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한령 후 더 심해진 중국의 '출구없는 표절' [스경TV연구소]
[스포츠경향]
중국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베끼기’는 그 역사가 깊다.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이 국내 예능 포맷을 시작으로 드라마, 뮤직비디오, 무대 연출, 게임, 웹소설 등 전방위적으로 표절이 이뤄지고 있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게다가 베끼기의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지난 14일 방송된 중국의 ‘천천향상’에는 한 남자 가수가 부채를 이용한 화려한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는 불과 1개월 전인 5월7일 Mnet ‘로드 투 킹덤’에서 골든차일드가 신화의 ‘T.O.P’를 재해석한 무대와 매우 흡사했다. 중국 측은 백조와 흑조의 대비, 그리고 백조의 날개를 부채로 형상화한 골든차일드의 안무를 그대로 표절했다.
국내 인기 콘텐츠는 유튜브나 OTT 사이트를 통해 국외에도 실시간으로 글로벌 서비스되어, 표절 속도 또한 그만큼 빨라진 형국이다.
‘안무 표절’ 소식을 접한 골든차일드의 소속사 울림엔터테인먼트는 17일 스포츠경향에 “현재로선 무대에 대한 중국 예능 표절을 일일이 대응하기란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서 “다만 창작물에 대한 표절은 안타깝다”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분야 전반에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 표절 행위들은 ‘앉아서 당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대부분이다.
MBC는 인기 예능 ‘복면가왕’ ‘놀면 뭐하니’를 표절한 중국 제작사 ‘찬싱’을 상대로 법적다툼을 벌였고 지난 4월 ‘중국판 복면가왕’에 대한 수익배분 관련해 최종 승소했지만 5년째 수익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MBC에 따르면 찬싱은 중국 상해 인민법원에 공탁하는 방법으로 지급 거부를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찬싱은 중국에서 예능 제작사 중 최초로 상장을 추진 중일 정도로 몸집이 커진 제작사다.
중국 엔터 분야의 베끼기는 한한령을 핑계로 더욱 과감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안동대 융합콘텐츠학과 김공숙 교수는 “예능의 표절이란 ‘전체적인 관념과 느낌 혹은 조합의 독창성’이 분석도구로 활용된다. 이런 측면에서 국내 인기 예능에 유사한 포맷으로 제목만 살짝 다르게 제작하는 중국 예능은 대부분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다. 한한령 이전에는 포맷을 구입하는 시늉은 했지만 지금은 서로 교류가 없다는 이유로 표절, 도용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최근에는 표절 예능을 자신들이 독자적으로 만든 것처럼 해외 수출도 추진하고 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방송통신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한한령 이후 중국 표절 시비가 일었던 국내 예능은 총 29건으로 ‘꽃보다 누나’ ‘1박2일’ ‘개그콘서트’ ‘무한도전’ ‘히든싱어’ ‘안녕하세요’ ‘윤식당’ ‘쇼미더머니’ ‘냉장고를 부탁해’ ‘런닝맨’ ‘너의 목소리가 보여’ ‘효리네 민박’ 등이다.
콘텐츠의 기반 산업이라고 볼 수 있는 웹소설, 웹툰 분야도 알게 모르게 표절 몸살을 앓고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은구슬은 “웹툰과 웹소설이 드라마화되면서 중국 내에서도 문제가 많았던 부분인데, 국내 작가들도 큰 피해를 입고 있다. 특히 웹소설은 표절작이 이미 중국어로 번역이 된 상태라 당했어도 당한 줄 모르는 경우도 허다해 대응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88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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