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혁 "모두가 함께한 '렌트', 소용돌이 치는 에너지 느껴보세요" [엑's 인터뷰①]

김현정 2020. 7. 1.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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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열정은 솟구치지만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세상은 환멸의 도가니다. 자유로운 예술가들의 슬픈 현실, 그러나 처량하진 않다. 열정과 젊음, 사랑의 에너지가 가득한 무대로 관객의 호응을 이끈다.

뮤지컬 ‘렌트’에서 로저 역을 맡은 오종혁은 “오랜만에 즐겁게 공연하고 있다”라며 미소를 띠었다.

“슬픈 극은 마음이 힘들어지는데 오랜만에 즐거운 작품을 해 행복해요. 무대에서 대사나 감정이 아니라 사람을 보면서 가고 있다는 기분을 오랜만에 느껴요. 친구들을 보고 있고 친구들의 얘기를 듣고 있는 느낌이거든요. 그래서 공연하는 것 같지 않고 친구들과 싸우고 노는 것 같아요. 너무 오랜만에 즐겁고 행복하게 하고 있어요. 무대에 있는 순간이 행복해요.”

'렌트'가 한국 공연 20주년을 맞아 9년 만에 돌아왔다.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La Bohême)’을 현대화한 작품으로 브로드웨이 극작 작곡가 조나단 라슨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녹였다. 뉴욕 이스트 빌리지에 사는 가난한 예술가들의 꿈과 열정, 사랑과 우정, 삶에 대한 희망을 담는다. 1996년 미국에서, 2000년 한국에서 초연했다. 

오종혁은 로저 역할을 맡아 열연 중이다. 죽기 전 텅 빈 삶을 구원해줄 마지막 노래를 남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음악가다.

“저는 제가 하는 역할이 항상 어려운 것 같아요. 로저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정체된 인물이에요. 충격으로 멈춰 있죠. 나와의 싸움이 계속되고 내 안에서 찾지 못하고 헤매는 역할이에요. 이 친구의 아픔, 절망의 감정이 잘 전달될지 어렵더라고요.

미미를 알기 전까지 로저에게 노래 한 곡이라는 건 내가 삶을 살았던 증거라고 생각해요. 그 증거를 어떻게든 남기고 싶은 건데 그걸 표현하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마크는 많은 걸 드러내고 표현하는데 로저는 다 표현하고 드러낼 순 없거든요. 하면 할수록 더 어려워서 주변 인물에게 의지하고 느끼려고 해요. 밀어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친구들의 에너지가 들어오면서 조금씩 변해가요. 처음엔 부정적이지만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이들과 있을 때만은 즐겁거나 또 밉기도 하고요. 에너지들이 모여 결국 표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혼자서는 절대 표현할 수 없어요.”

로저는 미미와 러브라인을 그린다. 약물중독자, 에이즈 환자로 언제 죽을지 모르지만 오늘을 위해 사는 클럽 댄서다. 극은 비극적 삶을 형상화한 원작과 달리 미미를 살려 해피엔딩을 이룬다. 

“‘라보엠’이 그 시대의 아픔을 담았다면 ‘렌트’는 젊은이들의 치열함과 희망을 보여준 것 같아요. 아픔과 절망을 보여주는 것과 삶과 희망을 보여주는 것의 차이가 아닐까.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감히 생각하면 미미를 살려서 절박한 이 친구들이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전달해준 것 같아요. 미미가 살아있을 때 감격이 엄청나요. 살아줘 고맙고 유일한 소원을 이뤄준 느낌이 들어요. 바로 직전에 죽은 거로 생각하고 절실하게 이름을 부르잖아요. 살아날 때 너무 놀라고 당황했지만 애타게 그리던 사람이 내 앞에 있어요. 미미의 눈을 다시 보고 말을 다시 들을 수 있다는 게 엄청난 감격이에요.”


마약, 동성애, 에이즈 등이 만연한 90년대 미국 젊은이들의 고뇌와 갈등, 사랑을 주제로 했다. 시대나 고민하는 문제는 달라도 20대의 감수성 예민한 젊은이들이 성장하는 이야기여서 현재의 관객에게도 공감을 자아낸다.

“오디션을 준비할 때 많은 동료, 선배, 심지어 후배들까지 너무 좋겠다고 했어요. 저도 너무 하고 싶었어요. 배우로서 프로 무대에서 해보고 싶은 작품이 ‘렌트’라고 감히 말할 정도로 많은 배우들이 사랑하는 작품이에요. 배우들이 왜 사랑하는지 공연하면서 더 느껴요. ‘렌트’만의 에너지, 치열함 속 절망감, 희망 등 메시지가 굉장히 진해요. 연습 때 찾아내는 과정이 힘들고 머리 아팠지만 무대에서 너무 행복해하는 배우들을 보면서 관객도 폭발적인 에너지를 함께 느끼는 것 같아요. 서로 부딪히고 싸우고 즐거운 게 반복되면서 터져나오는 에너지가 커요. 배우와 관객이 ‘렌트’를 사랑하는 이유이지 않을까요.”

‘렌트’는 어느 한 인물이 아닌 다양한 캐릭터의 삶을 펼쳐낸다. 오종혁은 “결코 혼자 표현할 수 없는 작품”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연출, 제작사, 크리에이티브팀 등 하나같이 ‘렌트’는 하나라고 해줬어요. 앙상블도 주연도 조연도 없어요. 모든 사람이 있어야 ‘렌트’인 거예요. 인물 한 명 한 명 정말 그래요. 로저 역시 친구들이 없다면 움직일 수 없는 캐릭터에요. 공연하면서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느껴 행복한 것 같아요. 배우들이 서로를 느끼고 부딪히고 흡수되고 폭발하면서 관객이 더 큰 감동을 받을 수 있죠. 제가 느낀 소용돌이 치는 감정을 같이 느꼈으면 좋겠어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신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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