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혹한 연예계 현실 앞에 '전참시' 세계관은 무용지물인가

김교석 칼럼니스트 2020. 7. 13.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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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도 어쩌다 출연하는 '전참시', 아쉬움 큰 까닭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최근 지상파 뉴스에서 한 원로 배우의 매니저 갑질 보도가 나왔다. 이후 관련한 다른 논란도 제기되면서 연예인과 매니저의 공생관계를 내세운 MBC 예능 <전지적 참견시점>은 괜히 머쓱해졌다. 프로그램과 이 사안 사이의 관련성은 전혀 없다. 하지만 그간 방송에서 보여준 모습과 달리 연예계 한쪽에서는 과거부터 지속되어온 문제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음이 드러나면서 매니저와 연예인의 불합리한 관계와 인식, 처우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한때, <전지적 참견시점>이 대중과 평단의 많은 사랑을 받은 것은 재미 안에서 나름의 사회적 의미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갑을 관계 대표 사례 격인 연예인과 매니저의 관계를 가져와 연예인의 사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관찰 예능을 만들었다. 그러면서 이영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출연자들은 우리가 흔히 아는 연예인과 매니저의 관계를 벗어난 신선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동반자 의식을 바탕으로 평등하거나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파트너라는 관계 설정은 무척이나 새롭게 다가왔고, 사회 초년생들의 도전과 결부되면서 응원의 감정이 싹텄다.

물론, 방송에서 보여주는 진전된 관계가 <나 혼자 산다> LA편에서 다니엘 헨리와 그의 매니저의 관계처럼 업무로 만난 동등한 비즈니스 파트너 수준은 전혀 아니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참 안타까운 일이지만 당연히 매니저라고 하면, 운전기사 역할을 기본으로 연예인의 온갖 심부름과 기분, 비위를 맞춰주면서 컨디션 유지시켜주는 일을 업무 범위 안에 둔 것은 건드리지 않았다.

대신 군신처럼 완벽한 상하관계가 아닌 인간적인 교감도 나누고 서로 의지하고 도움을 주는 인간적 관계에서 가능성을 찾았다. 한발 더 나아가기도 했다. 연예인이 오히려 매니저를 응원하고 서포트한다는 관계 역전 상황은 호감을 쌓기 충분한 스토리텔링이었다. <전참시>가 출연자 관련 구설이 적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굳건한 주말 예능으로 자리를 굳힐 수 있었던 이유다.

그런데, 최근의 매니저와 연예인의 갑질 논란을 <전참시>에 대입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전참시>는 더 이상 매니저와 연예인의 관계에서 이야기를 찾기보다는 출연자 자체의 캐릭터나 활동에 주목해 이야기를 만든다. <미운 우리 새끼>나 <살림남>, <나 혼자 산다>처럼 시트콤과 이벤트를 결합한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최근 <전참시>에서 '부캐' 다비이모 관련 세계관을 구축 중인 김신영과 그의 대표 송은이, 샌드백 역할을 하는 유병재, 초기부터 먹방과 쿡방 캐릭터로 큰 지분을 차지하는 이영자 등 몇몇 캐릭터를 중심으로 프로모션 관련 이벤트 등을 담는다. 윤두준의 경우처럼 전담 매니저와 친한 친구 같은 관계라는 건 사실 방송 내에서도 크게 부각시키지 않는다. 점점 캐릭터를 부각하는 볼거리 위주로 이야기를 짜면서 매니저도 어쩌다 출연하는 관찰예능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기획의도와는 멀어졌지만 여전히 재미있다. 김신영의 부캐인 다비이모를 이렇게 오래 볼 수 있는 유일한 채널이고, 이영자의 큰손이나 해박한 요리 지식은 언제나 군침 돌게 한다. 이런 진행에 일가견이 있는 전현무를 중심으로 홍현희, 양세형, 유병재 등이 깔아주는 스튜디오 토크의 웃음 밀도도 매우 높다. 언제나 주말 저녁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시트콤이자 토크쇼다.

아쉬운 점은 이 프로그램이 주목받았던 주된 이유가 닳아버렸다는 거다. 기획의도였던 매니저와 연예인의 새로운 관계 포착이나 모색이 멈춰진 지 오래됐다. <전참시>에서 매니저와 연예인의 이상적 관계와 변화된 현실을 그렇게 오래도록 소개했음에도, 우리 엔터 업계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매니저에 대한 처우, 인식, 업무 범위는 관행이 여전히 제자리인 현실을 보면서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방송과 현실이 부조화를 이루다보니 매니저와 연예인은 동반자, 혹은 한 가족임을 강조하며 재미와 감동을 만드는 관찰예능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최근 '윤두준의 방랑자' 콘텐츠 제작을 중심으로 <전참시>에 출연 중인 윤두준의 경우 <전참시> 최초로 두 명의 매니저가 함께 출연한다. 그중 실장급 매니저는 늘 결론적으로 딸려가는 '당하는' 입장이지만 아티스트와 동등한 테이블 높이에서, 콘텐츠나 향후 활동에 대해 제안을 한다.

기왕 매니저에 대한 인식 개선과 관계의 전복을 재미 요소로 삼고 시작한 만큼, 늘 보고, 또 보는 간식 준비, 기분 살피기 같은 보필에 초점이 맞춰진 업무가 전부가 아닌 매니저의 역할과 의미가 있길 바란다. 연예인 입장에서 시혜를 베푸는 듯한 가족 같은 사이가 아니라 누가 봐도 동반자임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와 갑을 관계에서 수평의 관계로 이동하는 변화를 다시 한 번 더 발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교석 칼럼니스트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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