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도극장' 이동휘, 연기와 사랑에 빠지다 [인터뷰]

현혜선 기자 입력 2020. 6. 2.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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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도극장 이동휘 / 사진=명필름랩 제공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연기와 사랑에 빠진 남자가 있다. 연기를 갈망하던 시절부터 주연으로 거듭난 지금, 또 미래까지 연기를 사랑하는 마음은 바뀌지 않을 거라 자신한단다. 연기, 그 자체에 행복을 느끼는 배우 이동휘다.

이동휘가 배우의 길을 걷고자 마음먹은 건 20살부터였다. 이 시기에 이동휘는 연기에 대한 사랑을 키웠으며 동시에 가장 위축됐다. 그는 "고등학교 3학년 때 대학 진학에 실패하고 재수하는 1년 동안 많이 위축됐다. 부모님은 연기를 반대하셨고, 나는 연기가 너무 하고 싶었다. 정말 연기를 어떻게 해야 될지 엄두도 안 나던 시절이었다"며 "결국 부모님께는 재수학원 간다고 말하고 연기학원을 몰래 다녔다. 대학 합격 발표가 날 때까지 제대로 말도 못 했다. 이후 연기 쪽으로 대학에 붙으면서 부모님이 기회를 열어주셨다. 그전까지는 너무 조마조마했다"고 전했다.

어려운 시기를 거쳐 서울예술대학교 연극과에 진학한 이동휘는 2013년 영화 '남쪽으로 튀어'로 데뷔했다. 이후 2015년 드라마 '응답하라 1988'로 얼굴을 알렸으며 드라마 '안투라지' '쌉니다 천리마마트', 영화 '도리화가' '공조' '극한직업' 등에 출연해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대학생부터 지금까지 연기에 대한 이동휘의 사랑은 변함없었다. 그는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연기를 사랑한다고 생각한 마음은 한 번도 변하지 않았다"며 "단역 시절에는 선택을 받는 입장이었다. 조연이 되고 주연으로 가기까지 이런 일의 반복이다. 배우가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 조건이 이루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 일을 사랑하지만, 사랑하는 일을 하면서 완벽하게 마음에 들 수 있을까. 이 안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동휘가 이번에는 영화로 '국도극장'(감독 전지희·제작 명필름랩)으로 관객들을 찾았다. '국도극장'은 만년 고시생 기태(이동휘)가 유배지로 향하듯 고향 벌교로 돌아와 가족, 친구들과 마주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다. 이동휘는 극 중 사법고시에 실패해 고향으로 돌아온 기태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이동휘는 '국도극장'을 촬영하면서 연기에 대한 사랑을 더욱 진하게 느꼈다. 그는 "이한위 선배와 촬영하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선배에게 '이 영화를 하게 돼서 좋고, 이 인물을 연기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씀드렸다. 그러니 '이 일을 오래 하려면 사랑해야 된다'고 조연해 주셨다. 결국 행복과 사랑, 그리고 만족이 최종 단계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국도극장'을 통해 연기에 대한 사랑이 깊어진 만큼 이동휘의 고뇌와 노력 역시 깊어졌다. 캐릭터 해석을 위해 작은 부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렇기에 이동휘는 소품부터 자세까지 기태 역에 완전히 녹아들 수 있었다. 그는 "기태를 연기하기 위해 두 가지에 중점을 뒀다. 첫 번째는 혼자 있어도 울지 못하는 사람이다. 보통 사람은 혼자 있으면 대성통곡을 할 수 있는데 기태는 혼자 있어도 그 슬픔을 온전히 꺼내지 못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기태의 내면은 이렇게 꾸몄다"며 "또 하나는 찌그러져 있는 모습이다. 내가 평상시에 가방을 한 쪽으로 메는 습관이 있어서 자세가 안 좋다. 다른 작품이었으면 모니터를 보면서 자세를 교정하지만, '국도극장'에서는 그대로 뒀다. 기태는 고시 공부를 오래 한 인물이니 무거운 책과 가방을 메고 다녀 자세가 안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국도극장 이동휘 / 사진=명필름랩 제공


