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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마치 3년.. 내가 '슈팅 걸스' 개봉을 기다린 이유

강대호 입력 2020.04.30. 17:09 수정 2020.04.30.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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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명 소녀 축구선수들의 꿈과 신인 영화감독의 꿈이 담긴 따뜻한 영화

[오마이뉴스 강대호 기자]

지난 4월 중순 유난히 눈에 띄는 기사 제목이 있었다. "삼례여중 축구부의 감동 실화 '슈팅 걸스' 5월 개봉." 오랜만에 들어본 제목이었다. 슈팅 걸스. 아직 개봉하지도 않은 영화 이름을 내가 알고 있는 건 그 시작과 진행을 어느 정도 지켜봤기 때문이다. 마침 전화가 울렸다.

"형님, 저 효민이에요. '슈팅 걸스' 드디어 개봉합니다."

영화 <슈팅 걸스>의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배효민 감독이었다.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가 반가웠는데 우여곡절 끝에 개봉하게 되었다는 소식은 더 반가웠다. 난 그동안의 경과가 떠올랐다.

<슈팅 걸스>는 열세 명에 불과한 선수단 구성으로 전국 대회 우승 신화를 일궈낸 삼례여중 축구부와 김수철 감독의 실화를 토대로 만들어진 영화다.
 
▲ <슈팅 걸스> 포스터 영화 <슈팅 걸스>는 2020년 5월 6일에 개봉한다
ⓒ 아이언 스튜디오
   
노트북의 <슈팅 걸스> 폴더를 오랜만에 열어서 시나리오와 영화제작 기획서를 보니 배효민 감독이 영화제작을 준비한 지 10년이 넘었다. 2009년에 '여왕기' 축구대회에서 우승한 삼례여중 소식을 접한 즈음부터 그는 영화로 만들 준비를 했으니까.

13명의 단출한 구성으로 이루어진 삼례여중 축구부는 선수들의 가정 형편이 어려워 축구화조차 없는 경우가 많았고, 인조 잔디가 깔리지 않은 맨땅에서 훈련해야만 했다. 게다가 선수가 부족해서 주전 선수가 부상으로 전혀 뛸 수 없었는데도 선수를 교체할 수 없었다고. 이런 에피소드들이 영화에 녹아 있다.

배효민 감독과 나는 2012년 즈음 처음 만났다. 당시 내가 다니던 회사는 영화제작 지원에 관심을 두던 시기였다. 그는 내게 시나리오를 보여주었다. 나는 축구를 좋아하고 축구 영화도 좋아하는 터라 재미있게 읽었다. 문득 <슈팅 라이크 베컴>이나 <골> 같은 축구 영화가 떠올랐다. 그 정도 규모까지는 아니더라도 좋은 영화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게다가 시나리오에는 '실화'가 주는 감동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 회사는 '독립영화' 혹은 '다양성 영화'에 소액을 투자하기로 방침을 정해서 <슈팅 걸스> 제작 방향과는 맞지 않았다. 아무튼, 내가 공식적으로 관여하기는 어려웠다. 대신 나는 영화 관련 지인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마침 좋은 영화를 여럿 제작한 회사 관계자가 이 기획에 흥미를 보였다.

다만 전제가 있었다. 전체 골격은 좋으니까 전문 팀을 더 붙여서 시나리오를 수정하고, 유명 감독과 경력 많은 프로듀서를 참여시켜서 촬영하는 것으로. 그리고 제작은 공동제작으로. 이런 전제를 받아들인다면 고민을 시작해 보겠다는 제안이었다.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었다. 영화감독 지망생들의 꿈은 자기가 직접 쓴 시나리오로 '입봉' 즉 데뷔하는 것이다. 배효민 감독도 그랬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이미 깊게 관여한 프로듀서가 있었다.

당시 다이어리를 보니 난 어느 게임 개발사와 미팅도 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구 게임을 한국어판으로 만드는 회사였다. 난 영화 속 경기 장면에 게임 광고를 넣고 선수들이 숙소에서 그 축구 게임을 하는 에피소드가 포함된 제안서를 보냈다. 게임회사는 큰 관심을 보였지만 서로가 원하는 지점이 달라서 성사되지는 못했다.

