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대중문화 지형이 바뀐다 [창간기획]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2020. 5. 14.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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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13일)부터 서울 지하철이 혼잡할 때 승객은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대중교통 ‘생활속 거리두기’ 방안 시행을 하루 앞둔 12일 서울 지하철 3호선 종로3가역에 안내 포스터가 붙어있다. 사진|경향DB

이제 세상은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마스크 없는 외출은 상상하기 어렵고, 삼삼오오 모여 술잔을 나누던 자리들도 줄어들었다.

대중문화 지형도 역시 흔들리고 있다. 매년 봄마다 개최되던 음악 페스티벌, 영화제, 시상식 등이 줄줄이 취소됐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다양한 문화행사도 사라져버렸다. 영화, 가요, 공연 등 여러 분야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을까.

코로나19 이후 텅 빈 극장, 사진|경향DB

■영화관 대신 넷플릭스로…유료계정 23%↑

영화계는 코로나19 폭탄을 맞았다. 올봄 개봉 예정이던 신작들이 부랴부랴 일정을 잠정 연기했고, 현장에서 돌아가던 카메라들도 일순간에 멈췄다.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영화는 지난 2월 개봉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다. 정우성, 전도연, 배성우, 정만식, 진경, 신현빈, 윤여정 등 초특급 라인업으로 꾸렸지만 난데없는 코로나19 폭탄에 한차례 개봉일을 연기하면서 겨우 관객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이어지면서 극장 관람객 수 자체가 현저히 줄어들었고, 박스오피스 1위를 연일 수성했음에도 누적관객수 62만4922명(손익분기점 240만명)이라는 처참한 결과를 안고 내려와야만 했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한 장면.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사태가 심각하자 대기 중이던 신작들도 연이어 ‘개봉 연기’를 택했다. 박신혜·전종서 주연의 ‘콜’, 신혜선·배종옥 주연의 ‘결백’, 김무열·송지효의 ‘침입자’ 등 다수 작품들이 개봉을 위한 홍보 활동을 멈췄다가 ‘결백’은 오는 27일로, ‘침입자’는 21일로 개봉 확정을 겨우 발표했다. 그러나 최초 확인된 용인 66번 환자를 시작으로 이태원 클럽에서 집단감염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침입자’는 또 한 번 눈물을 삼키고 다음 달 4일로 개봉일을 미뤘다. 또한 여름 개봉을 확정했던 ‘반도’, ‘영웅’, ‘승리호’ 등 대작들도 상황을 심각하게 지켜보고 있다.

멈춘 현장은 다행히 서서히 재개되는 눈치다. 지난 3월말 촬영 예정이었던 곽경택 감독의 ‘소방관’은 소방서를 비롯한 공공기관들의 장소 제공에 난항을 겪으면서 한차례 촬영이 연기됐다. 그러나 코로나19에 K방역이 효과를 보면서 생활 방역에 철저히 하며 조심스럽게 촬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도 3월말 크랭크인을 잠시 접었다가, 이달 촬영에 들어간다. 또한 임순례 감독의 ‘교섭’과 김태용 감독의 ‘원더랜드’, 이원태 감독의 ‘대외비: 권력의 탄생’, 이병헌감독의 ‘드림’도 촬영 현장을 열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 한 장면.

‘집콕족’이 늘면서 집에서 즐길 수 있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 넷플릭스는 승승장구했다. 지난 3월 1분기 실적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58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7.6%가 증가한 수치다. 유료 구독 계정은 1억8300만명으로 지난해보다 2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09%나 껑충 뛰며 9억5800만달러를 기록했다. 넷플릭스 대표 리드 헤이스팅스는 지난달 “코로나19로 하반기 있을 성장세를 미리 당긴 셈이다. 그러나 넷플릭스 뿐만 아니라 다른 OTT서비스, 전통 방송사들도 똑같은 성장세를 보였다. 많은 이가 홈 엔터테인먼트에 시간을 보낸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3·4분기에 코로나19 안정되면 이런 성장치는 꺾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온라인 전용 콘서트 ‘비욘드 라이브’로 신곡 ‘펀치’ 무대를 알리는 그룹 NCT127.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콘서트도·공연도 ‘STOP’…중소 기획사는 재난지원금 신청도

가요계는 침울 그 자체다. 수입원의 절반을 차지하는 행사들이 대거 취소됐고, 해외 공연 등도 더 이상 나갈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건 한류 열풍을 선도했던 가수들이다. 일년 중 절반 이상이 해외 공연과 팬미팅 등 행사 일정으로 잡혀있었지만 코로나19가 전세계를 휩쓸면서 발목이 잡혀버리고 말았다. 특히 지난 2, 3월에는 강제 휴업을 맞기도 했다. 상황을 타개할 만한 대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이 택한 방법은 ‘비대면’ 활동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엔 컴백과 동시에 이뤄지던 쇼케이스, 홍보 인터뷰, 팬미팅 등 대면 행사들이 싹 사라졌고,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행사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팬들과 만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온라인 콘서트’ 형식의 콘텐츠를 만들어 적극 소통하고자 했다.

5월 컴백한 아이유와 볼빨간 사춘기. 사진제공|각 소속사

해외활동이 막히자 대다수는 국내 활동으로 눈을 돌렸다. 그나마 K방역이 통한 덕분에 국내 확진자 수가 감소하자 아이유, 뉴이스트, 볼빨간사춘기, NCT127,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 여러 가수들이 새로운 활동을 알렸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수익 부분에서는 그늘이 짙다. 한 가요관계자는 ‘스포츠경향’에 “행사가 ‘올스톱’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회사 수익에도 타격이 크다. 대형기획사는 해외 공연을 전부 못하니 타격이 있고, 중소기획사들은 그보다 더 큰 타격을 입고 있을 것”이라며 “더 효과적인 타개책을 논의하고 있다. 온라인 콘텐츠를 뚫으려 많이들 시도하고 있다. 그럼에도 전년대비 회사 운영이 빠듯해지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5월 축제 성수기를 노리던 가수들의 타격도 크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에서 4월까지 211개 공연이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손해액도 약 633억 2000만원에 이른다. 대부분 축제나 지역 행사에서 수익을 올리는 이들은 이제 한달에 한, 두개 있을까 말까하다며 한숨짓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전년대비 90% 이상 행사가 줄었다고 보면 된다. 갑자기 수익이 줄어든 터라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한 회사도 있을 정도”라며 “하반기에 미뤄진 행사들이 진행될 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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