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 송지효, 원더우먼 아닌 캔디 캐릭터의 아쉬움[TV와치]

서유나 2020. 7. 9. 09:5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뉴스엔 서유나 기자]

대책 없는 사고에 필요한 준비물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기회와 백마탄 왕자들이었다. 원더우먼보단 21세기형 캔디 캐릭터 같았다.

7월 8일 첫 방송된 JTBC 수목드라마 '우리, 사랑했을까'(연출 김도형/극본 이승진) 1회에서는 어려운 사정에서도 홀로 씩씩하게 아이를 키워오던 노애정(송지효 분)이 하루 아침에 빚더미에 나앉았다. 이유는 믿었던 회사 대표의 배신. 노애정은 프로듀서 자리를 미끼로 유혹하는 대표에 넘어가 연대보증 각서에 사인을 했다. 노애정이 구경도 못하고 떠안은 빚은 무려 10억 5천만 원이었다.

하지만 노애정에겐 아직 기회가 남아 있었다. 회사 사무실에서 아주 오랜 세월 먼지에 파묻혀 잊혀 온 유명 작가 천억만(오대오 역, 손호준 분)의 시나리오 한 부와 판권 계약서를 발견한 것. 이에 노애정은 이 시나리오를 영화화해 천만관객을 달성하고 빚까지 청산하는 원대한 꿈을 꾸게 됐다. 노애정은 채권자인 나인캐피탈 사장 구파도(김민준 분)에게 시나리오 작가 천억만, 배우 류진(송종호 분)만 캐스팅해 오면 백억을 투자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이런 노애정의 모습에서는 원더우먼보단 캔디 캐릭터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 유명 작가 천억만이나 톱스타 류진이나 모두 노애정과 과거부터 인연이 닿아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 이들과의 만남은 노애정의 능력을 보여줄 깨기 어려운 퀘스트가 아니라 로맨스로 향하는 짜릿한 첫 발과도 같았다.

이들은 마치 막막한 상황에 처한 노애정을 위해 준비되어 있는 어벤져스 군단 같았다. 어느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시나리오와 능력만 발휘해 온다면 언제든 큰돈을 내줄 수 있는 구파도. 아무나 만나기는 힘든데 노애정의 연락 한 번엔 호기심을 갖고 약속을 잡는 천억만. 할리우드 진출을 앞두고 있는데 (인물 소개에 따르면) 만남만 성사되면 언제고 이를 포기할 준비가 돼 있는 류진까지. 시청자들은 노애정의 매력에 설득도 당하기 전에 이미 백마에 올라타 SOS 신호를 기다리는 왕자들을 목도하고 의아함에 빠졌다. 이는 이들의 과거 서사에 호기심을 자아내는 장치가 되기도 했지만 또한 백마탄 왕자의 도움을 받아야 사고를 수습할 수 있는 캔디 캐릭터의 아쉬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캔디 캐릭터에 대한 아쉬움은 싱글맘 노애정과 딸 노하늬(엄채영 분)를 그려내는 방식에서도 드러났다. 이날 노애정은 노하늬의 일로 학교의 부름을 받고 교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딸의 얘기를 듣기보단 고개 숙이기를 택했다. 평소 문제 학생도 아닌 딸의 일로 불려가며 노애정은 왜 낮은 자세를 택한 걸까.

더군다나 상대 부모는 노하늬가 한부모 가정의 아이라는 말에 "애가 맹랑하게 버릇이 없더라니 다 이유가 있었다. 한부모 가정일수록 아이를 엄하게 키워야 한다. 불쌍하다고 오냐오냐 다 받아주면 아이한테 아빠 없는 티가 난다"는 막말을 던졌다. 노애정의 낮은 자세에 더해진 이 막말은 노애정, 노하늬 모녀가 겪는 차별어린 시선을 극대화하며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캔디 감성 또한 극대화 시켰다. 노애정은 "제가 이 아이 아빠고 또 엄마"라고 맞받아치긴 했으나 시청자들의 기억에 더 강렬하게 남은 건 노애정의 대응이 아닌 차별의 시선이었다. 차라리 노애정이 노하늬에 대한 강한 믿음을 보여줬더라면, 이런 신파 느낌은 덜하지 않았을까.

'우리, 사랑했을까'는 첫방부터 조금은 익숙한 캐릭터들을 앞세웠다. 열심히 살다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남의 잘못까지 떠앉은 여주인공과 모든 것을 다 갖춘 듯한 남주인공들. 그리고 이들의 운명적 조우. 때문에 시청자들은 "기대만큼 신선하지가 않다", "조금 올드하다" 등의 아쉬운 반응을 자아냈다.

아직 1회를 끝낸 '우리, 사랑했을까'가 앞으로의 이야기로 이런 아쉬운 반응들을 극복해낼 수 있을까.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방송기준 시청률 2.003%를 기록하며 아쉬운 출발을 한 '우리, 사랑했을까'가 앞으로 보여줄 노력이 궁금해진다. (사진=JTBC '우리, 사랑했을까' 캡처)

뉴스엔 서유나 stranger77@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en@newsen.com copyrightⓒ 뉴스엔.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