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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선의 배우탐구] 돌아온 김수현,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사랑스러운 배우들

홍종선 입력 2020.06.30. 18:34 수정 2020.06.30.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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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 김수현, 뚝심 있는 선택으로 성공적 복귀
서예지-오정세, 탄탄한 연기로 시청자 사로잡아
강기둥, 박규영, 김창완, 장영남 등 명연기 잔치
ⓒ '사이코지만 괜찮아' 공식홈페이지

김수현을 보려고 시청을 시작한 드라마였다. 군 전역 후 선택한 첫 작품, ‘사이코지만 괜찮아’. 영화 ‘리얼’처럼 낯선 요소들이 많은 드라마로 복귀하는 모습을 보며 김수현, 역시 간단치 않은 배우라 생각했다. 입대 전 마지막 영화 ‘리얼’이 지나친 개성, 대중성 부족으로 좋지 않은 성과를 냈던 만큼 제대 후 첫 작품은 결이 다르리라 예상돼 궁금증이 증폭됐다.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형식미에 있어서 ‘리얼’보다 기존 문법에서 벗어나 있다. 그런데 재미있다. 어쩌면 이유는 간단하다. ‘리얼’의 새로운 시도들은 스토리를 뚝뚝 끊어지게 했고 이해의 정도를 낮췄다. 이해가 돼야 감정이입도 가능한데 관객은 ‘리얼’을 소화하기 쉽지 않았고, 멀게 느껴질수록 혹평이 거셌다. 반면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기본 스토리 라인과 인물들의 대결구도가 명확하다 보니 새로운 시도들이 ‘낯설게’가 아니라 ‘신선하게’ 느껴지며 호평을 키웠다. 애니메이션 같기도 하고 삽화 같기도 한 영상들이 자유자재로 끼어들고 적절한 타이밍에 현실과 환상, 현재와 회상이 오간다. 그리고 이 사이 사이들을 멋진 음악이 유려하게 메운다. 장면 장면 공들인 표가 나니 시청자로서 박신우 연출가와 수많은 스태프가 고맙기 그지없다.


그래도 일등공신은 배우들이다. 연출과 제작진의 의도와 노력을 온몸에 담아 우리의 마음에 누수 없이 전달해 주는 이들. 김수현 편 배우탐구를 쓰려던 계획을 무너뜨리고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사랑스러운 배우들 편으로 변환케 한 주인공들 말이다.


김수현 ⓒ '사이코지만 괜찮아' 공식홈페이지

애초의 계획이었던 김수현부터 얘기해 보자. 드라마 ‘드림하이’에서 진한 사투리 연기로 넉살 좋은 송삼동을 연기할 때, 솔직히 무서웠다. 가장자리가 어디일까 궁금해지는 에너지의 크기. 하지만 그는 에너지에 짓눌리지 않고 좋은 조절력을 보여 주며 성장했다. 드라마 ‘해를 품은 달’과 ‘별에서 온 그대’, ‘프로듀샤’까지 한가인, 전지현, 공효진 선배 배우들과 맞붙어 자신의 드라마로 만드는 저력을 보였다. 특히나 ‘별에서 온 그대’를 함께한 천송이 역의 전지현과 함께 중국 한류에 올라타고 단숨에 범아시아 스타가 됐다. 영화 ‘도둑들’의 잠파노는 예니콜 전지현의 마음을 흔들었고,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동네 바보 동구이자 남파공작원 원류환은 대한민국 여성들의 마음을 훔쳤다. 그리곤 우리가 김수현이라는 배우를 만끽하게 전에 입대와 함께 잠복기에 들어갔다.


