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없는 2020년, 韓 극장가의 운명

박정선 2020. 4. 7.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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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2020년 영화계의 카오스 상태가 계속된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극장이 텅 비었다. 관객수는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3일간 극장을 찾은 관객수는 고작 10만 명 남짓으로 지난 주말 15만 명과 비교해 5만 명가량 줄었다. 6주 연속 역대 최저 주말 관객수를 경신했다. 고사 위기에 빠진 극장에 관객을 다시 불러 모으려면 '어벤져스' 급 이슈가 필요한 상황. 그러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힘 없이 한국영화만으로 극장 정상화를 이뤄내야 하는 힘겨운 2020년과 맞닥뜨렸다.

'탑건: 매버릭'
올 여름 할리우드는 전멸이다. 34년을 기다린 '탑건' 속편 '탑건 매버릭(조셉 코신스키 감독)'은 결국 6월에서 12월로 개봉을 연기했다. 파라마운트는 '탑건' 속편 뿐 아니라 '콰이어트플레이스2(존 크래신스키 감독)' 등 모든 라인업의 일정을 가을 이후로 미뤘다. 워너브러더스도 '원더우먼 1984(패티 젠킨스 감독)' 개봉을 연기했으며, 유니버셜 픽처스의 '007 노 타임 투 다이(캐리 후쿠나가 감독)'와 '분노의 질주9(저스틴 린 감독)' 등도 일정을 변경했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할리우드의 여름 영화 시즌이 사실상 끝났다"고 보도했다.
마블
마블 스튜디오 또한 '블랙 위도우(케이트 쇼트랜드 감독)'를 제외한 모든 신작의 개봉 일정을 내년으로 연기했다. '블랙 위도우'가 11월 개봉하며, 마동석 출연작인 '이터널스(클로이 자오 감독)'는 올해가 아닌 2021년 2월로 새롭게 개봉일을 정했다. '샹치(데스틴 크리튼 감독)'·'닥터스트레인저2(스콧 데릭슨 감독)' 등은 2021년으로 '토르: 러브 앤 썬더(타이카 와이티티 감독)' 등은 2022년 라인업에 포함됐다. 지난해만 3편의 영화를 내놓는 등 매년 끊임없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확장해온 마블 스튜디오가 2020년엔 단 한편의 영화만 선보이게 됐다.

외화 가운데 가을까지 개봉 예정인 기대작은 디즈니의 라이브 액션 영화 '뮬란(니키카로 감독)' 단 한 편이다. 3월 개봉하려던 '뮬란'은 전례 없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7월 관객과 만난다. 그러나 '뮬란'은 홍콩 시위와 관련해 중국 지지 발언을 한 배우 유역비가 논란의 주인공이 되자 세계 곳곳의 관객들로부터 '보이콧 세례'를 받은 바 있다. 또한 애니메이션 원작과는 달리 뮤지컬 요소가 사라져 실망스럽다는 반응도 많다. 예비 관객들의 보이콧과 반감, 실망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뮬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뮬란 반도 영웅
여름 성수기 극장가는 '뮬란'과 '반도(연상호 감독)'·'영웅(윤제균 감독)'의 삼파전이 됐다. '부산행' 속편인 '반도'는 200억원을 들인 대형 블록버스터로 연상호 감독과 강동원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올해 칸 영화제에 출품한 것으로 알려진 이 영화는 코로나19 여파로 칸 영화제의 개최가 불투명해지자 다소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흥행의 마술사 윤제균 감독의 신작 '영웅'은 익숙한 인기 뮤지컬을 스크린으로 옮겨왔다. 한국영화 최초의 오리지널 뮤지컬 영화로 새롭게 도전에 나선다. 이들만으로 관객의 시선을 잡아끌어야 한다. 외화 경쟁작 없이 더 선전하든, 세계 영화산업과 함께 불황을 버티든, '모 아니면 도'인 상황이다.

대형 기대작들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상반기 개봉 기회를 놓친 중저예산 영화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여름 성수기 개봉을 고려하고 있다. 라인업이 밀리고 밀려 올해 개봉시키지 않으면 관객과 만나기까지 몇 년이 더 걸릴지도 모를 작품들이다. 문제는 이런 영화가 한두편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앞서 '사냥의 시간(윤성현 감독)'이 극장 상영을 포기하고 넷플릭스로 직행해 영화계에 큰 충격을 안긴 바 있다. 영화계 지형도가 극장에서 OTT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냥의 시간' 이외에도 극장 개봉을 준비하다가 넷플릭스에 판매 의사를 전한 영화가 더 있다.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일 터다. 그만큼 현재 영화계는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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