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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로 '눈' 뜬, 조정래·이봉근 이야기 [이해리의 듀얼인터뷰]

이해리 기자 입력 2020.07.01. 06:57

'뚝심' 그리고 '운명'.

판소리의 기원을 찾아가는 애잔한 여정을 영화 '판소리'로 완성해 1일 관객에 내놓는 조정래 감독(47)과 주연을 맡은 국악인 이봉근(37)을 상징하는 단어이다.

358만 관객이 선택한 '귀향'부터 '파울볼'까지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를 넘나든 조정래 감독과 소리의 명맥을 이어가는 명창 이봉근이 '소리꾼'에 의기투합한 것은 '우리 소리를 널리 알리겠다'는 책임감 때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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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리꾼’을 연출한 조정래 감독(왼쪽)과 주연배우이자 국악인 이봉근. 판소리의 기원을 찾는 여정을 드라마틱한 이야기로 완성한 두 사람은 “어려운 시기 영화가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판소리 전문가 조정래 감독 ‘서편제’ 본 뒤 소리에 빠졌다 ‘소리꾼’은 성장드라마같지만 본질은 서사를 지닌 음악영화 국악인이자 주연배우 이봉근 명창들 대거 몰린 오디션서 긴장 극을 이끄는 주인공은 처음이라 인물 감정에 충실…소리로 폭발

‘뚝심’ 그리고 ‘운명’.

판소리의 기원을 찾아가는 애잔한 여정을 영화 ‘판소리’로 완성해 1일 관객에 내놓는 조정래 감독(47)과 주연을 맡은 국악인 이봉근(37)을 상징하는 단어이다. 삶의 대부분을 판소리와 더불어 숨 쉬어온 이들은 “교만하게 들릴지 몰라도 이번 영화에 전부를 쏟아 부었다”고 했다. 녹록치 않은 제작 상황의 어려움을 딛고 진심으로 임했다는 의미다.

358만 관객이 선택한 ‘귀향’부터 ‘파울볼’까지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를 넘나든 조정래 감독과 소리의 명맥을 이어가는 명창 이봉근이 ‘소리꾼’에 의기투합한 것은 ‘우리 소리를 널리 알리겠다’는 책임감 때문이 아니다. 고유한 우리 정서가 녹아든 음악을 함께 나누고, 같이 느껴보자고 내미는 소박한 손길이다. 6월29일 두 사람을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 ‘서편제’, ‘소리꾼’의 출발

조정래 감독은 1993년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를 보고 “인생이 바뀌었다”고 했다. 소리에 매료돼 직접 판소리를 배웠고, 20여 년간 고수로도 활동했다. 한창 소리에 빠진 대학교 3학년 때 ‘심청가’를 빗대 쓴 단편시나리오가 ‘소리꾼’의 출발이다.

“왜 소리에 빠져드는지 스스로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심취했어요. 특히 ‘심청가’는 제 인생을 찾아가는 과정처럼 다가왔어요. 주인공 심학규가 눈을 뜨는 게 개인의 성장이나 각성을 의미하는 것 같았어요. 그리스 신화처럼 느껴지기도 했고요.” (조정래)

‘소리꾼’은 부패한 권력 탓에 피폐해진 조선 영조 시기, 사라진 아내를 찾으려고 어린 딸과 길을 나선 소리꾼 학규의 이야기다. 길에서 만난 사연 많은 이들과 얽혀 학규가 쏟아내는 소리가 ‘심청가’로 이어지는 극 중 극 형식을 통해 ‘판소리의 시작’을 상상으로 풀어낸다.

조정래 감독은 “가족의 복원이란 테마를 가진 성장 드라마이지만 본질은 음악영화”라며 “ 서사의 흐름 아래 저절로 음악이 느껴지길 바랐다”고 했다.

영화 ‘소리꾼’의 한 장면. 사진제공|제이오엔터테인먼트

소리에 흠뻑 빠진 감독과 명창 이봉근의 만남은 자연스러웠다. ‘소리꾼’ 이전에 국악뮤지컬 창작집단 타루에서 감독은 고수로, 이봉근은 소리로 호흡을 맞췄다. 물론 영화 캐스팅이 친분으로 이뤄진 건 아니다.

