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의 사과·이효리의 눈물, 고개 끄덕이게 한 진정성
[오마이뉴스 김종성 기자]
지난 주말, '책임감'이라는 단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크든 작든,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잘못을 있는 그대로 밝히는 용기, 그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어떻게든 책임을 지고자 하는 태도 같은 것 말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겠으나 그런 '정면 돌파'에 대중은 오히려 그 진정성을 인정해주기도 한다.
▲ tvN <삼시세끼-어촌편5>의 한 장면 |
ⓒ tvN |
▲ tvN <삼시세끼-어촌편5>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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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들한테는 저희가 촬영 전에 잠깐 말씀드렸었는데, 저희가 촬영을 준비할 때 섬에 쓰레기가 너무 많아서 외부 업체를 불러서 청소를 하시다가 그분들이 산에 불을 낸 적이 한 번 있었어요."
'손이차유'라는 무적의 조합을 만드는 데 성공한 <삼시세끼>는 최고 시청률 12.2%(닐슨코리아 유료가구 플랫폼 기준)를 기록하는 등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더불어 '꽃보다 중년'에 대한 기대감도 품게 했다. 지난 10일, 차승원과 유해진은 마지막 회를 통해 죽굴도에서의 추억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지금 돌이켜봐도 기분이 좋아지는 장면들로 가득했다. 자축으로 끝맺어도 좋을 분위기였다.
▲ tvN <삼시세끼-어촌편5>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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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삼시세끼> 제작진의 (직접적인) 잘못은 아니었지만, 나 PD는 관리감독의 책임을 통감했다. 그는 "우리 힘으로 복원을 해드리는 게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최선을 다해서 주민분들이 만족할 수 있을 때까지 자연을 다시 한번 살려 놓"겠다고 다짐했다. 또, 구체적으로 완도 지자체와 논의 끝에 내년 봄부터 산림 복원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는 계획도 밝혔다.
'죽굴도 화재 사건'은 나 PD가 말하지 않았다면 (당장은) 알려지지 않고 넘어갔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나 PD는 프로그램을 통해 잘못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더 나아가 이후의 대책까지 시청자에게 직접 알렸다. 이미 훼손된 자연을 그 이전의 상태로 되돌리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나 PD의 태도는 진정성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저기... 데뷔하기 전에 다들..." (유재석)
"조심 좀 할게. 잘못했어. 잘못했고 이제 린다G 안 할래. 자꾸 린다G 린다G 하니까." (이효리)
▲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
ⓒ MBC |
▲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
ⓒ MBC |
이효리는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쉽사리 고개를 들지 못했다. 마음 고생이 아주 심했던 모양이다. <삼시세끼>의 경우와 달리 이효리가 잘못했다고 말한 사건은 세간에 많이 알려져 있는 일이었다. JTBC <효리네 민박>으로 인연을 맺은 소녀시대 윤아와 함께 압구정에 있는 한 노래방에 갔던 이효리는 그 현장을 라이브 방송으로 공개했다가 누리꾼들로부터 호된 질타를 받았다.
'코로나 19'로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국에 맞지 않는 행동이라는 지적이었다. 그 댓글을 발견한 이효리는 즉시 방송을 중단하고 노래방을 퇴실했고, 이후 공식 사과문을 올려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그 사건을 두고 누리꾼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졌고, 이효리의 심경은 매우 고통스러웠으리라. 무엇보다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싹쓰리' 멤버들에 대한 미안함이 컸을 것이다.
▲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
ⓒ MBC |
지난 주말, <삼시세끼>와 <놀면 뭐하니?>는 자신들의 문제 해결 능력을 여실히 보여줬다. <삼시세끼>는 총 책임자인 PD가 논란이 벌어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또, 향후 대책까지 구체적으로 밝혔다. 이를 통해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신뢰도를 높였다. <놀면 뭐하니?>는 이미 벌어진 논란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 돌파하는 모습을 통해 진정성을 보여줬다.
이처럼 예능은 빠르게 사과의 문법을 익혀나가고 있다. 또 책임감을 배워나가고 있다. 과거 문제를 알고도 외면하고 덮기에 급급했던 시절과 단절한 듯하다. 어쩌면 그건 과거의 실수들로부터 처절히 배웠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 변화의 선봉에 나영석과 이효리가 있다.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제대로 사과한 후 새롭게 관계를 쌓아가기. 시대는 그렇게 변해가고 있다. 적어도 예능은 그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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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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