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에 페미니즘이 들어왔다.. 백래시 어쩌나

박민지 기자 2020. 5. 25.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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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래퍼 슬릭이 엠넷 음악 예능 '굿 걸: 누가 방송국을 털었나'에 등장하자 온라인이 들썩였다.

슬릭은 '지옥에서 온 페미니스트 래퍼'로 통했고 그래서 비난의 대상이 됐다.

그래서 예능은 페미니즘을 아예 다루지 않았다.

페미니스트와 '일반' 여성 간의 갈등으로 비화한 모습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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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계의 변화.. 페미니스트 섭외하고, 페미니즘 설명하고
드라마와 영화에 이어 '웃음'을 추구하는 예능에도 페미니즘이 들어왔다. 사진은 왼쪽 위부터 엠넷 '굿 걸'에 출연 중인 페미니스트 래퍼 슬릭, MBC '라디오 스타'에 출연한 핫펠트와 페미니즘 자막, 엠넷 '퀸덤'에서 여성 성상품화에 경종 울린 AOA의 무대, MBC '라디오 스타'에서 페미니즘을 이야기 하며 성별 고정관념을 지적하고 있는 아나운서 임현주. 각 방송화면 캡처

여성 래퍼 슬릭이 엠넷 음악 예능 ‘굿 걸: 누가 방송국을 털었나’에 등장하자 온라인이 들썩였다. 그는 유명한 페미니스트이기 때문이다. 슬릭은 ‘지옥에서 온 페미니스트 래퍼’로 통했고 그래서 비난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그는 지금 그룹 소녀시대의 멤버,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자들과 함께 엠넷에 나온다. 슬릭은 하얀 상의와 맨발로 첫 무대에 서서 차분히 가사를 읊었다. 배제됐던 여성과 소수자들의 권리를 말할 때 무대에는 다양성을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이 휘날렸다.

TV예능에 페미니즘이 들어왔다. 드라마나 영화는 대사나 외형, 서사에 페미니즘으로 쟁취한 변화 등을 적극적으로 담아왔지만 웃음을 지향하는 예능에서는 올바름을 이야기하기 어려웠다. 베스트셀러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는 이유만으로 사이버 불링(온라인에서 특정인을 향해 욕설·험담을 하며 집요하게 괴롭히는 행위)이 가해지던 사회였다. 그래서 예능은 페미니즘을 아예 다루지 않았다. 하지만 불과 몇 년 만에 페미니즘은 세계적 흐름이 됐고 이제는 예능에도 페미니즘이 고스란히 묻었다. 여성 성상품화가 만연했던 예능의 놀라운 변화이면서 사회의 변화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근 MBC ‘라디오 스타’의 변화는 특히 놀랍다. 가수 핫펠트가 출연한 최근 방송에는 페미니즘을 설명하는 자막이 큼지막하게 등장했다. 그가 왜 페미니스트를 선언했는지 이유를 말하는 장면이었다. 페미니즘: 여성의 권리 및 기회의 평등을 추구하며 여성에 대한 차별을 반대하는 사상’. 이후 실시간 검색어에 ‘페미니스트 뜻’이 올랐다.

아나운서 임현주의 페미니스트 선언도 뚝심 있다. 지난달 ‘라디오 스타’에 출연해 “계속 거슬린다. ‘여성스럽다’는 말을 왜 이렇게 많이 하냐”고 지적했다. 성 불균형은 전통적인 여성성과 남성성을 강조하면서 야기됐다. 이런 개념을 고집하며 개인의 정체성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소신은 꾸준했다. 2018년에는 탈코르셋 운동에 동참하는 취지로 여성 앵커 최초로 뉴스에 안경을 끼고 등장했고 지난 2월에는 속옷을 착용하지 않고 방송에 나섰다.

지난해 하반기 방송된 엠넷 ‘퀸덤’에는 여성 가수들만 나왔다. 특히 그룹 AOA의 무대가 손에 꼽힌다. 멤버 지민은 무대를 시작하며 “나는 져버릴 꽃이 되긴 싫어 I’m the tree(나는 나무)”라고 외쳤다. 사회는 여성을 꽃으로 봤다. 하지만 이 짧은 가사 안에 여성의 역할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담겼다.

백래시 우려… 온라인상에선 이유 모를 충돌

슬릭은 출연자 간 선호도 조사에서 가장 적게 득표했다. 그의 무대는 메시지가 중요해 시간을 다투는 경연에 약점이 되리란 우려 때문이다. 이를 두고 온라인 백래시가 이어졌다. 선택을 받지 못한 슬릭의 모습을 조롱하며 ‘페미니스트는 집단에 어우러지지 않은 별난 존재’라는 식으로 떠들어댔다. 페미니스트와 ‘일반’ 여성 간의 갈등으로 비화한 모습도 보였다.

핫펠트가 페미니스트 선언을 하고 난 후에도 조롱성 공격이 이어졌다. 유튜버 ‘시둥이’는 핫펠트를 언급하며 “대한민국에 있는 페미들은 틀렸다. 페미들은 전부 모순적”이라고 말했다. 아나운서 임현주를 향해서도 재미있는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었다는 비난이 일었다. 이들은 침묵을 강요하는 비난에도 지지 않았고, 숨지 않았다. 각자의 방식으로 “후회하지 않는다”고 응수했고, 더 큰 목소리를 준비하고 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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