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사라진시간' 정진영 "두려운 감독 데뷔, 비난도 내 몫"

조연경 입력 2020. 6. 28.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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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이루기 위한 도전에 한계는 없다. 나이는 더 더욱 의미 없다. 어차피 후회와 아쉬움이 공존할 인생이라면, 평생 꿈꿔왔던 일이 있다면, 한번쯤 저질러 보는 것도 애쓰며 살아 온 나에 대한, 내 인생을 위한 깜짝 선물이 될 수 있다. 배우 정진영(55)이 데뷔 30여 년만에 카메라 앞이 아닌 카메라 뒤에 섰다. 직접 쓴 시나리오로 메가폰까지 잡아 감독 데뷔 신고식을 치른다. 개봉을 앞두고 "발가벗겨진 기분"이라는 속내를 토로하면서도 "모든 과정이 행복했다"는 솔직한 고백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되, 누구에게도 피해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컸던 시간. 영화계 선·후배들의 응원 속 세상에 내놓게 된 영화 '사라진 시간'은 용기내지 않았다면 가져 보지도 못했을, '감독 정진영'이라는 새로운 시간을 완성해준 고마운 매개체다.

-첫 연출작을 선보이게 됐다. "담담할 줄 알았다. 이준익 감독님이 '개봉 앞두면 미칠걸?'이라고 응원반 놀림반의 말씀을 하셨는데 '저 양반이 좀 유난해' 하면서 넘겼다. 근데 진짜 코 앞으로 다가오니까 미치겠다. 발가벗져진 느낌이 든다. 배우도 늘 평가받는 자리지만, 내가 직접 만든 작품을 보여주는건 또 다른 문제다. 어떤 솜씨가 아니라 그냥 내 전체를 다 드러내야 하는 상황 같아서 굉장히 이상하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 표현되는 만큼 본인의 생각이 녹아들 수 밖에 없어서 일까. "숨을데가 없는 것 같다. 영화와 함께 툭 던져진 기분이랄까? 내가 빼어난 연출 솜씨를 가지고 시작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투박하게 진심으로 다가가자'는 마음 뿐이었다."

-'용기를 냈다'고 표현했다. "긴 시간 배우로 살았고, '연출할 능력이 안 된다'고 스스로 평가했기에 도전도 시도도 하지 않았다. '망신 당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하고 싶다'는 의지보다 컸던 것 같다. 이후에도 정식으로 연출 공부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4년전 쯤 '결과가 어찌되든 해보자'는 용기가 샘솟았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고, 시작이라도 해본다면 나 자신은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자극을 받은 계기, 혹은 사람이 있었나. "엉뚱한 에피소드일 수 있지만, 연출의 꿈을 스물스물 갖게 된 것이 '화려한 유혹'이라는 드라마 이후다. 당시 김창완 선배와 같이 연기를 했는데, 난 당연히 그 선배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했던 분인 줄 알았다. '기타 언제 배우셨어요?'라고 물었더니 '대학교 때'라고 답하시더라. '예?'라는 반응이 바로 튀어 나왔다. 이어 '난 바람소리, 엄마 자장가 소리만 들었지 비틀즈 노래도 안 듣고 자랐어. 지금도 그냥 내가 생각하는대로 음악을 해'라고 하셨다. 너무 놀랐고 약이 오르기도 했다. '어떻게 저런 아티스트가 대학교 때 기타를 배워 음악을 할 수 있을까' 싶었다. 내가 주저하고 망설였던 이유 중 하나가 '체계적인 연출 학습이 안 돼 있다'는 것이었다. 연출부 막내 경험을 하기는 했지만, 그 때부터도 20년 전의 일이었다. 근데 선배를 보면서 '무엇을 학습하기 전에, 느껴지는 무엇으로 자신만의 것을 한다면 하나의 언어가 될 수 있구나'라는 것을 새롭게 배우게 됐다. 그렇다고 내가 김창완 선배처럼 대가라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평을 받더라도 내 스타일로 가보자' 다짐하게 된 계기가 됐다."

-직접 경헝한 '감독' 자리는 어땠나. "'거대 자본이 아닌 이야기를 운반할 수 있을 정도의 작업과, 함께 하는 동료들의 진심만 소통이 된다면 그래도 성공적이지 않나' 싶었다. 당연히 어려웠지만 행복했다. 글을 쓰면서 몇 일을 고민하다 탁 풀리는 순간, 정신없이 돌아가는 촬영장, 아무것도 몰랐던 후반 작업까지 모든 과정이 행복했다. 지금은 머릿속이 딱 백지가 된 상태인데 끝나봐야 '진짜 뭐였구나' 깨닫게 될 것 같다. 아직은 낯설다."

-'사라진 시간'은 어떤 영화로 설계했나. "'사라진 시간' 이전에 쓰던 시나리오가 하나 있었다. 나름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방식을 갖고 있다 생각했는데 익숙한 관습에 사로잡혀 있더라. '뒤늦게 내 이야기를 하겠다면서 남들 흉내만 내고 있네. 내가 왜 이렇게 하고 있지?' 싶어 그 시나리오를 그대로 버렸다. 그 이후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보여주지 않고, 규칙에 어긋나든 말든 내 맘대로 쭉쭉 써내려갔다. 원래는 모난 돌이었는데 자꾸 터치를 받다 보면 둥근 돌이 된다. 난 둥근 돌을 하고 싶지 않았다. 당연히 불안했지만 '비난도 내 몫이다'고 받아들였다."

〉〉②에서 계속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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