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지만' 서예지 가벼움이 주는 위로[TV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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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1일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연출 박신우/극본 조용) 7회에서 자신을 딸로 착각해 귀찮게 굴어 미안하다는 환자 강은자(배해선 분)에게 고문영(서예지 분)은 그렇게 말한다.
딸이 한 달 월급을 털어 사준 모피 숄을 자신에게 달라는 고문영에게 강은자는 "가져요. 난 충분히 오래 멨어"라고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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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박은해 기자]
"어떻게 보상할래요? 오, 비싼 거네. 탐난다, 이거 나 줘요. 아줌마 미안하다면서. 그럼 보상을 해야죠. 그게 진정한 사과 아닌가?"
7월 11일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연출 박신우/극본 조용) 7회에서 자신을 딸로 착각해 귀찮게 굴어 미안하다는 환자 강은자(배해선 분)에게 고문영(서예지 분)은 그렇게 말한다. 딸이 한 달 월급을 털어 사준 모피 숄을 자신에게 달라는 고문영에게 강은자는 "가져요. 난 충분히 오래 멨어"라고 답한다.
강은자가 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망상 속에 빠져 정신병원에 입원까지 하게 된 사연. 강은자는 과거 딸이 힘들게 번 돈을 자기 선물에 모조리 썼다는 것이 속상해 딸에게 마음에도 없는 뾰족한 말을 퍼붓는다. 울면서 나간 딸은 교통사고를 당했고, 강은자는 "너 같이 철없는 딸은 필요 없다"라고 쏘아붙인 것이 딸에게 한 마지막 말이 됐다.
강은자에게 모피 숄은 죽은 딸에 대한 미안함이자 죄책감이었다. 숄을 메고 있을 때면 허망하게 떠나보낸 딸과 자신의 행동에 대한 후회가 강은자 목을 졸랐다. 고문영은 너무나도 가볍게 강은자의 상처를 덜어냈다. 고문영이 모피 숄을 뺏듯이 가져가 버리면서 강은자는 비로소 자신을 옥죄던 슬픔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마치 고문영 동화책 '봄날의 개' 속 너무 오래 묶여 있어 목줄 끊는 법을 잃어버린 개에게 봄의 들판을 마음껏 뛰놀 자유를 준 것처럼. 모피 숄을 받아든 고문영은 "땡큐"라고 가볍게 말하고 자리를 뜬다. 강은자는 "이제야 좀 어깨가 가볍다"며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저도 모르는 사이 강은자의 트라우마를 걷어낸 고문영 머리를 쓰다듬으며 문강태(김수현 분)는 "잘했어. 네가 끊을 수 있게 도와줬잖아"라고 칭찬한다.
도무지 참는 법을 모르는 고문영은 뭐든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한다. 숙고 없이 내뱉는 말도, 하는 행동도 가볍기 그지 없다. 그러나 고문영의 그런 가벼움이 마음의 상처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위로가 됐다. 고문영은 어린 시절 국회의원 아버지와 가족들로부터 받은 학대로 조증과 노출증을 앓게 된 권기도(곽동연 분)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도록 그의 아버지 유세장까지 차를 몰아준다. 또 감정을 드러내는 법 없이 미련하게 참기만 하는 문강태에게는 "나랑 놀자"고 말하며 자극한다.
고문영의 그런 말과 행동에 큰 뜻은 없었다. 재밌어 보여서, 그러고 싶으니까. 그러나 고문영 덕분에 권기도는 마음속 응어리를 풀었고, 문강태는 억누르고 살았던 감정을 분출할 수 있게 됐다. 7월 12일 방송된 8회 말미에서 문강태는 고문영에게 손찌검한 환자 보호자에게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문강태는 병원에서 정직을 당하고 고소장까지 받게 됐는데도 고문영을 찾아와 "나 너랑 놀러 가고 싶어"라고 말한다. 자신의 표정을 읽고 기분을 파악하는 자폐증 형 때문에 슬퍼도 웃고, 괴로워도 울었던 문강태는 이제 슬플 때 울고, 화날 때 소리칠 수 있는 사람이 된 것이다.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그렇게 고문영의 가벼움을 통해 상처와 트라우마로 얼룩진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당신은 언제든지 상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가벼운 행동, 말 하나로도 트라우마가 눈 녹듯 사라질 수 있다고. 그러니까 함께 이겨 내자고.
(사진=tvN '사이코지만 괜찮아' 방송화면 캡처)
뉴스엔 박은해 pe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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