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녀들', MBC의 실속파 효자상품인 이유

최영균 칼럼니스트 2020. 7. 6.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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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들', 관찰예능 지겹고 스포츠예능 별로인 사람들에게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MBC 예능 <선을 넘는 녀석들-리턴즈>(이하 <선녀들>)은 실속파 프로그램이다. 역사 강사 설민석과 전현무, 김종민, 유병재 등 MC들이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우리가 몰랐던 숨겨진 역사를 알아보는 탐사 여행 예능인데 실속이 있다 하는 이유는 재미는 물론 역사적 지식까지 챙길 수 있어서가 아니다. 프로그램 자체가 영리한 기획과 포지셔닝으로 예능 격전지에서 안정적으로 살아남고 있기 때문이다.

<선을 넘는 녀석들>의 동 시간대 경쟁자들은 SBS <미운 우리 새끼>(이하 <미우새>),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돌>), JTBC <뭉쳐야 찬다>(이하 <뭉찬>) 등이다. <미우새>와 <슈돌>은 지상파와 비지상파를 합친 예능 종합 순위에서도 최상위를 겨루는 인기 예능이다. <뭉찬>도 JTBC의 간판 예능 중 하나다.

시청률로 보면 시점에 따라 등락이 좀 있지만 최근 <미우새>가 10%대 중반, <슈돌>이 10%대 초반, <뭉찬>이 6% 전후를 기록하고 있다. <선녀들>은 4~5%대를 오가는데 비교하면 경쟁 프로그램 중 제일 낮지만 따로 떼어 보면 나쁘지 않은 시청률이다.

판세로 보면 <선녀들>은 관찰 예능인 <미우새>, <슈돌>, 스포츠 예능인 <뭉찬> 사이에서 교양 예능이라는 차별화로 세력 균형을 잘 이루고 있다. 삼국지의 천하삼분지계처럼 힘의 균형 속에 내실을 키워 언젠가 모두를 정복할 의도가 있는지까지는 모르겠지만 안정적인 구도를 만들어 존재감을 확실히 지키고 무시무시한 강적들과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다.

수를 세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은 관찰 예능에 대해 피로감이 있는 경우, 스포츠 예능에 취향이 안 맞는 경우, 또 역사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 있는 시청층이 모여 <선녀들>을 지키고 있다. 최근 들어 강해진 '국뽕' 분위기도 역사에 대한 자부심과 주변국에 대한 경쟁심으로 <선녀들> 시청을 독려하는 듯하다.

<선녀들>은 원래 해외 국가를 탐방하고 국경을 넘는 일을 보여주는 여행 프로그램에서 시작했다. 그러다가 시즌2 한반도편을 거쳐 지난해 8월 시작한 지금의 '리턴즈'에 와서는 서울, 부산, 경주, 통영 등 지역별로 역사적 사실을 다루다가 3.1절 특집부터는 다시 세종 한글 특집이나 조선왕조 특집 등 테마로 접근 중이다.

방송은 학창 시절 공부한 역사적 사실에서 좀 더 확장되고 세부적인 소재들을 다뤄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5일 방송의 경우 일본제국주의의 종말을 이끈 원자폭탄 투하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면서 폭격기의 출발지로 알려진 사이판 옆 티니안 섬의 일화들을 소개했다.

역사적 사실들은 워낙 드라마틱한 경우가 많아 객관적으로 소개만 하더라도 극적인 재미를 전달한다. <선녀들>은 우리가 흔히 지나치던 일상의 공간에 숨은 지식과 재미를 깨우치게도 한다. 지상낙원으로만 알려진 휴양지 사이판의 일제 침략사를 조망하고 수원성이나 남영동 같은 곳처럼 평소 특별한 의미부여 없이 왕래하던 많은 곳에서 역사의 교훈들을 드러낸다.

가급적 방송 일자 근처에 발생한 역사적 이슈들을 다뤄 관심을 높이도록 만들고 있다. 6.25 정약용 동의보감 등 드라마나 영화 등을 통해 익숙해진 소재들도 재조명하지만 동학농민전쟁처럼 예능에서 볼 것으로 예상 못 했던 아이템도 선보였다. 남영동 대공분실을 찾아갔던 4.19 특집처럼 현대사까지도 다루고 있다.

사실 <선녀들>은 웃음을 추구하는 예능이기보다 설민석의 현지 답사 강연 프로그램 측면이 강하다. 가끔 김종민의 평소 이미지와 다른 역사 지식 소개, 김종민 유병재의 역사 사실 꽁트 재현 등으로 웃음을 자아내지만 일반 예능에 비해 개그 빈도가 극히 적다. 하지만 예능의 재미를 웃음에만 가둬두고 생각하지 않은 기획이 <선녀들>을 만들어 냈다고 본다.

<선녀들>은 방송사 입장에서도 실속 있는 프로그램일 듯하다. <선녀들>은 많은 역사적 장면들이 필요한데 이를 영화나 드라마 그리고 다큐멘터리 등에서 쓰였던 장면을 활용해 처리하고 있다. 직접 연출한다고 해도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이상의 완성도가 나오기 힘들고 기존 장면들을 쓰는 것이 내용이 더 풍부할 수 있어서 굳이 이 방식을 피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방송 시간 상당 부분을 이처럼 자료 화면으로 처리한다면 비용도 절감하기가 수월할 듯하다. 저작권 사용료를 지불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자사 보유 콘텐츠로 대체할 수도 있고 방송 시간 전체를 직접 제작한 영상으로 채우는 것보다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좀 더 있어 보인다.

<선녀들>과 같은 프로그램을 선보이기는 쉽지 않겠지만 좀 더 늘어날 필요가 있다. 관찰과 요리로 쏠려 있는 예능의 선택권을 시청자들에게 늘려주고 방송사 입장에서는 실속 있는 운영이 가능한 윈윈의 사례니 말이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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