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티브이데일리

공인 아닌 공인으로 존재하게 된 스타들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윤지혜 칼럼 입력 2020.07.18. 10:52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티브이데일리 포토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20세기부터 등장한 ‘스타’는 자본주의와 대중의 요구가 합작으로 만든 존재다. 과거에는 엄혹한 현실을 타개해 줄 영웅을 필요로 했다면, 공동체보다 개개인의 삶에 집중하여 살아가는 오늘의 우리에겐 영웅보단 스타다. 어차피 오늘이 처한 곤란함은 사회구조에서 오는 것으로 어느 영웅 한 사람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으니까.

사실 영웅과 스타는 별반 다르지 않다. 다수 혹은 대중의 필요에 의해 고용되며 말 한 마디 행동 하나가 모두 영향력을 가지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다거나 그를 영웅 혹은 스타의 자리에 올려놓은 어떤 기준을 위배한다면 생명력이 끝난다는 사실까지. 그나마 차이점이라 꼽을 수 있는, 사회정의의 구현 혹은 실현 또한 그 구분선이 불분명해지고 있다.

적지 않은 수의 스타들이 주어진 영향력을 공공의 선을 향한 방향으로 사용 중이며 대중 또한 그만큼의 기대감을 가진 상태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자본주의의 산물로 대중에게 소비되는 상품일 뿐인 스타가, 반대로 그만큼의 힘을 지니게 되면서 공인이 아니면서 공인인 존재, 어떤 면에서는 영웅적 입지까지 획득한 존재로 거듭나는 것이다. 어떻게 이러한 전환이 가능할까.

아무리 상품이라 취급되어도 그들 자체는 우리와 동일한 세계에 삶이 놓인, 살아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즉, 이 ‘살아있음’이 확인되면 사람들은 그들을 더이상 상품 혹은 이미지라 인식하지 않는데, ‘살아있음’은 주로 그들이 쌓아내는 삶의 모습이 어떤 하나의 가치관을 일관되게 투영할 때, 그러니까 주어진 삶을 놓고 고민하는 진실한 얼굴이 엿보일 때 증명 받는다. 그리고 이런 살아있는 삶 위에 영향력이 돋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효리를 예로 들어 보자. 90년대를 풍미했던 아이돌그룹의 멤버로, 당시 판에 박힌 여성의 이미지인 청순하고 조신한 느낌과는 상반된 솔직하고 자기 주관 뚜렷한 매력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는 솔로가수로 독립하며 한층 더 진해지는데 일명 ‘걸크러쉬’ 혹은 ‘쎈캐’로 불리며 카리스마 있는 여성의 전형이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수의 사람들이 닮고 싶고 따르고 싶어하는 최고의 스타가 되었다.

하지만 그녀가 진정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건, 힘겹게 발표한 앨범이 표절논란에 휩싸이고 가수로서, 아티스트로서 본격적인 고민을 하게 된 무렵부터다. 이 시기를 통해 이효리는 자신의 정체성과 맞닥뜨림은 물론, 삶의 가치관과 방향성을 재정립하지 않았나 싶다. 왜냐하면 이후의 이효리는 더이상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화려한 조명과 무대 위의 이효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효리가 찾고자 혹은 추구하고자 했던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주는 풍요로움과 안정감이 그녀에게서 흘러나왔고, 덕분에 그녀의 행동 하나, 말 한 마디에도 사회적 약자를 향한 소신 있는 발언을 하는 등, 이전과 다른 방향, 다른 세기의 힘이 돋아났다. 스테디셀러이기만 했던 스타 이효리가 비로소 다수의 사람들의 삶의 방향성에 선한 영향을 끼치는 공신력 있는 스타, 공인이 아니면서 공인인 존재로 거듭났다 하겠다.

알다시피 단순한 스타보다 공인으로서의 스타의 위치가 더 골치 아프고 고되다. 상품 이상의 역할, 영향력 있는 자에게 으레 요구되기 마련인 책임을 다해야 하니, 자칫 제대로 판단을 하지 못해 대중의 신뢰를 져버리는 데 일조할만한 작은 실수라도 저질렀다 치면 그에 따른 여파는 상상 이상이다. 사람들이 들이미는 잣대의 날카로움은 기대에 비례하니까. 그리하여 매순간, 이전보다 더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며 어떤 오해의 소지도 남겨서는 안 되는 게다.

‘놀면 뭐하니?’에서 이효리가 흘린 눈물은 이러한 맥락 위에 있다. 자신이 성취한 현재의 위치가 가지고 있는 무게를 새삼 실감하고 느낀 자책감과 그로 인한 괴로움, 여기에 자의든 타의든, 그녀가 선택한 행보이기에 그녀가 오롯이 짊어져야 하는 숙명이란 사실까지. 동일한 길을 앞서 걷고 있는 유재석이 건넨, 사람이라 실수할 수 있다는, 무겁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위로가 더없이 인상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MBC '놀면 뭐하니?']



포토&TV

    투표

    포토로 보는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