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스릴러된 '저녁같이' 사이코라 안 괜찮은 이 드라마[TV와치]

서유나 2020. 7. 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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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서유나 기자]

어디까지 밑바닥을 봐야 할까. 힐링 로맨스 드라마인 줄 알았는데 범죄 스릴러 장르가 돼 버렸다. 이 드라마는 사이코여서 안 괜찮았다.

지난 6월 30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저녁 같이 드실래요'(연출 고재현, 박봉섭/극본 이수하) 23~24회에서는 정재혁(이지훈 분)이 우도희(서지혜 분) 집 무단 침입범으로 밝혀졌다. 정재혁은 우도희가 집을 비운 사이 몰래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와 가재도구를 부쉈다. 이후 집에 돌아온 우도희는 피가 잔뜩 묻은 채로 "(현관) 비밀번호가 같더라. 그래서 예전으로 돌아간 거 같았다"며 횡설수설하는 정재혁의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런 정재혁의 민낯은 우도희는 몰랐지만 시청자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앞서 정재혁은 우도희와 가까워지고자 일부러 조명 나사를 헐겁게 풀어놔 진노을(손나은 분)을 위험에 빠트린 적도 있고, 분명 우도희가 집에 두고 갔던 김해경(송승헌 분)의 명함을 본인이 지니고 있는 모습으로 스토킹을 암시한 바 있다. 이날 정재혁의 민낯을 여실히 느낀 우도희는 "정신이 어떻게 된 거냐"며 사건을 문제 삼지 않는 대신 병원 상담을 권했다. 우도희가 느낀 감정은 상황에 대한 공포이기도 했고 한때 사랑했던 사람의 밑바닥에 대한 참담함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재혁의 범죄를 능가하는 행동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정재혁은 우도희가 현재 만나고 있는 김해경을 찾아가 "나는 우리 아버지처럼 그러지 않을 거다. 도희 끝까지 지킬 거다"라는 무서운 집착을 보여준 뒤 "설마 의사가 환자를 거부하는 거냐"고 협박했다. 정재혁은 의학 전문 기자였고 앞서 키에누(박호산 분)도 비슷한 방식으로 곤란에 빠트린 적이 있는 탓에 의사의 약점은 너무나 잘 알았다. 이후 정재혁은 알 수 없는 말로 김해경을 자극, 기자와 우도희에게 김해경이 자신을 향해 폭력을 휘두르는 모습을 보여줬다.

시청자들은 이런 정재혁의 도넘은 행동에 피로감을 호소했다. 어린시절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상처 많은 서사는 잘 알겠는데 굳이 이렇게까지 빌런화 될 필요가 있냐는 의문이었다. 하다 하다 이제는 스토킹까지 일삼는 정재혁이라는 캐릭터는 힐링 로맨스 드라마를 표방하는 '저녁 같이 드실래요'와 지나치게 결이 달랐다. 정재혁만 등장하면 마음이 답답해졌고 정재혁이라는 인물 하나로 드라마는 장르까지 넘나들었다.

사실 정재혁이라는 인물이 가진 이면은 예견돼 있었다. 극 초반 정재혁을 바라보는 키에누의 시선에서 두 사람의 악연이 암시됐기 때문. 이후 슬슬 키에누와 정재혁의 만남이 이뤄지며 그 비밀은 풀려가는듯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결국 키에누와 정재혁 간의 악연도 정재혁이 얼마만큼의 빌런인지를 설명하는 요소로 그쳤다. 극의 큰 전환점인줄 알았던 반전은 정재혁이란 인간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설명하는 장치에 불과했고 그렇게 사건은 전부 사라지고 정재혁이라는 인물만 남았다. 이제 시청자들의 뇌리엔 두 주인공의 로맨스보다 '빌런 정재혁'이 더 깊숙하게 박혔다.

이처럼 더 이상 풀어갈 사건은 없고 풀어낼 인물만 남은 탓일까. 정재혁의 행동은 갈수록 도를 넘고 있다. 그리고 이 정재혁을 견뎌내야 하는 건 우도희, 김해경뿐 아니라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힐링 로맨스를 보고 싶던 시청자들은 어느새 정재혁의 범죄물인지 성장물인지 애매모호한 장르를 보게 됐다. 이에 시청자들은 "로맨스를 찾아볼 수가 없다" "드라마에 아무 내용이 없다" "정신 건강에 나쁜 드라마"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그래도 '저녁 같이 드실래요'는 송승헌, 서지혜, 이지훈, 손나은이라는 신선한 조합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은 결과, 연이은 혹평 속에서도 꿋꿋이 월화극 시청률 1위를 지켜내고 있다. 하지만 시청률 그래프만 놓고 봤을 땐 기존 시청자들의 외면도 부정하기 어려운 바, 이제는 정말 돌파구를 찾아야 할 시점이 아닐까.

36부작으로 총 12회를 남겨둔 '저녁 같이 드실래요'가 정도를 지키는 캐릭터로 시청자들의 피로감을 해소하고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MBC '저녁 같이 드실래요' 캡처)

뉴스엔 서유나 stranger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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