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연상호 "'방법' 배경은 혐오사회..시청률 6% 돌파 힘=공감"(인터뷰)

장아름 기자 2020. 3. 16.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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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는 셈 치고 1회만 보시라"던 연상호 작가는 제작발표회 당시 덜컥 내걸었던 '시청률 3% 돌파시 시즌2를 하겠다'는 공약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 됐다.

1000만 관객 동원에 성공한 '부산행'을 연출한 영화감독 연상호가 아닌, 작가 연상호로 드라마 집필에 처음 도전한 tvN 월화드라마 '방법'은 지난 2월10일 방송된 1회가 2.5%(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방송가구 기준)를 기록하더니 이달 10일 방영된 10회는 6.1%로 자체최고시청률을 경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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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인터뷰]① "'방법' 오컬트지만 우리가 사는 사회 이야기"
tvN © 뉴스1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속는 셈 치고 1회만 보시라"던 연상호 작가는 제작발표회 당시 덜컥 내걸었던 '시청률 3% 돌파시 시즌2를 하겠다'는 공약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 됐다. 1000만 관객 동원에 성공한 '부산행'을 연출한 영화감독 연상호가 아닌, 작가 연상호로 드라마 집필에 처음 도전한 tvN 월화드라마 '방법'은 지난 2월10일 방송된 1회가 2.5%(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방송가구 기준)를 기록하더니 이달 10일 방영된 10회는 6.1%로 자체최고시청률을 경신했다. "마니아적인 오컬트 드라마가 시청률이 너무 안 나오면 태동단계의 장르 드라마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던 연상호 작가였지만, 결과적으로 '방법'이라는 생경한 소재는 신선하다는 호평을 받았고, 그의 첫 드라마 집필 도전은 성공했다.

연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가장 흥미롭게 생각해온 방법이라는 소재를 갖고 드라마를 쓰기 시작했다. 오컬트 장르로 집필했지만, 연 작가는 "현재 사회는 각자의 신념이 지배하는 시대"라며 "각자가 생각하는 정의와 정당성을 위해 타인을 혐오하는 사회에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자신의 생각을 드라마에 녹여냈다. 연 작가는 '방법'이라는 드라마가 다소 마니아적인 장르임에도 시청률 6%대를 돌파할 수 있었던 이유가 '혐오사회'에 대한 시청자들의 공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봤다. 드라마가 흥행하면서 '방법'의 다음 계획을 세웠다는 연 작가. 최근 그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방법'의 마지막회와 성공 이유, 그리고 시즌2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tvN © 뉴스1

-첫 드라마를 마무리한 소감은.

▶드라마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몇 년 전부터 갖고 있었다. 연속극의 매력에 대해 과거 드라마를 보면서도 느꼈었고 어렸을 때 재미있는 만화책의 다음 편을 기다릴 때 기분 때문에 점점 드라마를 해보고 싶다고 느꼈었다. 극본 작업을 다하고 연출자인 김용완 감독을 만나서 극본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연출자가 이 극본에 대해 나보다도 더 많은 이해를 갖고 있어서 안심했다.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이미 12부까지 나온 대본을 갖고 김용완 감독과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 과정에서 김 감독이 필요한 신이나 장면들을 추가하면서 작업했다. 또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장면들에 대한 아이디어를 줬는데, 그런 점에서 김용완 감독과의 협업이 재미있었다. 그동안 제가 쓴 시나리오를 직접 연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사실 완성된 편집본을 볼 때 '신선함' 같은 것은 없었는데 이번에 연출을 김용완 감독이 하니 편집본을 받아볼 때마다 '두근거림' 같은 것이 있었다. 제가 쓴 뉘앙스나 신들이 새롭게 연출돼 보는 것도 신선했다. '방법'이라는 드라마는 최종적으로는 김용완 감독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시나리오 작업과 다른 점이 있었다면 어떤 점이 있었을지, 그리고 집필하면서 어려웠거나 흥미로웠던 점이 있었다면.