장기적으로 볼 때 전략적 타이밍이었다. 우리는 그를 기다렸고 김수현은 돌아왔다, ‘리얼’처럼 실험적이지만 훨씬 진보된 작품 ‘사이코지만 괜찮아’와 함께. 배우 김수현의 ‘뚝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젊은 혈기와 도전 정신이 그대로임을 보여 주는 동시에 그다음 행보에 대한 안정적 포석이 되고 있다. ‘리얼’을 의식해 평이하고 안전한 작품으로 돌아왔다면 그건 성공했을지 몰라도 그다음 발 디딜 곳이 잘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작품만 잘 고른 게 아니다. 김수현이라는 배우가 무엇에 능한지 여실지 보여 주고 있다. 북의 지령이 끊어진 지 오래, 남한에서 자가생존하고 있는 공작원의 애환과 결기를 설득력 있게 표현했던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그 단단함, 옳지 않은 길은 곁눈질도 하지 않을 것 같은 ‘프로듀사’의 그 건강함은 기본. 자폐증을 앓고 있는 형 문상태(오정세 분)를 엄마처럼 품는 넉넉함, 그러나 그 뒤에 숨겨진 쓸쓸함과 상처를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문강태를 통해 새로이 보여 주고 있다.


서예지 ⓒ '사이코지만 괜찮아' 공식홈페이지

배우 서예지. ‘너는 어느 별에서 왔니?’라고 묻고 싶을 만큼 완벽한 외모와 탄탄한 연기력을 발산 중이다. ‘저음의 목소리가 매력적’인 배우 정도로 생각하고 눈여겨 기억하지 않은 게 미안할 정도다. 서예지는 현실의 공문영 작가와 동화 속 마녀의 이미지를 동시에 발산한다. 공 작가일 때도 평범한 사람인가, 오랜 세월을 살아온 불사의 존재인가, 시청자로 하여금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배우 수애를 연상시키는 얼굴, 화려함과 동양적 아름다움을 동시에 지닌 것도 눈길을 붙든다.


오정세 ⓒ '사이코지만 괜찮아' 공식홈페이지

배우 오정세가 우리에게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는 그간의 숱한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알고 있었고 매번 무릎을 쳤지만. 이번엔 또 그 이상이다. 경쟁 상대가 자신인 배우, 스스로 한계를 뛰어넘는 배우의 원형을 문상태를 통해 확인시킨다. 그동안 많은 자폐 연기를 보아 왔지만 ‘연기 잘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원래부터 문상태였던 것 같은 연기를 오정세가 해냈다. 연출했다는 게 느껴지지 않는 연출이 최고이듯 연기로 느껴지지 않는 연기, 감동이다.


박규영(위)과 강기둥 ⓒ '사이코지만 괜찮아' 공식홈페이지

문강태의 의리 넘치는 친구, 조재수 역의 강기둥과 문강태를 짝사랑하는 남주리 역의 박규영.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의 웃음 콤비는 다시 보는 것만으로 반갑다. 강기둥은 ‘로맨스는 별책부록’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비타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제2의 조정석’, 혹은 그 이상이 될지 모르는 깨방정 연기의 달인, 재간둥이 연기자다. 박규영은 눈을 의심했다. 어, 정말 ‘로맨스는 별책부록’의 그 철없고 귀여운 오지율 맞아? 이번엔 차분하고 사려 깊은 간호사로 확 달라졌다.


ⓒ '사이코지만 괜찮아' 공식홈페이지

드라마 속 ‘괜찮은 병원’에는 괜찮은 배우들이 수두룩하다. 오지왕 원장 역의 김창완은 능청 연기의 1인자답게, 박행자 수간호사 역의 장영남은 공정하면서도 마음 넉넉한 어른 이미지 그대로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받치고 있다. 선별 역의 장규리는 자칫 편집될 수도 있는 작은 표현들을 자연스럽게 살려 제 분량을 확보하고 있고, 조증 환자 권기도 역의 곽동연은 자신에게 배당된 장면들만큼은 주연배우처럼 소화해 차기작을 기대케 한다. 주리 엄마 역의 김미경을 비롯해 김기천, 이얼, 정재광 등 이름을 적지 못한 출연진까지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사랑스러운 배우들 잔치다.

데일리안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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