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나영석 세계관 침범한 표절 논란, 어떻게 극복할까

김교석 칼럼니스트 입력 2020. 7. 20.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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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빠른 해명 '여름방학', 각종 논란 딛고 로망을 키워가려면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나영석 사단의 신작 예능 tvN <여름방학>은 코로나 시대 맞춤형 여행 예능이다. 나영석 유니버스 안의 쟁쟁한 프로젝트 중에서도 가장 성공한 <윤식당> 시리즈의 이진주 PD가 스페인의 어느 섬이나, 발리 옆의 작은 섬이 아닌 강원도 고성군 백도해수욕장 근처에서 도시의 일상과는 다른 청량한 로망을 전한다. 이번에 내세운 키워드는 '홈캉스 리얼리티'다. <윤식당>의 아시안뷰티 정유미와 <기생충>의 최우식이 친구이자 남매처럼 강원도 한 달 살기를 보여주면서 일상을 벗어난 단순하고도 느린 삶의 충만함을 선사한다.

그런데 홈캉스까지는 설명 안 해도 잘 알겠는데, 굳이 리얼리티를 더했다는 점이 포인트다. 나영석 사단의 로망 자극 프로젝트가 대부분 경제적, 현실적 고민을 초월한 무대를 설정하긴 하지만 <윤식당>, <스페인하숙>등의 팝업스토어 예능이나 <숲 속의 작은 집>의 동화 속 한 장면보다는 접근 가능한 친근하고 편안한 콘셉트를 지향한다. 세계관을 아예 창조해버린 나영석 유니버스 안의 다른 프로그램들과 달리 <여름방학>의 무대는 현실의 경계 안에 존재한다.

이국적인 풍광을 전시하면서 일상에서 찾기 힘들었던 삶의 가치를 되돌아보던 이전 프로그램들과 가장 큰 차이는 일상의 풍경과 건강한 삶을 일군다는 목적의식에 초점을 맞추는 데 있다. 아침에 일어나 텃밭에서 자두와 토마토, 바질 등을 따서 레몬밤 차를 곁들인 지중해식 아침식사를 간단히 먹고, 장을 보러 큰 슈퍼를 가고 동네 카페와 빵집을 물색한다. 그리고 내레이션을 활용해 어떤 음식이 어디에 어떻게 좋은지 꼼꼼하게 알려준다. 호스트인 두 배우의 느낌도 수수한 편에 가깝고 능숙하지 않은 모습이 친근하다. 정유미는 토마토를 자르다 손을 베고, 최우식은 대파를 싱싱하게 보관하겠다며 끈도 풀지 않은 채 한 단 묶음 그대로 밭에 심어놓는다.

방송 말미에 박서준이 첫 게스트로 찾아와준 것 외에 사건이랄 게 아예 없다. 장사도 안 하고, 열악한 상황에서 어떻게든 밥 해먹기 미션도 없으니 긴장감의 주조나 서사를 쌓아가는 스토리텔링이 두드러지지도 않는다. 제작진이 정한 숙제에 따라 <여름방학>에 온 모든 출연자들은 매일 밤 일기를 쓰고, 하루에 한 시간씩 운동을 하며, 하루에 최소 한 끼 건강한 음식을 직접 해먹기. 정해진 할 일은 그뿐이다. 나머지는 각자 알아서 쉬면된다.

다락과 너른 뒷마당을 가진 (왜색 논란을 일으킨) 일본풍의 정갈하고 소박한 무드와 레트로 감성이 깃든 독특한 시골집에서 좋은 사람들의 모임은 소소한 감성 가득한 일본 영화들이 괜히 연상되고 과실수와 허브가 자라는 큰 텃밭 겸 마당 한켠에 무심하게 놓인 야외 테이블은 강원도 시골집을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 어딘가로 보이게 만든다. 그곳에서 별다른 일 없이 한적한 시골의 정취와 여유를 느끼는 게 프로그램이 준비한 모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모든 것과 유사한 콘텐츠가 존재했다는 데 있다. 방송 직후 제목부터 바다가 있는 시골 해안 마을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미션이라 할 수 있는 원칙들, 스트레칭으로 하루를 여는 정유미의 아침 루틴, 30일간의 여름방학을 특정한 이야기가 일본 내수용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나의 여름방학> 시리즈와 비슷하다는 논란이 발발했다. 제작진은 주말이 가기 전, 그 게임을 사전에 인지한 적 자체가 없다고 발 빠르게 해명하고 적산가옥처럼 보인다는 지적에 따라 촬영지 건물에 일본풍 디자인을 걷어내는 공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진실을 외부에서 알 수가 없고, 문제에 적극 대응하는 적절한 피드백이지만 고개가 끄덕여질 만한 해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표절 진위 여부를 떠나 설정의 유사성과 모티브가 놀라울 정도로 일치하는 점은 여러모로 아쉽다. 이 논란이 <여름방학>의 운명을 좌우지하진 않겠지만 1회부터 땜질에 직면했다는 점은 나영석 유니버스에서 겪는 초유의 사태이긴 하다. 로망의 발화는 일상과 다른 어떤 삶의 가치나 제안을 제시했을 때 시작된다. 그런데 그 세상으로 가는 과정에 불편한 감정이 끼어 들 소지가 생겼고, 논란으로 인해 급히 창호 및 인테리어 공사에 들어간 점은 필요 이상으로 초현실적인 상황이다.

여행 예능의 본산에서 준비한 코로나 시대의 힐링 콘텐츠는 내세우려던 리얼리티보다 훨씬 현실적인 상황을 직면했다. 그런 가운데 여전히 로망을 싹틔울 수 있을까. 해명의 진위와 적절함은 차치하고서 이 소박하고 소소한 콘셉트의 예능이 첨예하고 시끄러운 논란을 어떻게 극복할지 지켜볼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김교석 칼럼니스트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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