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말전도된 '위대한 배태랑', 이러려고 김호중 캐스팅한 건가

김교석 칼럼니스트 2020. 7. 8.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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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배태랑', 비만과 먹방은 있는데 왜 다이어트는 없을까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JTBC 예능 <위대한 배태랑>은 목적과 방향을 잃어버린 다이어터를 보는 듯하다. 기획의도는 매우 간결하다. 체중감량이 절실한 예능인들의 처절한 다이어트 도전기라는 확실한 콘셉트를 내세웠지만, 페이스오버 쇼도, 함께 다이어트를 하는 듯한 공감대나 정보도, 새로운 볼거리란 측면에서도 많은 다이어터들처럼 헤매고 있는 모양새다.

<위대한 배태랑>은 이제 우리 예능계에서 한 영역을 확보한 정형돈, 안정환, 김용만 트리오의 새 예능 프로젝트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연을 맺은 정호영과 KBS2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서 일약 대식가 캐릭터로 등극한 현주엽, 그리고 말할 필요가 없는 2020년의 트로트 스타 중 한 명인 김호중이 다이어트라는 미션에 함께 도전한다. 출연자들은 각자 거창한 공약들을 쏟아내면서 전의를 다졌다. 하지만 6회가 진행된 지금 그 결과는 미미하고, 목표했던 바는 더욱 희미하다. 국가대표급 운동선수들과 트레이너가 도움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출연자들 대부분이 고도비만임을 감안하면 다이어트의 진행속도 또한 매우 더딘 편이다.

무엇보다 '다이어트'라는 확실한 목표가 있고, 멤버별로 거창한 공약을 내세웠음에도, 출연자들의 활약이 하나의 스토리로 모아지지가 않는다. 최근 3주간의 장기 프로젝트를 제외하면 매회 각기 다른 개별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첫 회의 배드민턴 기계와의 대결부터 시작해 게스트를 초대해 운동회를 벌이고, 자가발전 자전거를 돌려서 나오는 전력으로 음식을 해먹고, 매회 진수성찬 먹방에다 발레와 폴댄스를 배워 뮤직비디오를 완성하는 장기 프로젝트가 이어지는데, 이 모든 활동이 '다이어트'라는 목표 아래 벌어진 일이라고 하지만 설득되지 않는다. 관찰카메라 부분에서도 운동이나 다이어트에 대한 에피소드보다 안정환이 배정남을 만나 멧돼지고기를 먹고, 현주엽이 아들과 캠핑을 가서 소고기를 흡입하고, 정호영이 아내와 식당 뜰에서 영양 가득한 아침식사를 즐기는 먹방의 비중이 더 높다.

함께하는 단체미션에서는 <무한도전>의 그림자가 짙게 드러난다. 몸개그를 수반하는 각종 미션과 멤버들끼리 협동하는 장기 프로젝트, 견제와 협동의 냉온탕을 오가는 오프닝에서 <무한도전>의 향수가 살짝 스친다. <위대한 배태랑>이 내세운 '다이어트'는 목표점이 아니라 <무도>의 '평균 이하의 남성'과 같은 출발선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위대한 배태랑>은 기획의도나 마케팅과 달리 다이어트 프로그램이라기보다 무언가 결핍이 있는 멤버들을 모아놓고 그 지점에서 다양한 에피소드를 자유롭게 진행하는 리얼 버라이어티에 가깝다.

문제는, <무한도전>처럼 느껴질수록 다이어트라는 대전제와는 멀어진다는 데 있다. 내세운 간판과 실제 내용이 다르다보니 무엇을 하는 프로그램인지, 무엇을 보여주고자 하는 예능인지 시청자 입장에서 혼란스럽다. 출연자들이 왜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지, 왜 제작진이 이런 미션을 마련했는지가 꿰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다이어트에 대한 접근이 너무 가볍다. 멤버 각자 자신의 상황과 환경, 체질에 맞는 다이어트 방식을 고안하는 정보와 그런 계획을 따르는 험난한 여정과 유혹과 같은 다이어트를 다룬다면 응당 마련했어야 할 본질적 볼거리는 다루지 않는다.

아무리 예능이라지만 몇몇 장면은 위태해 보이기도 한다. 주로 운동이 가미된 미션을 수행한 직후 몸무게를 재면서 다이어트의 여부를 논한다. 제작진도 출연진도 전문가도 너무 잘 알다시피 운동 직후 체중계에 올라가는 것은 수분 손실의 영역이지 실제 칼로리 소비나 체중감량의 결과가 아니다. 진정성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은 또 있다. 3주간의 장기 프로젝트였던 발레&폴댄스 대장정의 막을 내리는 결론이 체중감량이 아닌 막강한 팬덤을 소유한 김호중의 곡 '너나나나' 뮤직비디오다.

<위대한 배태랑>은 다이어트라는 전 국민의 절반은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다루기로 해놓고, 10년 전 리얼 버라이어티를 답습하고 있다. 오늘날 예능은 과거 캐릭터쇼만 있으면 가능했던 리얼 버라이어티 시대와 달리 구체적인 효용을 시청자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위대한 배태랑>은 말로만 다이어트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처럼 말로만 다이어트를 이야기한다. 지금 같은 전개라면 요요와 같은 부작용은 걱정할 필요조차 없다. 직설적으로 '뚱뚱한 사람'들을 모아놓고 찍는 리얼 버라이어티라고 솔직하게 내놓았다면, 차라리 조금 더 지켜보기가 자연스러울 뻔했다.

김교석 칼럼니스트 mcwivern@naver.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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