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리뷰]'소리꾼', 판소리 취향 차도 뛰어넘는 쫀쫀한 가족극

강효진 기자 입력 2020. 7. 1.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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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리꾼 포스터. 제공ㅣ리틀빅픽쳐스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가장 한국적인 뮤지컬 영화 '소리꾼'이 1일 개봉한다. '판소리'라는 소재가 젊은 관객층에게 고루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타이틀 문구에 숨겨진 '뮤지컬'이라는 포인트에 이 영화의 진짜 매력이 담겨 있다.

'소리꾼'(감독 조정래, 제작 제이오엔터테인먼트)는 소리꾼들의 희로애락을 조선팔도의 풍광명미와 아름다운 가락으로 빚어낸 영화다. 소리꾼 학규(이봉근)가 납치된 아내 간난(이유리)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담았다.

판소리라는 소재가 익숙지 않은 관객들에겐 이 작품이 예매 전부터 고민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 영화는 판소리의 매력을 관객들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눈에 띄게 스토리에 흡인력이 있는 작품이다. 더불어 펼쳐지는 소리의 향연은 화려한 자연풍광과 어우러져 관객들을 부담스럽지 않게 감싼다.

5대 판소리 중 하나인 '심청가'를 기반으로 펼쳐지는 스토리는 상당히 흥미롭게 전개된다. 조정래 감독은 '심청가'를 살짝 비틀고 상상력을 더해 학규가 아내를 찾아 떠나는 여정 중 직접 만든 노래로 설정했다. '심청가'라면 한국 사람 누구나 아는 스토리인만큼, 영화에 차용된 '심청가'가 어떻게 변주되는지 보는 재미가 있다.

특히 인당수 신은 '한국형 뮤지컬 영화'라는 타이틀이 가장 잘 어울리는 명장면이다. 다수의 인원이 소리를 하는 신이 색다르고 신선한 매력으로 느껴진다. 이 영화의 킬링파트로 꼽을 수 있을 정도다.

배우들 중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심청 역을 맡은 김하연이다. 성인 배우들이 입을 모아 '천재'라고 말할 정도의 뜨거운 열연으로 신과 신의 윤활류 역할을 해냈다. 이유리 역시 짧은 분량에도 신스틸러로서 강렬한 연기력을 뽐냈다. 사랑스럽지만 강단있는 매력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름이 의도적으로 감춰진 몰락 양반 역의 김동완은 이 영화의 히든카드다. 김동완이라는 스타가 갖는 특유의 능청스럽고 유들유들한 매력을 캐릭터에 잘 녹여냈다.

▲ 소리꾼 스틸. 제공ㅣ리틀빅픽쳐스

첫 연기 데뷔작에서 주연을 맡은 이봉근의 연기는 다소 아쉽다. 후반 신으로 갈수록 나아지는 편이지만 소극적인 캐릭터 해석 탓에 가슴 한켠에 간질간질하게 남은 답답함이 해소되지 않는 느낌이 있다. 유독 소리하는 신과 아닌 신의 에너지 차이가 극명하다. 연기하는 신에서는 화면 장악력이 미약하지만, 소리하는 신에서는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감정이 휘몰아치는 열연을 보여준다. 파격적인 기용이었기에 기대가 큰 만큼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다만 조정래 감독이 그를 고집해야 했던 이유는 모든 관객들이 납득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봉근을 통해 이 영화의 '소리 진정성' 농도를 100%로 만들려는 의지가 강하게 엿보인다.

특히 후반부에는 이봉근의 진가가 폭발하는 신이 등장한다. 관객들을 울려야하는 영화 속 학규의 미션이 스크린 밖 객석까지 넘어오는 장면이다. 현장 동시녹음으로 감정선과 100%의 싱크로율로 터져나오는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영화 속 학규의 노래를 듣는 한 명의 조선시대 백성이 된 듯한 기분을 체험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영화는 정직하게 액자 바깥의 '심청가'와 학규의 소리 안에서 펼쳐지는 액자 안 '심청가'의 투 트랙 전개를 쫀쫀하게 오가며 엔딩으로 흘러간다. 두개의 스토리를 겹쳐놨지만 조정래 감독의 깔끔한 연출력으로 이야기가 뒤섞이지 않게 표현했다. 오히려 이같은 구성이 모두가 아는 '심청가' 스토리를 이어가는 지루함을 덜어준다.

막바지엔 충격을 위한 뻔한 충격 대신 있어야 할 자리에 적절한 권선징악의 카타르시스를 주며 힘을 더한다. 사라진 간난이를 찾는 뻔한 추적극이 아닌 길에서 우연히 만난 인연들이 결합하고 서로를 의지하며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아름답고 포근하게 담아낸 점이 인상적이다.

7월 1일 개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19분.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bestest@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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