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가 바뀌었나.." '더 킹', PPL 떡칠 홈쇼핑극

김진석 2020. 5. 12.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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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주라고 좋아할지 궁금하다.

SBS 금토극 '더 킹 : 영원의 군주'의 방송 초반부터 지적된 PPL(간접광고)가 선을 넘어선 수준이다.

드라마 시장에서 PPL은 불가피한 요소다. 제작비를 채우기 위해 PPL은 허용될 수 밖에 이제 시청자들도 그런 점을 감안해 TV를 본다. 그래서 PPL을 어떻게 극에 자연스럽게 녹이냐가 작가나 감독의 역량이 될 정도다. 그러나 '더 킹'은 해도 너무하단 말이 나올 정도로 스쳐 지나가듯 제품이 보이는게 아니라 대놓고 홍보한다. 뻔뻔함을 넘어선 파렴치한 홍보가 오히려 보는 이들로 하여금 반감을 사게 할 뿐이다.

특히 최저시청률인 6.1%(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한 지난 8회는 그야말로 '웰컴 투 '더 킹 : PPL' 월드'였다.

◇ 듣도 보도 못한 PPL 설명극 이민호(이곤)가 김고은(정태을)에게 전화를 건다. "자네가 이동할 땐 꼭 연락하라고 했잖아. 룸에서 거실로 이동했고(중략) 지금은 거실에서 냉장고로 이동 중이야. 커피 타임이거든"이라는 말 끝에 이민호의 외마디 놀람이 들렸고 김고은은 "어? '왜? 무슨 일이야? 여보세요? 왜그래? 어디 다쳤어?"라고 묻는다. 이어지는 이민호의 대답은 가관이다. "다친게 아니라 놀랐어. (조)영이가 골라온 커피가 황실 커피랑 맛이 똑같아. 첫 맛은 풍부하고 끝맛은 깔끔해. 대한민국은 이걸 시중에서 판다고"라 말한다. 그러면서 특정 커피 브랜드가 클로즈업된다.
김고은과 강홍석(장미카엘)이 차 안에서 잠복을 하던 중 라면으로 끼니를 때운다. 이때 김고은은 김치를 먹더니 "아 시원해. 장미(카엘) 김치 좀 먹을 줄 아네"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김치를 대놓고 보여준다. 끼니를 때운 뒤 김고은은 스틱을 꺼내더니 입술과 얼굴에 툭툭 찍는다. 강홍석은 "그 신문물은 뭔데 얼굴 입술 다 바르면서…"라고 묻는다. 김고은은 "옛말 틀린거 하나 없다. 애들 앞에서는 멀티밤도 못 바른다더니. 너 가져 이거 하나면 다 돼"라고 바르는 법도 알려준다. 김고은이 실제 모델로 활동 중인 한 화장품 브랜드 제품으로 방송 당일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며 제대로 홍보됐다.
'복면가왕'도 아닌데 정은채(구서령)는 뭘 그렇게 얼굴에 쓰고 나온다. 7회에서도 그랬고 8회도 마찬가지. LED 마스크를 쓰고 나오는 장면이 많으니 대사도 아예 "아니 왜 이것만 쓰면 이렇게 찾아대지. 혹시 여기 센서 달렸어요. 나 쉬면 알람 울려요?"라고 한다. 카페도 수시로 등장한다. 특정 카페는 계속 등장했고 8회에서는 시그니처 음료의 마시는 방법도 설명한다. 김용지(명나리)는 커피를 서빙한 뒤 "젓지 말고 그대로 한 입 쭉 먹고 달콤함을 느낀 뒤에 저어 드세요"라고 한다.

◇ 노골적 PPL은 오히려 조롱거리 너무 드러내놓고 하다보니 오히려 사람들로 하여금 반감심이 생기게 만든다. 실제 이민호가 8회에서 커피를 들고 한 영상은 이미 클립으로 SNS를 타고 '국내 최악의 PPL 한 획을 그은 장면'이라는 식으로 떠돌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너무 진지하게 읊는 대사에 커피가 오버랩되니 쌩뚱맞은 장면으로 보일 수 밖에 없다. PPL 없이 드라마 제작이 힘들 정도로 지금은 한 장치다. 어떻게 보여주냐가 중요하다. '더 킹'에서는 마치 영화 '트루먼쇼' 배우들이 대놓고 보여주는 어색함이 그대로 옮겨졌다. PPL도 좋은 예가 상당히 많다. 과거 '미생'에서는 사무용품과 숙취음료 등을 적절히 섞으며 호평을 받았다. 그런 면에서 '더 킹'은 호응받지 못 한다. 더욱이 다른 드라마가 제품만 보여주고 착용하는 것과 달리 '더 킹'에서는 유독 설명이 많이 따른다. 어떤 맛이고 어떻게 사용해야하는지 친절한 설명이라기엔 거북하다. 이미 1회부터 이민호가 모델로 활동 중인 치킨 브랜드 PPL은 8회까지 이어오며 과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7회에서도 이민호는 닭다리를 한 입 베어물곤 "이 메뉴도 맛이 아주 황홀하군"이라고 한다.

광고 에이전트 윤설희 씨는 "간접광고 노출의 관건은 가장 자연스러운 드러냄인데 '더 킹'은 첫 회부터 실패한 전략이다. 심지어 최근 드라마 트렌드를 반영했을 때 PPL은 평소 1~2회 노출되고 최종회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내는데 비해 '더 킹'은 너무 빨리 보여주고 있다. 시청률 부진이라는 악재까지 겹쳐 더더욱 안타까운 상황만 남기고 있다"고 혀를 내둘렀다.

김진석 기자 superj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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