▶영화 작업은 하나의 완결성 있는 이야기로 100페이지 정도 분량이었고 2시간 정도의 시간 안에 마무리돼야 하는 구조였다. 반면 드라마는 여러 개의 개별 에피소드의 완결구조와 다음으로 이어지는 연결성도 가져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 동안 했던 영화 시나리오 작업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런 작업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상황에서 과거에 내가 좋아했던 드라마나 연재되는 만화, 시리즈 애니메이션들을 볼 때 '내가 어떤 부분을 기대하고 좋아했었는가' '어떤 기분이었는가'를 많이 생각했다. 그리고 드라마 극본에 대한 감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잘 모르는 분야다 보니 여러가지 어려움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신선하고 재미있게 작업했던 것 같고 내가 새로운 영역에 대한 도전을 좋아한다는 것을 확실히 느꼈다. 새로운 무언가를 작업할 때 확실히 에너지가 샘솟고 극본을 쓰는 내내 즐거웠다.

-12부작 집필에 있어 가장 신경 쓴 포인트가 있다면.

▶아무래도 영화와 드라마의 가장 큰 차이점은 사건 전개의 호흡이었던 것 같다. 하나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방식, 시청자에게 도달하는 호흡이 영화와는 매우 다르기 때문에 전체적인 에피소드의 배치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가장 큰 숙제였다. 초반의 전개를 빠르게 배치하고 뒷부분을 초반의 빠른 전개에서 깔아둔 퍼즐 형태의 에피소드를 맞춰가는 재미를 주는 것이 이번 이야기의 전략이었다. 지금 무척이나 고맙고 다행이라고 여긴 부분은 맨 처음 드라마 작업을 제안주셨던 스튜디오 드래곤의 최진희 대표님이 회차에 대한 부담을 없애주신 것이다. 처음부터 '몇 회는 나와야 된다'가 아니라 회차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써보라고 한 제안 덕분에 이 이야기에 가장 맞는 회차를 찾아 작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방법'을 제작한 레진 스튜디오도 일반적인 드라마 제작방식에서 제작사가 이익을 남길 수 있는 구조를 강요하지 않아 좋았다. 그래서 드라마에서 그 흔한, PPL을 넣어야 한다는 강박 없이 작업할 수 있었다.

-'방법'(謗法)이라는 소재가 신선했다. 이를 드라마 소재로 생각하게 된 이유는.

▶어렸을 때 할머니와 같이 살아서인지 '방법'이라는 단어가 생소한 단어는 아니었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렸을 때 전래동화 같은 내용에서 물건을 훔쳐간 아이를 겁주어 자백하게 하려고 '방법'을 하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도 있다. 또한 어렸을 때 봤던 사극에서도 '방법'이라는 단어가 심심치 않게 나왔던 기억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방법'에 대해 알고 있었다. 기억에 남는 건 어렸을 때 들었던 이야기에서 '손발이 오그라진다'는 단어가 흥미로웠다. '손발이 오그라지는 건 어떤 걸까?', 상상이 잘 되지 않아서 그 단어에 흥미를 가졌던 것 같다. 이후 여러가지 소재를 생각할 때 '방법'이라는 소재가 가장 흥미를 끌었다. 오히려 드라마를 쓰려고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그 의미가 잘 나오지 않아 의아했었다. 아무튼 드라마를 쓰면서 무속과 오컬트 그리고 추리형식과 히어로를 섞은 좀 독특한 장르의 드라마를 쓰고 싶었는데 마침 '방법'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아이템을 생각할 때 이렇게 '제목과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맞춤'이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방법'이 내게는 그랬다.

tvN '방법' 포스터 © 뉴스1

-'방법'은 마니아적이고 독특한 소재임에도 시청률 6%대를 돌파했다. 시청자들의 이 같은 큰 관심을 예상했는지.

