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혹평에도 '폐업 기로' 두 식당에 기대 갖게 된 이유
[오마이뉴스 김종성 기자]
▲ 8일 방송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
ⓒ SBS |
길고 길었던 '긴급 점검'이 끝났다. 분명 필요한 과정이라는 건 많은 이들이 공감했지만, 몇몇 식당들이 제작진의 접근방식 및 편집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뜨거운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골목상권을 살려야 한다는 프로그램의 대의와 방송의 혜택을 받은 식당들의 책임과 의무를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지가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고민으로 남았다. 아직까진 여러모로 뒷맛이 쓰다.
지난 8일 방송된 <골목식당>은 24번째 골목 '포항 꿈틀로' 첫 번째 이야기로 꾸며졌다. 오랜만에 새로운 식당들이 소개됐기 때문일까. 전체적으로 밝은 분위기로 진행됐다. 물론 이날 방송 분량은 지난 2월에 촬영해둔 것이었는데, 지금에야 전파를 탄 까닭은 대구경북 지역을 덮친 코로나19 확진자 급증 때문이었다. 중단됐던 촬영은 3개월 후 재개됐고, 꿈틀로 편은 최장기간 프로젝트가 됐다.
현재 포항 지역은 2017년 지진 발생 이후 관광객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져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19까지 겹쳤으니 그야말로 설상가상이었다. 한편, '꿈틀로'는 2016년 포항시가 구도심인 중앙동을 살리기 위한 일환으로 '문화예술조성사업'을 시작하면서 28개 점포가 입점해 있었다. <골목식당>의 솔루션을 받을 곳은 해초칼국숫집과 수제냉동돈가스집이었다.
▲ 8일 방송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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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은 구도심 상권의 특징에 대해 '초보 사장님들의 입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 이유는 활성화 됐던 과거에 비해 저렴해진 가겟세에 혹해서 들어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 경우, 창업에 대한 준비가 부실할 수밖에 없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5인 미만 소규모 음식점 70개 점포를 대상으로 평균 창업 준비 기간을 조사한 결과, 3개월 미만이 무려 65%에 달했다. 1년은 8.1%, 2년은 2.7%에 불과했다.
▲ 8일 방송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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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식당인 해초칼국숫집 사장님의 창업 준비 기간은 고작 한 달이었다. 백종원은 헛웃음을 지었다. 그 짧은 시간에 무엇을 준비할 수 있었겠는가. 역시나 사장님은 전형적인 초보 사장님의 티를 벗지 못하고 있었다. 우선, 메뉴가 무려 17개에 달했는데, 손님들의 요구에 휩쓸린 결과였다. 그런 식당 가운데 맛집이 없다는 건 <골목식당>이 아니라도 충분히 알고 있는 사실 아닌가.
동해 바다의 싱싱한 해초가 들어갈 것만 같았던 해초칼국수는 시제품인 해초면을 사용했다는 것 말고는 아무런 특징이 없었다. 게다가 해초 맛은 느껴지지도 않았다. 또, 재료로 들어가는 해물들도 죄다 냉동이라 맛이 실망스러웠다. 물론 장사가 잘 되지 않으니 신선도와 보관 문제로 불가피하게 냉동 해물을 사용하게 됐다고 해명했지만, 그 선택은 결국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었다.
사장님의 두 번째 주력 메뉴인 황태비빔국수 역시 백종원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황태의 딱딱한 식감은 비빔국수의 맛을 반감시켰다. 또, 황태를 취급하는 식당이 워낙 많아서 희소성도 떨어졌다. 백종원은 지역 색깔을 살린 정체성을 더하면 좋을 것 같다는 조언을 건넸다.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은 주먹구구식으로 늘어난 메뉴를 과감하게 손보는 것이었다.
▲ 8일 방송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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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사장님이 직접 만든 돈가스 소스는 맛이 괜찮은 편이었다. 다만, 열흘씩 얼려 보관한 고기는 신선함이 떨어졌고, 시판 냉동 돈가스와 다를 게 없었다는 건 개선해야 할 부분이었다. 결국 돈가스 전문점을 지향한다면 매일마다 돈가스 50장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 엄청난 노동을 사장님이 감당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또, 돈가스를 하기엔 열악한 환풍 시설과 튀김기도 바꿔야 했다.
사장님은 한번 일을 하면 정성껏 하는 편이라며 백종원에게 열심히 해보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냉장고에는 수제청들이 차곡차곡 들어 있었는데, 사장님의 꼼꼼함과 성실함을 엿볼 수 있었다. 또, 아버지가 갑상선암으로 투병까지 한 터라 이대로 장사를 그만둘 수 없다며 의욕을 드러냈다. 퇴직금을 모두 투자한 식당을 성공시킴으로써 아버지의 마음을 편하게 해드리고 싶었던 것이리라.
▲ 8일 방송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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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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