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만한 전개→선정성 꼬리표가 남긴 숙제 ['편의점 샛별이' 첫방]

현혜선 기자 2020. 6. 20.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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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샛별이 / 사진=SBS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우리 일상 속 가장 익숙한 공간인 편의점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왔다. 지난해 '열혈사제'를 성공시킨 이명우 감독의 차기작으로 기대를 모은 '편의점 샛별이'다. 그러나 뚜껑을 연 작품은 엉성한 전개와, 억지스러운 캐릭터, 그리고 산만한 연출을 보였다. 꼬리표처럼 따라다닌 선정성 논란도 아직 지우지 못한 모양새다.

19일 SBS 새 금토드라마 '편의점 샛별이'(극본 손근주·연출 이명우)가 첫 방송됐다. '편의점 샛별이'는 '똘기' 충만 4차원 알바생(아르바이트생)과 허당끼 넘치는 '훈남' 점장이 편의점을 무대로 펼치는 24시간 코믹 로맨스다.

이날 방송에서 편의점 점장 최대현(지창욱)은 저조한 매출로 인해 인건비라도 아끼고자 40시간 연속으로 근무했다. 연이은 밤샘에 그는 녹초가 됐고, 결국 알바생을 뽑기로 마음먹었다. 그런 그 앞에 정샛별(김유정)이 나타났다.

최대현은 정샛별을 보자마자 3년 전 만난 불량 고등학생이었음을 알아챘다. 당시 정샛별은 최대현에게 담배 심부름을 부탁하고, 입맞춤까지 했다. 기억을 떠올린 최대현은 알바 면접에서 탈락을 시키려고 했지만 40시간 근무의 여파로 잠들었고, 눈 떠보니 정샛별이 근무 중이었다. 결국 최대현은 3개월 수습 기간이 있는 임시 알바로 정샛별을 채용했다.

정샛별이 불량 학생이라는 선입견 때문이었을까. 최대현은 정샛별이 돈을 훔쳤다고 오해했고, 정샛별은 이에 상처를 받았다. 이에 최대현은 애처롭게 사과했다. 한편 최대현에게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안 정샛별은 "내 매력 푹 빠질 것"이라고 선전포고했다.

이렇듯 '편의점 샛별이'는 우유부단한 최대현과 불같은 성격의 정샛별이 점장과 알바생으로 만나며 시작됐다. 두 사람의 인연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교복을 입고 담배를 피우는 불량학생 정샛별이 "담배를 끊으라"는 최대현의 말에 감동을 받고 금연에 성공한다는 내용이다. 처음부터 억지스러운 설정이다.

3년이 지난 후 정샛별을 단번에 알아본 최대현의 모습부터 알바 면접 중 갑자기 잠들어 어쩔 수 없이 정샛별을 채용하는 과정 역시 억지스러웠다. 살면서 잠깐 스친 사람을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알아본다는 점은 기억력이 좋다고 치부할 수 있다. 그러나 면접 중 잠들고, 잠든 점장을 대신에 아직 채용이 되지 않은 정샛별이 대신 편의점을 운영했다는 내용은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

또 정샛별이 최대현이 여자친구가 있음을 알면서도 자신의 매력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자신감과 데이트 중 계속 문자를 보내는 모습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다. 정샛별이 최대현에게 이성적 호감을 느꼈는지, 그냥 장난삼아 한 건지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둘 다 정샛별이 가진 캐릭터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대목이다.

편의점 샛별이 / 사진=SBS


일련의 과정은 속도감 있게 펼쳐졌으나 처음부터 많은 내용과 캐릭터를 설명한 탓에 산만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억지스러운 전개에 산만한 연출까지 더해지며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선정성도 문제였다. 19금 웹툰을 그리는 최대현의 친구 한달식(음문석)은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올 누드로 샤워하는 장면에서 주요 부위만 모자이크 처리됐다. 또 그가 웹툰을 그리면서 내뱉는 대사와 신음, 뒤에 배경으로 깔리는 선정적 그림은 꼭 필요했을까 의심이 들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오피스텔 성매매 장소가 단지 코믹적 요소를 위한 장치였다는 점에서도 보는 이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편의점 샛별이'는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해당 웹툰은 노출과 선정적 장면이 포함돼 드라마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일각의 우려를 산 바 있다. 논란을 안고 시작한 작품인 만큼 불필요한 요소들을 제거해 우려를 지우는 게 우선순위였다. 그러나 막을 올린 작품은 웹툰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선정적이었고, 이는 숙제로 남았다.

다만 배우들의 연기 변신은 눈여겨볼 만했다. 그간 로맨스의 장인이라고 불리며 '멋진 남주' 역을 도맡던 지창욱이 이번에는 제대로 망가졌다. 멋진 표정을 주로 짓던 그의 새로운 얼굴이었다. 찌그러지고 망가지는 등 허당을 넘어서 '찌질'하기까지 했다.

김유정 역시 '센 캐릭터'로 연기 변신을 꾀했다. 그는 그간 아련한 첫사랑의 이미지로 차분한 캐릭터를 맡았다. 이와 반대로 정샛별은 톡톡 튀다 못해 불같은 성격이다. 김유정은 이를 사랑스럽게 소화했다. 담배를 사다 달라는 불량 학생의 모습이 미워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시청률 면에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편의점 샛별이'는 시청률 6.3%(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시작을 알렸다. 앞서 방송됐던 SBS 금토극 첫회 시청률에 비하면 월등히 낮은 수치다. '더 킹: 영원의 군주'는 11.4%, '하이에나'는 10.3%로 시작한 바 있다. 이명우 감독이 '열혈사제'로 연 SBS 금토극의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지도 '편의점 샛별이'의 숙제가 됐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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