안경을 쓰지 않는 것 역시 캐릭터 표현을 위한 선택이었다. 그간 이동휘는 필요에 따라 각각 작품에서 안경을 쓰기도, 벗기도 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안경을 벗고 눈동자로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애썼다고. 그는 "원래 눈이 나빠서 안경을 오래 썼다. 지금은 시력 교정술을 해서 잘 보인다. 그래서 이제는 안경을 캐릭터를 위한 소품으로 사용한다. 안경을 잘 이용하면 배우의 장점이 될 수 있겠구나 싶었다. 깐깐하고 벽이 확실하게 쳐져 있는 캐릭터에는 안경을 쓴다. 이번 영화에서는 기태의 표정이 중요하기에 안경을 벗었다. 눈이 살아야 되는 영화였다"고 했다.

실제로 기태의 표정은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의 눈은 극 초반에서 후반으로 가면서 기태의 감정 변화를 보여주는 창이었다. 대사로 전달하지 않는 감정들을 눈을 통해 관객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한 것. 특히 불행한 기태의 상황은 변하지 않았지만 눈을 통해 감정이 변화하는 것을 알려주며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동휘는 "초반에는 불행한 모습에 잘 웃지 않았다. 또 서울에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거나 일에 대해 생각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점점 영은(이상희)과 이야기하고, 오 씨(이한위)와 소통하면서 본래의 모습이 나온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인간은 한 가지 면만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불행한 기태에게도 유쾌함은 있다. 이것이 고향에서 풀어지면서 예전의 순수함이 나온 거다.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것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이어 "모두에게 이런 시기는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목표를 높게 잡을수록 좌절할 일도 많아지고 위축될 일도 많아진다. 인생이라는 긴 레이스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지금 굳이 무언갈 증명하지 않아도 내가 꾸준히 노력해서 갈고닦으면 누군가는 알아봐 주고,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위축된 마음보다는 지금의 내 상황을 받아들이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걸 기태를 통해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국도극장 이동휘 / 사진=명필름랩 제공


또 '국도극장'은 해체 직전의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줬다. 이동휘에게 가족의 의미란 무엇일까. 그는 최우선이라고 답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가족에 대해 각자의 정의를 내릴 수 있을 거다. 나에게는 최우선이다. 가족은 내가 살아가는 원동력이다. 부모님의 따뜻한 마음과 가르침 덕분에 현재를 살고 있다고 생각하다. 해가 갈수록 더 소중해지는 것 같다. 늘 가까이 있고 싶고, 늙어가는 모습을 더 많이 보고 싶다. 어떨 때는 짠하기도 하다"고 표했다.

그러면서 "부모님이 처음에는 연기를 심하게 반대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너무 좋아한다. 역시 사람은 다양한 모습이 있구나. 아버지는 지금도 많이 자랑하신다. 정말 몰랐던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이렇게 행복을 드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 그 모습을 평생 보지 못했으면 어쩔 뻔했을까 싶다. 더 열심히 하게 만들어 준다"고 자랑했다.

소중한 가족이기에 미안한 마음도 컸다. 마치 기태가 가족들의 아픈 부분을 모르고 살다가 알았을 때의 미안함과 같았다. 이동휘는 "어머니가 무슨 일이 있어도 말을 안 한다. 촬영 중간에 방해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정말 왜 말을 안 하는지 돌아버릴 것 같다. 내가 항상 가족이 최우선이니 말해달라고 했는데도 말을 안 하신다. 풀지 못한 숙제다. 그 마음이 감사하면서도 미안하다"고 전했다.

끝으로 이동휘는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연기자로 도전할 게 있으면 하자는 주의다. 액션을 잘 하고 싶어서 액션 스쿨도 열심히 다닌다. 또 외국어 연기도 도전하고 있다. 이런 것들이 날 자극하는 것 같다. 도전함과 동시에 단편 영화 작업도 꾸준히 할 계획이다. 단편 영화는 날 초심으로 돌아가게 만들어 준다. 그래서 앞으로도 놓지 않고 갈 생각"이라고 했다.

인생에 대한 의미부터 가족을 향한 사랑까지 '국도극장'은 소중한 것들을 관통한다. 여기에는 이동휘의 연기에 대한 사랑과 진심도 담겨 있다. 꾸준히 도전하면서 초심을 잃고 싶지 않다는 겸손한 자세를 보인 그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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