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무죄 확정' 강은일 "엄마 호소에 현장점검 나선 판사 사실 파악. 남은 건 빚뿐"

장혜원 2020. 4. 29.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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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진 뒤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은 뮤지컬 배우 강은일(사진)이 지난 2년간의 기나 긴 법정 공방에 대해 소회를 밝혔다.

29일 SBS FunE와의 인터뷰에서 강은일은 무죄 확정판결을 받은 데 대해 “후련하단 감정은 없다”며 “짐을 덜었다는 마음은 든다”고 했다.

이어 “사실 이렇게 누군가 앞에 서는 게 많이 힘들다“면서 “세상이 무섭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럴수록 당당해야 한단 가족 응원을 받고 용기를 냈다”고 인터뷰에 나선 심정을 털어놨다.

앞서 강은일은 2018년 3월 지인과 지인의 고교 동창 A씨와 술을 마셨다가 송사에 휘말렸다.

A씨는 “강은일이 화장실에 따라 들어와 허리에 손을 두르고, 강제로 입맞춤 등 스킨십을 하는 등 강제 추행을 했다”고 주장하며 그를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A씨 진술의 일관성, 사건 직후 지인과 주고 받은 문자 메시지 내용이 판결 근거였다.

이에 강은일은 징역 6개월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받고 법정구속 됐다.

당시 강은일은 출연이 예정된 뮤지컬에서도 하차하고 소속사와 전속계약은 해지됐다.

2심 무죄에 이어 지난 23일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강은일의 강제추행 혐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을 확정했다.

앞서 강은일에 대한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재판부는 폐쇄회로(CC)TV 영상과 현장 검증을 통해 A씨의 주장에 신빙성이 없고, “A씨가 먼저 입맞춤을 하고 겁박했다”는 강은일의 주장에 힘이 실린다고 판단해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된 데 대해 강은일은 “(1심 선고) 바로 다음날 무대에 서기로 돼 있었다”며 “떳떳하니 당연히 무죄가 나올 것이며 변호사도 걱정하지 말라고 했었기에 혼자 선고 공판에 갔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나아가 “(1심 선고 후) ‘제발 엄마에게 전화 한 통만 하게 해 주세요’라고 빌었다”며 “당연히 안됐다”고 덧붙였다.

계속해서 “가족도, 친구도 모른 채 법정구속이 됐다”며 “구치소 있는 4개월 내내 ‘나는 끝났다’, ‘어떻게 삶을 끝내야 하지’라는 생각만 했다”고 기억했다.

강은일은 자신의 혐의와 관련해 시종일관 재판부에 무혐의를 주장했다.

그는 “추행한 적 없다”며 “처음엔 A씨는 ‘제가 자신을 따라 화장실 여성칸에 들어가서 성추행을 했다’고 주장했는데, CCTV에 명확하게 제가 먼저 화장실을 가고 그 여성이 뒤따라서 가는 게 찍혔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제가 여자 화장실로 밀고 들어가서 성추행을 했다고 하는데, 그런 적 없다”라며 “화장실 통풍구를 찍은 CCTV가 있는데, 저는 남자칸에, 그 여성은 여성칸에 각각 들어간 게 실루엣으로 비친다”고 설명했다.

그는 되려 A씨에게 입맞춤과 겁박을 당했다고 설명했다.

강은일은 “A씨가 먼저 세면대에서 입맞춤을 하더니 갑자기 ‘녹음 있다’, ‘너네집 잘살아?’ 등 이런 말을 해 제가 황당해서 ‘녹음이 있으면 밖에 있는 사람들과 들어보자’고 화장실 문을 나가니까 제 뒷덜미를 잡고 끌어 들어간 뒤 여자 칸으로 데려갔다”며 “거기서도 (A씨가) 제 입에 입을 맞췄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일행이 저희가 안 나오니 찾으러 왔을 때 저와 그 여성은 함께 여성칸에 있었다”고 부연했다.

그는 1심과 2심 재판의 결과가 엇갈린 이유에 대해 1심은 A씨의 일관된 진술을 판결의 주요 척도로 삼았지만 2심 합의부 판사들은 현장점검 등을 통해 추행에 대한 사실 여부를 파악했다고 밝혔다.

이례적인 판사의 현장점검은 강은일은 어머니의 호소 덕분이라고 한다. 

강은일은 “2심 심리가 거의 마무리될 때쯤 방청을 하던 어머니가 손을 들고 ‘제발 판사님들이 한 번만 현장에 와서 두 눈으로 직접 봐달라’고 외치셨다”며 “방청석에서 소란을 피우다 심하면 잡혀가는 걸 알지만 정말 마지막 기회였기 때문이었기에 어머니가 그렇게 외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말 가슴이 아팠다”며 “다행히 판사님들이 저희 어머니의 외침을 외면하지 않고 모두 직접 현장에 나와주셨다”고 설명했다.

2년간 법정 다툼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에 대해 강은일은 생계 문제를 꼽았다.

그는 “경찰, 검찰 조사 당시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했던 건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었다”며 “학자금 대출도 갚고 있는 상황에서 변호사 선임비용을 낼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중3 때부터 꿈꿨던 배우 생활을 이제야 하게 됐는데, 제가 가진 모든 걸 내려놓고 이 사건에만 몰두할 순 없었다”며 “2년이 흐른 지금 남은 건 빚뿐”이라고 토로했다.

인터뷰에 응한 이유에 대해서 강은일은 “복귀 때문은 아니다”라며 “누군가에게 제 얘기를 조금이라도 하는 것 자체가 위로가 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에 대해 강은일은 “성범죄를 당한 피해자들을 보호하지 말라는 게 절대로 아니다”면서도 “그렇게 해석될까봐 너무 힘들고 무섭다”고 했다.

특히 “진짜 피해자들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수사기관과 사법기관은 사건을 성별로 판단하지 말고, 진실 그대로 판단해달라는 게 제 바람”이라며 “저를 믿어준 가족, 친구들을 위해서라도 저는 이제부터 다시 싸워야 한다”면서 자신에게 성추행 누명을 씌운 A씨에 대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강은일은 실제로 민·형사상 고소를 준비중이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사진=강은일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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