

극본 공모 당선작과 최종 심사작 활약도 두드러진다. '꼰대인턴'은 2018년 MBC 극본 공모 당선작품이다. '미쓰리는 살아있다'는 2019년 당선작이다. '십시일반'은 공모전 최종 심사까지 올라간 작품이다. 특히 '꼰대인턴'은 갑을 반전 오피스물이라는 신선한 소재와 드라마 속 소품을 실제 굿즈로 출시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며 화제성까지 거머쥐었다.

'그 남자의 기억법'은 콘텐츠 소비자-생산자 간 새로운 소통의 장을 열었다. '그 남자의 기억법' 여주인공 문가영은 자신이 맡은 '여하진' 캐릭터 SNS를 직접 운영했다. 제작진들도 촬영 현장 사진이나 비하인드 컷을 실제 상황인 것처럼 공유하며 시청자들과 활발한 소통을 이어왔다.

tvN '호텔 델루나' '장만월' SBS '하이에나' '정금자'처럼 주연 배우들이 자신이 맡은 배역 SNS를 운영하는 일은 종종 있었다. 그러나 작가·감독·배우가 합심해 드라마 세계관을 현실로 옮겨온 것은 '그 남자의 기억법'이 유일하다. 적극적인 소통은 시청자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이에 권성창 CP는 "SNS 소통이 방송 후에도 계속 이어지며 드라마 속 커플이 실제 세계에도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시청자들에 전달해 시너지를 냈다"고 말했다.

판타지 장르물에 기울이는 관심도 적지 않다. 올 초 방영된 '더 게임:0시를 향하여'는 죽음 직전의 순간을 보는 예언가와 강력반 형사가 20년 전 살인마에 대한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다. '365 : 운명을 거스르는 1년'은 일본 드라마 리메이크작으로, 1년 전으로 돌아간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운명에 맞서는 생존기를 그려냈다.

'더 게임'은 설정 디테일이 다소 아쉽다는 평을 받았지만, 캐릭터 심리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호평을 받았다. '365'는 매회 반전을 거듭하는 충격 전개와 긴장감 있는 스토리로 마니아층의 뜨거운 반응을 끌어냈다.

아쉽게도 상반기 MBC에서 방영된 드라마 중 시청률 10%를 넘는 작품은 없다. 5%를 넘는 작품도 손에 꼽힌다. 그러나 콘텐츠 시장 흐름에 맞춰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는 자세는 높이 살 만하다.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흥행 공식을 답습하기보다 또 다른 시장과 시청자들을 타깃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새로운 도전에 열중하고 있는 MBC가 오랜 기다림 끝에 흥행작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앞으로 방영될 작품에 관심이 모아진다.(사진=MBC)

뉴스엔 박은해 pe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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