그런 가운데 나는 직장을 옮기게 되었다. 새로운 조직에 갔는데 그곳과 상관없는 일을 과외로 하기는 어려웠다. 그렇게 난 <슈팅 걸스> 제작과 조금씩 멀어졌다. 간혹 그와 연락을 취하며 제작 진행 소식을 접하는 걸로 만족했다.

그 후 배효민 감독은 어렵게 자금을 구해서 촬영에 들어갔다. 빠듯한 예산에 맞춰서 일정을 조율하고 평소 친하게 지내던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도움을 받아서 하루하루 찍는다고 했다. 2015년 1월에 첫 촬영을 시작한 <슈팅 걸스>는 2016년 1월에 마지막 촬영을 했다.

난 후반부 작업과 개봉 소식을 기다렸지만 조용했다. 영화계 상황을 뻔히 아는 상황에서 먼저 물어보기는 힘들었다. 그렇게 <슈팅 걸스>를 잊어갈 무렵인 2017년 7월에 배효민 감독이 소식을 전했다.

"형, <슈팅 걸스>가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에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되었어요."

신인 감독이 만든 영화로서 의미 있는 시작이었다. 그 시사 자리에 내가 초청되었다. 시나리오에서 글로 보던 장면이 영상으로 나올 때 나는 너무나 신기했다. 그리고 시나리오에서 배꼽을 잡으며 봤던 에피소드가 언제 나오나 기대를 하며 감상을 했다.
  
▲ <슈팅 걸스>의 한 장면 영화 <슈팅 걸스>는 2020년 5월 6일에 개봉한다.
ⓒ 아이언 스튜디오
 
웰메이드 영화였다. 적어도 내 눈에는 그랬다. 넉넉하지 않은 예산과 싸워 이겨낸 용맹한 영화이기도 했다. 난 완성된 영화를 본 것으로도 감동이었는데 마지막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는 더 감동이 왔다. 내 이름이 스크린에 올라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내가 더 고마웠다.

당시 <슈팅 걸스>의 계획은 2017년 7월 부천영화제에서 시사 후 2017년 9월에 극장에서 개봉하는 것이었다. 난 지인들을 상영관에 초청할 계획을 세우며 <슈팅 걸스> 개봉을 기다렸다. 아주 오래도록.

그 기다리던 소식이 부천영화제가 끝나고도 거의 3년이 지난 지금에야 온 것이다. 그리고 지난 4월 23일 목요일 용산 CGV에서 열린 언론 시사회에 다녀왔다. 배효민 감독의 얼굴은 무척 밝았다.

"영화 만들려고 마음먹은 지 10년 만에 마침내 개봉하게 되었네요."

한동안 썰렁했던 극장가가 기지개를 필 무렵 <슈팅 걸스>에게 개봉이라는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슈팅 걸스>는 가난하지만 축구로 꿈을 꾸는 13명의 어린 소녀들 이야기만이 아니다. 영화로 꿈을 꾸기 시작한 어린 배우들, 입봉하는 후배를 위해서 조건을 보지 않고 출연한 배우들과 참여한 스태프들, 그런 많은 영화인의 꿈이 담겨있는 영화이다. 특히 지난 10년간 영화감독 데뷔의 꿈을 꾸며 마침내 이뤄낸 배효민 감독의 꿈과 땀이 녹여진 영화이기도 하다.
  
▲ 영화 <슈팅 걸스> 배효민 감독과 기자 2020년 4월 23일 언론 시사회에서. 왼쪽이 배효민 감독.
ⓒ 강대호
 
소녀들이 축구를 통해 성장하는 따뜻한 이야기가 담긴, 그런데 실화라서 더욱 감동을 주는 <슈팅 걸스>는 5월 6일에 개봉한다. <슈팅 걸스>에서 '김수철 감독' 역할을 한 '정웅인' 배우의 무대 인사가 내 마음을 대신 말해 주었다.

"<슈팅 걸스>를 기반으로 배효민 감독이 다음 영화도 만들 힘을 얻기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강대호 시민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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