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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뽕과 민망함 사이, '트롯신이 떴다'가 드러낸 한계

정덕현 입력 2020.04.09. 15:18 수정 2020.04.09.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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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롯신이 떴다’, 시청률은 유지했지만 지나친 자화자찬은

[엔터미디어=정덕현] SBS 예능 <트롯신이 떴다>는 첫 회에 14.9%(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냈다. 그리고 그 후에도 지속적인 시청률을 유지했지만 베트남 버스킹의 마지막 회차가 나온 6회에는 12.8%의 시청률로 떨어졌다. 시청률이 완전한 지표가 되지는 못하는 시대지만, 적어도 트로트 같은 소재의 고정 시청층이 존재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시청률 하락은 분명히 그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시청률 하락의 이유는 단 몇 차례 한 공연을 고무줄처럼 늘려 방영한 것이다. 실제로 베트남 호치민에서의 마지막 공연은 지난 5회와 6회로 나뉘어, 그것도 한참을 출연가수들이 현지 숙소에서 하는 관찰카메라에 가까운 모습들을 내보낸 후 살짝 후반부에 넣는 정도였다. 이것은 3회에 4회에 걸쳐 소개됐던 두 번째 공연도 마찬가지였다. 오롯이 한 회에 공연 전체를 채우는 것이 일반적인 편집이지만 이렇게 나눠 놓은 건 시청자들로서는 너무 감질 나는 편집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된 건 코로나19로 인해 이들의 후속 공연 촬영이 어렵게 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베트남 호치민에서 한 공연 자체가 너무 적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들은 세 번의 공연을 했을 뿐이었다. 그것도 굳이 따지지만 첫 번째 공연만 버스킹에 해당하는 것이었고,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정식 무대에서 하는 일반적인 공연이었다. 애초 ‘트로트 버스킹’이라는 그 이질적인 시도에 시선을 끌었던 <트롯신이 떴다>는 그래서 두 번째, 세 번째의 일반적인 공연으로 바뀌면서 그 차별성이 상당부분 사라져버렸다.

무대를 마련하고 하는 공연이라는 점은 어째서 이 프로그램이 호치민까지 가서 더 많은 공연을 시도하지 못했는가를 잘 보여준다. 버스킹처럼 조금 가볍게 접근해서 베트남 주민들과 어우러지는 공연이었다면 더 많은 분량이 가능했을 게다. 하지만 정식으로 공간을 빌려 하는 공연은 그러기가 어렵다. 결국 공연 분량은 적을 수밖에 없고 노래도 한 곡씩만 하기 때문에 방송으로서는 이 찔끔찔끔 나오는 공연 내용들을 조각조각 내서 방영할 수밖에 없게 됐다.

대신 숙소에서 벌이는 이들의 일상이 관찰카메라 형식으로 채워졌다. 그건 결코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여기 모인 레전드 트로트 가수들의 일상을 엿보는 일은 그들에게 또 트로트에도 좀더 가깝게 다가가게 해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예 본격적으로 붐이 나서서 가사를 예능적으로 해석해준다거나 레전드들의 옛 영상을 보여주는 방식은 관찰카메라의 자연스러움을 지워버리고 대신 설정된 토크쇼의 느낌을 더해주면서 프로그램의 색깔을 애매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큰 문제는 공연이다. 외국인들 앞에서 트로트를 부른다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긴 하지만, 우리의 트로트를 일방적으로 들려주고 거기에 환호해주는 착한(?) 베트남 주민들의 리액션을 더하는 방식은 국뽕 그 이상의 것을 주지 못한다. 만일 국뽕이 불편한 시청자라면 민망함이 느껴질 수도 있다.

결국 해외에서의 버스킹이나 공연에서 중요하게 느껴지는 건 일방적으로 우리 문화가 외국인들에게도 통한다는 것이 아니라, 서로 소통하는 지점을 찾기 위한 노력이 담기고 그래서 그것이 효과로 나타났을 때의 결과들이다. 즉 우리의 트로트를 들려주면서 우리는 베트남 관객들을 위해 그들의 노래 한 곡이라도 연습해 불러주는 성의를 보였을까. 그런 것 없이 이들이 얼마나 오래 트로트를 노래했고 한국에서 레전드라고 애써 소개하는 건 그래서 보기에 불편한 지점이 있다.

K트로트를 진정으로 전파하고 싶다면, 우리의 것을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그것이 낯선 저들을 위한 배려가 담겨져야 한다. 그것이 아니라면 지나친 자화자찬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트롯신이 떴다>는 제목처럼 프로그램은 어느 정도의 존재감을 확고히 만든 프로그램이다. 어느 정도의 국뽕이 나쁜 건 아니지만, 이 프로그램이 향후에도 시청자들을 지속적으로 주목하게 하려면 지나치게 자화자찬하는 식이 아닌 이문화가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자세를 좀 더 담아야 하지 않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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