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면 죽는 곳에서 사는 이들.. 코로나 겪는 우리같았다
[오마이뉴스 조영준 기자]
▲ 영화 <버드박스> 메인포스터 |
ⓒ 넷플릭스 |
이 소재는 끊임없이 쏟아지는 SF 장르 영화들 속에서도 상당히 기발한 아이디어로 각광을 받았다. 팔뚝에 새겨진 '카운트 바디 시계'로 자신의 남은 수명을 알 수 있고, 이를 화폐처럼 이용해 사고 팔 수 있다. 제한된 수명(시간)을 모두 소비하고 나면 심장마비로 죽음을 맞이하게 되기 때문에 영화 속 인물들은 시간을 벌기 위해 악착같이 일을 하고 누군가에게 빌리고 또 타인의 시간을 훔치기까지 하는 모습을 보인다.
▲ 영화 <인타임> 스틸컷 |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
▲ 영화 <버드박스> 스틸컷 |
ⓒ 넷플릭스 |
영화 <버드박스>가 극중 인물들의 재난 상황에 대한 태도를 드러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극을 이끌어나가는 인물인 멜로리(산드라 블록 분)가 함께 생존한 톰(트레반테 로즈 분)의 영향으로 현실을 마주하는 삶의 태도를 바꿔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하나. 입체적 인물의 활용을 통해 현실에 반영할 수 있을 법한 긍정적 삶의 태도를 반영하는 방식이다.
▲ 영화 <버드박스> 스틸컷 |
ⓒ 넷플릭스 |
두 아이의 이름 대신 보이(Boy)와 걸(Girl)이라는 보통명사로 두 아이의 이름을 부르는 것 역시 마찬가지. 하루하루 살아남기도 바쁜 세상에서 이름을 짓는 일 따위는 사치라고 생각하는 그녀다.
한편, 그런 그녀를 변화시키는 것은 함께 살아 남아 연인이 되는 톰이다. 그는 첫 등장에서부터 부상을 입고 방황하는 멜로리를 도와 피신 장소로 향하며 의협심과 책임감을 드러내는 인물이다. 피난처의 생존자들이 모두 죽고 난 뒤에도 그녀와 두 아이를 지켜내는데, 멜로리와는 달리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굳게 지키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 영화 <버드박스> 스틸컷 |
ⓒ 넷플릭스 |
전체적인 영화의 흐름을 놓고 볼 때, 멜로리와 두 아이가 끝내 다다르게 되는 생존자 커뮤니티의 등장에는 분명히 아쉬운 부분이 있다. 영화의 타이틀인 <버드 박스>의 의미와 작품 속 설정을 연결하고자 하는 노력은 엿보이나 성급하게 마무리 된 느낌이 든다. 물론 극의 처음에 등장한 멜로리와 다른 생존자들이 속해있던 피난처의 모습과는 달리, 바깥 세상과 단절된 상태로 자신들만의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높은 결속력을 보이는 또다른 형태의 군상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의미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소재의 참신함에 뚜렷한 매력이 돋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온전한 만족스러움을 느낄 수는 없었던 이 작품이 지금의 시점에서 떠오르는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아마도 동일한 상황 속에서도 각자의 선택과 태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극 중 인물들의 행동이 '코로나 19'를 겪고 있는 현실 속 우리의 모습과 전혀 무관해보이지 않았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상황에 놓이느냐가 아니라, 그 상황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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