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함 제로' 민원왕 불나방, 제 옷 입은 나나 ['출사표' 첫방]

백지연 기자 2020. 7. 2.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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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사표 / 사진=KBS2 출사표

[스포츠투데이 백지연 기자]'출사표' 나나가 완벽한 캐릭터 싱크로율을 과시하며 순조로운 시작을 알렸다. 방송 전, 정치편향 논란이 있었으나 마원 구청이라는 배경보다 인물에 초점을 맞춰 우려를 잠재웠다.

1일 밤 첫 방송된 KBS2 새 수목드라마 '하라는 취업은 안 하고 출사표(극본 문현경·연출 황승기)에서는 민원왕 구세라(나나)와 원칙주의 마원 구청 5급 사무관 서공명의 본격적인 인연이 시작됐다.

'출사표'는 취업 대신 출마를 외친 청년들과 '정치 만렙' 의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명랑 코믹 정치 오피스 드라마다.

이날 방송에서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모범시민이자 일명 '불나방' 구세라의 모습이 그려졌다. 구세라는 어렵게 취업한 직장에서도 매번 부당한 상황에 적극적으로 맞서는가 하면 마원구 시민으로서 구에 문제가 생기면 불철주야 민원을 넣었다. 이런 구세라 때문에 마원 구청 사무관으로 있던 서공명을 비롯한 직원들은 민원왕 구세라를 '불나방'이라는 별칭으로 부르며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그러던 중 구세라는 자신의 어머니가 계 모임에서 5천만 원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았고 아끼던 오토바이를 팔기로 마음먹었다. 오토바이와의 아쉬운 작별의 현장, 갑자기 나타난 검은색 차 속 마원 구의원은 담배꽁초를 창문 밖으로 던졌고 그 꽁초는 구세라의 오토바이에 닿으면서 마찰이 생겼다. 구세라는 구의원의 차를 뒤쫓았고 불법주차를 한 뒤 건물 속으로 사라진 그의 행보에 여느 때와 같이 민원을 넣었다.

현장에 등장한 서공명은 구세라의 민원을 듣고 차주를 찾아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우연히 들어간 현장에서는 불법 도박이 한창이었고 구세라는 그를 제압해 '모범 시민' 표창을 수여했다. 이게 두 사람의 강렬한 첫 만남이었다.

하지만 이때부터 구세라의 모든 것이 꼬이기 시작했다. 다니던 회사의 대표가 구세라가 체포한 구의원과 친분이 있었고 하루아침 무직자가 됐다. 그러던 중 마원 구청에서 디자이너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봤고 마원 구청에서 일하게 됐다. 그러나 이번에도 여느 때와 같이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태도로 결국 잘리게 되는 상황에 처했다. 아버지의 구영태(안길강)가 조맹덕(안내상) 의원과 친분이 있어 새로운 직장을 구했으나 구세라는 자신이 낙하산으로 들어가면 누군가 일자리를 잃는다는 정의감에 이를 거절했다.

방송 말미 민원왕의 면모로 갖은 사건, 사고에 휘말리며 취업에 허덕이던 그는 '마원 구청 보궐 선거 후보자 신청' 포스터를 발견, 이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50여 명의 추전자의 힘을 받아 후보자로 나선 구세라는 서공명에게 후보자 등록 서류를 제출하며 본격적인 극의 막을 올렸다. 또한 마지막에 공개된 에필로그에서 서공명과 나나가 과거 초등학교 동창이었다는 사실이 공개되며 이들의 인연이 어떻게 이어질지에 귀추가 주목됐다.

출사표 / 사진=KBS2 출사표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첫 방송된 '출사표'의 시청률은 1, 2부 각각 3%, 3.5%를 기록했다. 이는 전 작인 '영혼수선공'의 첫 회 시청률 4.7%와 5.2%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다. 하지만 '영혼 수선공'의 마지막 시청률인 2.1%, 2.3%보다는 소폭 상승한 수치로 희망이 없는 저조한 수치는 아닌 듯하다.

사실 '출사표'는 방송 전부터 '악역이 모두 특정 정당을 연상하게 한다'며 정치적 편향성 논란에 휩싸이며 위태로운 모습 속 막을 올렸다. 하지만 제작발표회에서 황승기 감독은 정치 드라마이긴 하지만 로맨틱 코미디가 주가 됐고 정치는 극에서 작은 장치적 역할을 한다고 알리며 논란을 일축했다.

그의 소개대로 이날 '출사표'를 보자면 그의 말이 어떤 의미였던 지 알 수 있었다. '출사표'는 정의감에 불타는 청년 구세라라는 인물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마원 구청은 인물의 배경 정도의 장치적 역할을 해 불편함을 덜었다.

또한 패기 넘치는 구세라 역할을 연기한 나나는 캐릭터와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면모로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전작이었던 드라마 '저스티스'를 비롯해 다수 작품에서 도시적이고 차가운 이미지를 보여줬던 그가, 어딘가 코믹스러우면서도 내숭 없는 구세라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익살스럽고 가식 없는 표정으로 웃음을 유발했고 때로는 진심 어린 표정으로 사회에 맞서는 젊은이의 모습을 표현했다. 그는 제 옷을 입은 듯 완벽한 캐릭터 변신을 한 듯했다.

서공명 역시 까칠하면서도 원칙에 맞게 행동하는 서공명 역을 잘 소화했다. 특유의 감정 변화도 없는 듯한 표정과 시니컬한 말투는 폭발적인 성격을 지닌 구세라 캐릭터와 만나며 더욱 존재감을 드러냈고 이는 완벽한 케미를 이뤘다.

내용적 측면에서도 누구나 공감할법한 일상 민원, 취업, 사회에서 당할법한 부당한 상황들을 마주한 젊은이들의 모습을 담아 공감도 역시 높였다. 황승기 감독이 제작발표회에서 정치에 무심한 이들도 '출사표'를 통해 우리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지방정치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웠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던 바, 구세라 캐릭터와 서공명 캐릭터가 이러한 면을 잘 전할 수 있을 것 같은 가능성을 보였다. 또 장르가 정치를 안은 로맨틱 코미디 장르인 만큼 방송 말미 에필로그에서는 서공명과 구세라가 초등학교 동창이라는 사실이 공개, 서공명아 "구세라 많이 용 됐네"라는 의미심장한 말로 극의 흥미를 높여 이목을 집중시켰다.

KBS 미니시리즈가 올해 상반기 저조한 성적을 얻는 '늪'에 빠져있는 상황, '출사표'가 암흑 속 빛이 될 수 있을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출사표'는 매주 수, 목요일 밤 9시 30분 방송된다.

[스포츠투데이 백지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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