▶사실 tvN의 밤 9시30분 월화드라마로 편성이 됐다고 했을 때 과연 그 시간에 사람들이 이 오컬트 장르를 볼까 하는 의구심 같은 것이 있었다. 장르 드라마라는 것이 드라마 업계에서는 이제 시작 단계라고 생각한다. 그런 상황에서 이런 마니아적인 오컬트 드라마가 시청률이 너무 안 나오면 태동단계의 장르 드라마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제작발표회 때도 이야기했지만 3%만 나와도 감지덕지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의 시청률은 내가 생각해도 놀라운 결과다.

-'방법'만의 오컬트 장르의 매력 및 어떤 부분이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고 생각하는지.

▶서양의 오컬트 장르는 기존의 서양영화나 드라마 등을 통해 접했던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세계관이 있는, 친숙한 장르라는 강점이 있다. 하지만 동양의 굿이나 부적, 민간신앙과 같은 토속적인 신앙은 '이미 우리 생활에서 익숙하고 있을 법한 느낌이 강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것들이 아주 낯설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방법'에서는 그런 오컬트적 요소 외에도 대중들이 친숙할 만한 이야기 구조 등 여러가지를 결합했다. 퍼즐을 맞춰가는 (퍼즐) 형태의 이야기 구조나 히어로 영화의 구조 같은 것들을 결합해 오컬트에 거부감이 있는 시청자들도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흥미를 갖도록 구상했다. 그 외에도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SNS의 혐오문제 같은 것이 이 이야기가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되지 않도록 만드는 힘이었다고 생각한다. 오컬트 장르만의 매력이라고 한다면 기본적으로 나는 이성으로는 납득되지 않거나 우리 사회 이면에 우리가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미지에 대한 두려움, 동경 같은 것이 동시에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이 이야기로 풀어내질 때의 쾌감 같은 것이 오컬트 장르의 매력인 것 같다.

-'방법'을 집필하기 위해 거친 준비 기간은 어땠는지. 레퍼런스 및 자료조사와 같은 과정도 궁금하다.

▶의외로 한국 무속에 대한 자료가 없어서 처음에 좀 당황했었다.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올 줄 알았는데 '방법'이라는 단어를 쳐도 나오는 정보가 거의 없어서 고민을 많이 했었다. 사실 국회도서관에서 무속, 민속학에 관한 논문들이 몇 개 있어서 그것들을 출력해와서 읽었다. 한달 정도 그런 논문들을 읽으면서 보냈던 것 같다. 그 논문들을 읽으면서 재미있는 것이 많이 나와서 극본에도 많이 반영했다. 예를 들면 '아미동에 일본인 공동묘지가 있어서 일본 귀신이 토착화됐다'는 대목도 논문에서 읽은 내용이다.

-'방법'에서 또 하나의 다른 흥미로운 점은 SNS에 깃든 혐오사회의 단면을 볼 수 있었다는 점이기도 했다.

▶어렸을 때부터 알고 있던 방법이라는 저주가 2000년대 초반에 인터넷상에서 누군가를 지칭해 공격하는 은어로 쓰였다는 것을 듣고 흥미를 느꼈다. 어떻게 보면 초자연적인 저주라는 주술이 인터넷상에서 비슷하게 쓰인다는 점이 초자연 세계든 아니든 보이지 않는 힘으로 누군가를 저주한다는 점이 방법의 세계관이다. 흔히들 혐오사회라 하지 않나. 누군가를 저주하고 혐오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려고 하는 사회에서 힘을 갖기 시작하는 악신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극본을 쓰기 시작했다. 그런 부분이 '방법'에서 그려지는 이야기가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닌, 우리가 사는 세상의 이야기라고 믿게 만드는 데 중요한 요소였다.

-시청자들에게 어떤 드라마로 기억됐으면 하는가.

▶'방법'은 오컬트 드라마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사는 사회 이야기다. 시청자분들이 이 이야기를 아주 먼 생뚱맞은 이야기가 아닌 우리가 사는 사회 이야기라고 공감해주셨기 때문에 지금의 시청률이 나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무척 감사한 상황이다.

<【N인터뷰】②에 계속>

aluem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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