“감독님 성격이 아주 공명정대해요. 하하! 오디션 정보도, 합격 소식도, 직접 듣지 못했어요. 어지간해선 떨지 않는 편인데 오디션은 다르더라고요. 진짜 나 자신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부채를 쥔 손이 부들부들 떨렸어요.” (이봉근)

‘소리꾼’ 오디션에는 국악계 스타 명창들이 대거 몰렸다. 감독은 처음부터 “학규 역은 진짜 소리꾼이 맡아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에 우려를 표하는 이들도 많았다. 영화를 이끌려면 연기력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었다. 이봉근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지 모를 일이다.

“학규는 덜렁대고 겁도 많고 ‘아내 바보’ 같은 이미지에요. 봉근 씨는 겉으론 잘생긴 청년의 모습이지만 어리숙하고 순수한 면도 있어요. 단호한 눈빛에선 결기가 느껴지기도 하고요. 제가 생각한 바로 그 인물입니다.” (조정래)

국악 공연이나 대중음악 협업 경험이 많다고 해도 이봉근은 연기 경험이 없는 ‘신인’이다. 게다가 극을 이끄는 주연이다. 덜컥 캐스팅 된 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사극영화를 찾아보고 또 보는 일 뿐이었다. 연기 기술을 익히기보다 인물의 감정에 들어가는 게 중요하다는 것도 그런 과정을 통해 깨달았다.

“아내를 찾는 여정에서 점차 말수도 줄고 수동적으로 변해요. 하지만 소리를 할 때만큼은 응축한 감정을 폭발하죠. 저도 그래요. 평소 담은 에너지가 소리로 폭발할 때의 힘을 늘 경험해왔어요.” (이봉근)

1일 개봉하는 영화 ‘소리꾼‘의 조정래 감독(왼쪽)과 주인공 학규 역을 맡은 명창 이봉근. 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 고향 남원에서 판소리 시작

영화 마지막 장면은 이봉근의 저력이 집약됐다. 그가 내지르는 절창이 스크린을 뚫고 객석까지 전해진다. 명창의 힘이다. 이봉근은 고향인 전북 남원에서 판소리를 익혔다. 아버지의 권유로 서예를 시작해 매일 3시간씩 먹을 갈았지만 이내 아들의 재능 없음을 눈치 채고 다시 판소리를 권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다.

“하다 보니 여러 방면에서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게 판소리라는 걸 알았어요. 이야기를 풀어내다보면 그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요. ‘소리꾼’의 학규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얘기를 전하려고 소리를 시작하죠. 하고 싶은 말에 자연히 노래가 섞이면서 ‘판노래’가 아닌 ‘판소리’가 된 게 아닐까요.” (이봉근)

“‘소리꾼’은 판소리의 완성본이 아니라, 소리 가운데서도 심청가가 탄생한 원류를 찾아가는 일종의 추적극입니다. 물론 허구이죠. 세상의 창작은 모두 공동의 창작이란 말이 있듯, 이번 영화에 참여한 모두 감독이었어요.” (조정래)

조정래 감독은 이봉근을 두고 “노력하는 천재”라고 칭했다. “타고난 천재인데 이봉근처럼 노력하는 사람도 찾기 어렵다”며 “심지어 이봉근은 즐기면서 하는 천재가 됐다”고 했다. 바로 옆에서 이런 말을 듣기 쑥스러웠는지 이봉근도 감독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영화로 정확히 하는 연출자”라며 “뚝심으로 제대로 만드는 감독”이라는 평을 더했다.

오랜만의 판소리 영화에 동료들도 반긴다. ‘서편제’의 주인공이자 이봉근의 스승인 오정해는 방송 인터뷰에 동참해 영화를 적극 알린다. “삶이 어렵고 요즘 다들 힘들잖아요. 우리가 함께 나눌 수 있는 이야기, ‘소리꾼’이 작은 위로나마 건넬 수 있기를 바랍니다.” (조정래)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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