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시즌제 드라마.. '킹덤'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이준목 입력 2020. 3. 26.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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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드라마의 장점 넘나드는 '한국형 시즌제 드라마'의 잠재력

[오마이뉴스 이준목 기자]

 넷플릭스 <킹덤> 스틸 컷
ⓒ Netflix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이 국내외에서 큰 인기몰이를 하면서 시즌제 드라마의 매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킹덤>은 죽은 자들이 살아나 생지옥이 된 가상의 조선을 배경으로 '한국형 사극 좀비물'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낸 미스터리 스릴러다. 현재 시즌2까지 제작된 상태다.

구조적인 측면에서 <킹덤>의 중요한 성공 비결은 영화와 드라마의 장점을 한 작품에 모두 담아냈다는 점이다. 영화는 드라마보다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지만 제한된 상영 시간 안에 많은 캐릭터와 메시지를 담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반면 드라마는 정 반대로 여유있는 이야기 전개가 가능하지만 표현의 밀도는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는 약점이 발생한다.

<킹덤>은 한국적인 배경(조선)과 서양적인 소재(좀비)를 결합시킨 독특한 연출에서는 영화적이지만, 이야기를 풀어내는 속도와 구성의 방대함에 있어서는 드라마의 문법에 충실하다. 정교하고도 치밀하게 짜여진 복선, 예상을 뛰어넘는 반전과 표현 수위, 긴 호흡으로 지켜봐야 제대로 진가를 알수있는 구성 등은 이 작품이 시즌제 드라마로서 완성도를 보여주는 요소들이다.

사실 <킹덤>은 약 1년 전 시즌1이 처음 방영되었을 때만 해도 조금은 엇갈린 평가를 받았다. 소재와 영상미는 참신했지만 국내에서는 다소 낯선 장르와 불친절한 구성으로 비판받는가 하면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하지만 시즌2에 접어들며 이런 평가가 극적으로 뒤집히게 된 것은 주목할만하다. 시즌1에서 공들여 차근차근 구축한 복선과 세계관, 캐릭터들이 시즌2에서 비로소 한꺼번에 빛을 발휘하며 이야기의 흡인력을 폭발시켰다. 시즌1에서 단점처럼 보이던 요소들도 오히려 시즌2에서는 장점으로 바뀌었다.

사전제작을 바탕으로 초반부터 치밀하게 계산된 대본과 뚝심있는 연출력, 영화보다는 길고 드라마보다는 짧은 러닝타임은 이야기의 밀도를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최대한으로 끌어올린다. 시즌1까지는 선뜻 납득이 가지 않았던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해석도 이야기가 쌓여가면서 납득가능한 개연성을 얻는다. 그리고 우연의 일치이기는 하지만 방영 시점의 사회상(권력투쟁, 전염병 문제)까지 절묘하게 맞물리며 이야기의 공감대를 높였다.

그리고 시즌2는 또다시 시즌3를 기대하게 만드는 새로운 복선과 미스터리들을 던져놓고 '열린 결말'로 마감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고, 끝날 듯이 끝나지 않는 이야기, 바로 시즌제 드라마이기에 익숙한 문법이다.

또한 <킹덤>은 시즌1과 시즌2가 일관성 있게 이어지는 스토리지만 장르적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영화 <에이리언> 시리즈의 1편이 고전적인 SF 호러라면 제임스 카메론이 연출한 2편은 전쟁 블록버스터가 됐다. <킹덤>도 시즌1의 정적인 호러 스릴러 분위기에서 2편은 속도감과 스케일 있는 액션 활극의 비중이 커지며 묘하게 다른 이야기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킹덤>이 만일 일반적인 영화나 드라마 형태로 제작된 작품이었다면 이러한 다채로운 구성의 매력을 제대로 살려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무엇보다 <킹덤>의 성공은 한국형 시즌제 드라마의 진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전환점이라고 할만하다. 사실 한국에서도 이제 시즌제 드라마 자체는 더 이상 낯선 방식이 아니다. <막돼먹은 영애씨> <낭만닥터 김사부> <응답하라> 시리즈 등은 시즌제로 제작되어 높은 인기를 끌었다. <비밀의 숲> <아스달 연대기> <시그널> 등도 현재 속편이 제작 중이거나 논의되고 있다.
 
 넷플릭스 <킹덤> 스틸 컷
ⓒ Netfilx
 
설사 처음에는 시즌제로 기획한 작품이 아니라도 전작의 인기에 힘입어 시즌제를 검토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제작진이 공들여 구축한 세계관과 캐릭터, 인기 요소들을 한번만 쓰고 묻혀버리기에는 아쉽다. 넷플릭스와 같은 OTT의 인기로 다양한 시즌제 드라마를 시도할 수 있는 플랫폼도 열렸다.

기존 시청층을 끌어안으면서 시즌마다 이야기를 폭넓게 확장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시즌제 드라마의 활성화는, 멜로물이나 막장드라마 편중으로 소재 고갈에 직면해있던 한국 드라마가 모색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 거론된다. 특히 <킹덤>은 한국적인 배경을 다루면서도 서구권에서 어필할 수 있는 소재를, 미국식 시즌제 구성으로 풀어낸 독특한 혼종 장르물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한류 드라마 시장의 트렌드에 이정표가 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다만 시즌제가 꼭 모든 이야기의 모범답안인 것은 아니다. 사전제작으로 인한 높은 완성도, 충성도 강한 팬덤의 확보 등 여러 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시즌제는 단점도 명확하다. 시즌마다 최소한의 독자적인 완결성을 선호하는 한국드라마에 비하여, 결말을 낼 듯 내지 않고 미스터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가 또다시 다음 시즌을 기약하게 만드는 미국드라마 스타일의 시즌제는 치밀한 구성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이른바 '고구마' '발암' 전개가 될 가능성도 높다.

트렌트 변화에 민감한 한국 문화에서 미국 드라마처럼 4~5년 이상 장기 프로젝트를 염두에 두고 시즌제 드라마를 기획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다. 무엇보다 장르물의 성격이 짙은 긴 호흡의 시즌제 드라마를 만드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역시 극본의 전문성과 완성도다.

현재 국내 드라마 시장에서 다양한 장르물을 전문적으로 소화해낼 수 있는 작가군이 그리 넓지 않다는 것은 앞으로 가장 극복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동네변호사 조들호> <나쁜 녀석들> <추리의 여왕> <보이스> 등 전편의 높은 인기에 힘입어 제작되었던 후속작들이 완성도나 시청률에서 저조한 평가를 받았던 사례는 시즌제 드라마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

<프리즌 브레이크> <로스트> <엑스 파일> <가십걸> < 24 > < CSI > <위기의 주부들>같은 작품들은 현지는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한때 큰 화제를 모았던 시즌제 미국 드라마들이다. 하지만 시즌을 거듭하고 방송이 지나치게 장기화되면서 개연성에 문제가 생기거나 고정 출연진의 사건사고, 속편 출연 거부 등 여러 가지 변수가 생긴다. 갈수록 완성도가 떨어지거나 용두사미로 끝난 경우도 꽤 많다.

<킹덤>도 시즌2가 엄청난 호평을 받고 있지만 당장 다음 시즌3에서는 그만큼 더 높아진 팬들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부담이 커졌다. 그만큼 '박수칠 때 떠나기 어려운 게' 시즌제 드라마의 약점이다. <킹덤>의 흥행을 잇는 시즌제 드라마의 성공사례가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질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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