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촌놈' 차태현·이승기 투톱이라면 '1박' 그림자 지우는 게 낫다

'서울촌놈', 차태현과 이승기가 체험하는 로컬의 맛 잘 살아나려면
'서울촌놈'이 주는 기대감은 지역정서 체험에서 나온다

[엔터미디어=정덕현] 어찌 보면 KBS <1박2일>의 한 기획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차태현과 이승기 모두 <1박2일>로 예능에 잔뼈가 굵은 이들이 아닌가. 하지만 tvN <서울촌놈>은 <1박2일>과는 확연히 다른 지점이 있다. 그것은 특정한 지역이 갖는 정서를 전면에 내세웠고, 그리고 그것이 어떤 면에서는 모든 게 중심이 되어버린 서울과는 다른(어떤 면에서는 더 좋은) 색깔이 있다고 주장하는 지점에서 나온다.

<서울촌놈>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첫 여행지로 찾아간 부산에서 차태현과 이승기는 '촌놈'이 된다. 지역의 자부심을 한껏 드러내는 그 곳 출신 인물들이 출연해 이 촌놈들에게 제대로 지역의 멋과 맛을 알려주는 건 그래서 약간의 대결구도 같은 게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으로 흥미를 끈다. 부산역에서 만난 장혁, 이시언 그리고 쌈디에게 그 곳을 찾은 차태현과 이승기는 그들의 사투리부터 배워보려 한다.

이시언이 특유의 톤으로 "예에-"하고 외치는 그 한 마디로 부산 특유의 사투리 톤을 알려줄 때, 경북과 경남이 어떤 차이가 있다고 하나하나 설명해주는 장혁이 서울살이를 오래해 사투리를 잘 쓰지 않는다는 그 상황이 우습다. 배가 고프다며 아침으로 뭘 먹으러 갈 거냐는 서울촌놈들의 질문에 돼지국밥을 이야기하자 찐 사투리에 짠 토박이 냄새 풀풀 풍기는 이시언과 쌈디가 그건 너무 대중적인 메뉴 아니냐고 툴툴대는 대목도 그렇고, 그래서 쌈디에게 본인은 아침에 뭘 추천하려 했냐는 질문에 '맥모닝' 먹는다는 농담에서는 부산 사람이라도 뭐가 다르냐는 뉘앙스가 묻어난다.

하지만 제작진이 편하게 밥을 먹여줄 리가 만무다. 마치 자기만 아는 맛집인 양 로컬의 자부심을 드러내며 추천해 찾아간 돼지국밥집에서 제작진이 갑자기 내놓은 '국밥 알아맞히기' 복불복이 펼쳐지고, 단번에 그 집 국밥을 알아맞히지 못하는 장혁의 당황하는 모습이 우습다. 심지어 서울에서 공수해온 설렁탕집 국밥을 이승기가 척 맞히는 대목에서는 로컬을 대표한다고는 했지만 의외로 허술한 저들의 모습에 빵 터지지 않을 수 없다.

복불복 게임을 통해 차태현과 이승기가 맛나게 돼지국밥에 수육, 순대를 먹는 동안 쫄쫄 굶으며 그걸 바라보는 장혁, 이시언, 쌈디의 모습은 여러 모로 <1박2일>의 복불복 게임을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다. 또 태종대까지 가서 소라와 멍게, 해삼을 놓고 벌이는 복불복 게임의 연속도 마찬가지다. 어떤 면에서는 어느 정도 보장된 재미요소를 집어넣으려 한 것인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나 싶은 면이 없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쌈디가 처음 음악을 하게 된 계기와 기회를 만들어줬던 클럽을 회고하고 그 곳을 찾아가는 여정은 이 프로그램을 지휘하는 류호진 PD가 잘 담아내는 정서적 측면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대목이다. 그저 지나치며 보면 그래피티가 있었던 부산 힙합의 성지처럼 보이는 부대 똥다리지만, 거기에 쌈디가 느낄 소회와 감정 같은 걸 얹어놓자 그 장면의 느낌 자체가 다르게 다가온다.

물론 지금은 사라졌지만 그 클럽을 운영했던 사장님을 다시 만나는 장면은 <TV는 사랑을 싣고>의 한 대목처럼 보이기도 한 게 사실이다. 눈물을 펑펑 쏟아내는 쌈디의 얼굴이 보는 시청자들에게도 먹먹함을 안겨주었으니 말이다.

<서울촌놈>은 이처럼 <1박2일>이나 <TV는 사랑을 싣고>의 한 대목을 보는 듯한 장면들이 들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건 아마도 새로운 기획을 시도하면서 갖게 되는 어떤 부담감 같은 걸 좀 더 검증된 소재나 방식을 동원해 상쇄해보려는 데서 나온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이런 불안감을 떨쳐내고 애초 <서울촌놈>이라는 기획이 하려는 로컬 정서라는 것을 좀 더 과감하게 치고 나와도 충분할 것 같다. 첫 방에 완벽할 수는 없는 법이다. 갈수록 본래 색깔에 충실해진다면 일요일 밤을 유쾌하게 채워줄 프로그램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