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자(?)' 포용한 '도시어부2'의 전략이 먹혔다

김상화 입력 2020. 6. 26.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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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리뷰] 멤버 수 늘리고 캐릭터 쇼로 변모.. 재도약 기회 마련

[오마이뉴스 김상화 기자]

 채널A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2'의 한 장면
ⓒ 채널A
 
수년 사이 목요일 밤은 이른바 '예능 블랙홀'로 취급받곤 했다. 이렇다할 인기 프로그램도 없었지만 지상파, 케이블, 종편 할 것 없이 대다수 신설 프로그램들이 오래 버티지 못하고 조기 종영의 쓴맛을 봤기 때문이다. 십 수 년 넘게 터줏대감 노릇을 하던 KBS <해피투게더>마저 바닥세를 면치 못하다 결국 지난 4월 작별을 고했다.  

그런데 예외도 있었으니 바로 채널A의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였다. 2017년 9월 첫 방송 후 꾸준히 세력을 넓히면서 이듬해까지만 하더라도 지상파를 앞지르는 화제성, 인기를 누리면서 예능 약세 방송국인 채널A의 체면을 세워줬다. 하지만 호사다마였을까. 고정 출연자였던 마이크로닷이 그해 말 논란이 된 부모의 사기사건 문제로 하차하면서 프로그램의 틀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트로트 열풍에 흔들린 아성... 시즌2의 불안한 출발
 
 채널A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2'의 한 장면
ⓒ 채널A
 
장도연을 새로 투입하며 위기 봉합에 나섰지만 2019년 TV조선의 대히트작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사랑의 콜센타> 등이 연이어 목요일 밤에 배치되면서 <도시어부>의 전성기는 하루아침에 막을 내리고 말았다.  

3개월간의 휴식기를 거친 후 시즌2로 재개된 지난해 12월부터 <도시어부2>는 '대항해시대'라는 부제를 내걸면서 해외 출조 위주로 방향을 선회하고 이덕화+이경규 2인 구성에 게스트를 합류시키는 조촐한 조합을 선보였지만 과거 시즌1 만큼의 재미를 유발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국내에선 보기 드문 대형 어종 낚시로 볼거리 마련에 힘을 기울이긴 했지만 기존처럼 아기자기했던 재미를 만들어내지 못하자, 시청자들의 관심이 예전같지 않았다. 분명 조업의 규모는 블록버스터급으로 커졌지만 정작 사람들이 기대했던 유머 넘치는 구성은 한순간에 사라져버렸기 때문. 

자칫 이도저도 아닌 후속 시즌이 될 수 있던 찰나, <도시어부2>는 다시 국내 낚시로 발걸음을 옮김과 동시에 새로운 출연진을 투입하며 돌파구를 마련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더 이상 해외 촬영이 불가능해진 게 가장 큰 이유였지만 프로그램으로선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었다. 

고정 멤버 확대...배신자(?)도 품에 안은 포용력
 
 채널A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2'의 한 장면
ⓒ 채널A
 
지난 3월부터 <도시어부2>는 과거 이 프로그램에 초대 손님으로 자주 등장했던 연예인들을 하나둘씩 재소환하기 시작했다. 그 중에는 <도시어부> 출연으로 인지도를 쌓은 후 다른 방송사 낚시예능(SBS<전설의 빅피쉬>)으로 자리를 옮겼던 이태곤, 지상렬 등도 포함되었다.

'상도의'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도시어부>로선 불쾌할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과감히 이들을 다시 불러 프로그램의 틀을 새롭게 다지는 계기로 삼았다. 넓은 아량으로 포용함과 동시에 '기존 멤버 vs. 배신자(?) 콘셉트'를 마련해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줬다. 

<도시어부2>는 마치 인턴 테스트 식으로 이뤄졌던 그간의 내용을 마무리 짓고 지난 18일 방송부터 이들 초대손님을 모두 정식 멤버로 합류시킨 후 '7인 체제'를 본격적으로 출범시켰다. 또 다른 단골 출연자로 박진철 프로, 개그맨 김준현뿐만 아니라 별다른 인연이 없던 이수근까지 추가한 <도시어부2>는 이를 계기로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캐릭터쇼로의 변주에 돌입했다. 

티격태격 케미를 유발하며 웃음 만들기에 주력한 이경규+이태곤+이수근 등의 신조합 뿐만 아니라 '프로'라는 이름과는 거리가 먼 조업 성적으로 자주 눈치를 보는 박진철, 고정 예능 보단 초대손님 역할에서 제 기량을 펼치던 지상렬의 맹활약 등이 부각되면서 각자의 캐릭터가 확실하게 정착됐다. 이를 통해서 들쑥날쑥한 낚시 실적과 상관없이 매회 월척급 재미를 만들어내고 있다. 

기존 + 신규 멤버 조화 = 재미라는 월척을 낚다
 
 채널A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2'의 한 장면
ⓒ 채널A
 
몇 분 안 되는 짤막한 오프닝 영상 촬영을 위해 과감한 조커 분장도 마다하지 않은 이덕화의 열연이 보여주듯, 기존 멤버들의 활약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이덕화는 개인 일정을 상당부분 할애하면서 사전 답사와 본방송 녹화에 매진할 정도로 <도시어부2>에 열정을 쏟고 있다. 

한동안 '분노 조절 장애'처럼 비쳐질 만큼 시즌2 초반 감정의 기복을 연신 드러내며 고군분투해왔던 이경규는 늘어난 멤버들을 상대로 모처럼 예능 대부로서의 진가를 유감 없이 발휘한다. 제리를 괴롭히지만 끝내 당하고 마는 톰처럼, 이경규는 다른 출연자들과 계산된 신경전을 펼치면서 방송 내내 쉴 새 없이 웃음 포인트 제조에 매진하고 있다. 

인원 수가 늘어나면 자칫 겉도는 인물이 생기기도 하는데, <도시어부2>는 모든 출연진이 맞춤 옷을 입은 것처럼 빈틈 없는 조화를 이루며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있다. 비록 트로트 예능으로 확실한 우위를 점한 경쟁 채널 TV조선의 아성으로 인해, 한창 시절의 시청률에는 살짝 못 미치고 있다. 하지만 <도시어부2>는 재미라는 측면에서 시즌1의 영광에 결코 밀리지 않는 알찬 즐거움을 매회 성공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이쯤되면 확실한 부활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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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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