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이슈]'워크맨' 일베 논란 공식 사과에도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

안정은 기자 2020. 3. 13.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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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된 ‘워크맨’ 영상과 제작진의 사과문. /사진=유튜브, 커뮤니티 캡쳐
[서울경제] JTBC 스튜디오 룰루랄라의 인기 유튜브 채널 ‘워크맨’이 일베(일간베스트) 용어 사용 논란에 휩싸였다. 누리꾼들의 비난 쇄도에 워크맨 측은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며 논란 해명에 나섰으나, 여론은 사과의 진정성을 믿지 못하는 눈치다.

지난 11일 업로드 된 ‘워크맨’ 42화 ‘부업’ 편에서는 방송인 장성규와 JTBC 기상캐스터 김민아가 함께 피자 상자 접기 아르바이트에 도전한 모습이 그려졌다. 두 사람은 1장에 100원을 버는 피자 상자 총 132개를 접었는데, 잔돈이 없다는 사장의 말에 김민아는 “18개를 더 접자”고 제안했다. 이때 ‘18개 노무(勞務)시작’이라는 자막이 등장했다.

방송 이후 일부 네티즌들은 ‘노무’가 일베에서 사용하는 단어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노동이나 근로라는 단어도 있는데 ‘노무’를 사용해야만 했는지, ‘노무’가 다른 뜻으로 쓰인다는 걸 알고 한자 표기로 교묘하게 피하려했던 것 아닌가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자막 자체도 뜬금없지만 ‘18개’라는 숫자와 ‘노무’라는 표현을 함께 사용한 의도에 대해서 “노림 수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실제로 ‘노무’는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인 일간베스트에서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할 때 쓰이는 단어다.

논란이 커지자 12일 워크맨 측은 “문제가 된 노무(勞務)라는 자막은 사전적 의미인 ‘노동과 관련된 사무’의 뜻으로 전달하고자 했다”며 “해당 단어를 특정 커뮤니티에서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 중이란 사실은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문제의 소지가 다분한 내용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도 제작진 과실”이라며 사과했다.

하지만 이 사과문은 진정성 있게 다가오지 못했다. 오히려 논란을 더욱 키우는데 일조했다. 누리꾼들은 “몰랐다”는 발언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노무’는 일베 용어 중 가장 잘 알려진 단어인데다, 뉴스 등에서도 문제가 돼 수차례 보도된 적이 있는데도 몰랐다는 게 이상하다는 것이다.

워크맨은 자막 하나마다 웃음 코드를 넣고, 신조어나 온라인 커뮤니티 유행어 등을 최대한 재미있고 간결하게 순화시켜 사용해왔다. 그런 워크맨 측이 굳이 어려운 한자까지 넣어 ‘노무’란 표현을 쓴 것 자체가 ‘이 자막이 문제의 소지가 될 것이란 걸 인지했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반박했다.

이번과 같은 일베 논란은 처음이 아니란 사실도 실망감을 안겼다. 영상에 지속적으로 사용되는 자막이 ‘일베’ 용어를 연상시켜 제작진 중에 일베가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꾸준히 있어왔다.

그간 일베 논란을 일으켰던 방송분. /사진=유튜브 캡쳐
지난 35화 ‘리와인드 2019’ 영상에서도 일베 의혹이 일었다. 장성규와 제주도 게스트하우스 사장의 전화 통화 모습에 사용된 ‘노알람’과 ‘다깨워슨’은 일베에서 각각 노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의미로 통한다.

33화 스키장 편에서 게임 ‘카트라이더’ 스피드 아이템 ‘N2O’ 대신 ‘NO2’라는 이미지를 써서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일베 합성 이미지를 사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22화 민속촌 편에서 등장한 ‘두브레이션’은 노 전 대통령의 추락사에서 후두부 손상을 조롱하는 의미로 쓰였다는 지적을 받았다.

‘워크맨’측의 사과문이 진정성 있게 느껴지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수차례 지적과 논란이 있었음에도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구독자들의 애정과 관심이 높아지는만큼 제작진의 신중함과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시청자들이 불편을 느낄만한 장면이 쓰이진 않았는지 업로드 전 꼼꼼히 시사해야한다.

‘워크맨’의 담당 PD는 SBS ‘런닝맨’에서 FD로 활동하던 시절에도 일베 용어 자막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는 이번 달을 끝으로 워크맨 연출자 자리에서 물러난다. 새로운 기획을 위해 재충전을 갖는다는 것이 하차 이유다. 그러나 이미 6만명 가량의 유튜브 구독자가 등을 돌렸다. 선 넘는 개그를 선보여온 ‘워크맨’이 이 위기를 극복하고 여론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안정은기자 seyo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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