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위약금 1억·예선탈락 출연료 無..갑질 '미스터트롯' 출연계약서 파문 (단독입수)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2020. 3. 11.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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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터트롯’ 출연자들의 출연료와 손해배상 규정을 담은 계약서 일부.

TV조선이 ‘미스터트롯’ 출연자를 상대로 1억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게다가 예선 출연료 0원, 본선 출연료 10만원이란 조항은 거대 방송사가 개인을 상대로 벌인 일로는 조악하기 그지 없다.

TV조선이 ‘내일은 미스터트롯(이하 미스터트롯)’ 출연자와 맺은 ‘출연 계약서’에는 “계약해지와는 별개로 일억원의 위약벌 및 계약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불공정 조항이 명기돼 있다.

‘스포츠경향’은 최근 시청률 30%를 넘기며 ‘국민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떠오른 TV조선 ‘미스터트롯’의 출연계약서를 단독입수했다. 확인결과 방송사에 비해 출연자들이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이 있었고 심지어 거액의 ‘위약벌’ 조항을 들어 출연자들을 위축시키는 이른바 ‘독소조항’이 발견됐다.

계약서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조항은 제9조 1, 2항이었다. 1항에서는 “TV조선 또는 출연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본 계약을 위반하는 경우에 상대방은 계약을 해지 할 수 있으며, 계약 해지와는 별개로 일억원의 위약벌 및 계약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2항에서는 출연자의 입지가 좀 더 자세히 기술됐다. 이 조항에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품위를 손상시키는 경우 TV조선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며, 계약해지와는 별개로 일억원의 위약벌 및 계약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적시됐다. 더군다나 ‘대한민국의 어떠한 법령에도 위배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증한다’는 내용으로 일체의 이의제기 여지를 차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안심법률사무소의 고봉주 변호사는 “9조 1항에서 계약위반으로 인해 손해배상의 책임이 쌍방의 의무라고 정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2항에서 출연자의 경우에만 별개로 위약벌과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는 경우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고 방송사의 의무에 대해서는 정하지 않고 있다”며 “이 상황에서 (1억원의) 과도한 위약벌 조항은 결국 출연자 일방만을 구속하는 효과를 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태일의 이경득 변호사 역시 “위약벌은 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때 손해배상과 별도로 몰수하기로 한 위약금”이라고 설명하면서 “계약해지와 별개로 1억원의 위약벌 및 계약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지기로 약정한 경우, 이는 출연자에게 과중한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시키는 조항”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 조항의 경우에는 ‘미스터트롯’의 출연자가 성인 뿐 아니라 ‘신동부’로 불리는 어린이 출연자도 있었던 것을 고려할 때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출연료에 있어서도 불공정한 조항이 발견됐다. 계약서 제4조 1항에서는 출연자에게 회당 10만원의 출연료가 지급되는데 이는 본선 이상 선발된 출연자에게 지급된다고 적혔다. 2016년 방송된 엠넷 ‘프로듀스 101’ 첫 시즌이 연습생 출연자에게 공짜 출연을 강요해 물의를 빚었던 전례가 있었는데 ‘미스터트롯’의 경우에도 프로그램 초반부인 1~3회에 출연했던 예선 101명의 출연자 중 적어도 탈락했던 53팀의 출연자에게는 출연료가 없었던 셈이다.

TV조선 오디션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터트롯’ 포스터. 사진 TV조선

이에 반해 방송사의 이익을 위한 조항들은 촘촘히 적혔다. 저작재산권 일체를 방송사가 소유하고 출연자는 방송사가 저작재산권을 행사 할 때 저작인격권(저작자가 저작물을 통해서 가지는 인격적인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권리)을 행사하지 않기로 하며(제7조 1항), 출연자는 프로그램의 파생 저작인접권(녹음, 복제, 2차사용에 관한 권리)을 방송사에 양도하고(제8조 2항), TV조선이 프로그램의 홍보를 위해 행하는 프로그램 섭외요청에 방송 종료 후에도 적극 응해야 한다(제6조 5항)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계약서에 대한 법조계의 전반적인 평가는 “출연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내용이 많다는 것”이었다. 이경득 변호사는 “‘미스터트롯’의 계약조항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조치를 일부 반영한 것으로 보이지만 자발적인 출연이라고 하더라도 본선에 진출하지 못한 출연자에게 출연료가 전혀 지급되지 않는 점, 방송사의 귀책사유로 주의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손해배상이나 위약벌의 규정이 없는 점” 등을 들어 “출연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 공정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봉주 변호사는 “방송사의 저작재산권 행사시 출연자의 저작인격권 행사가 허용되지 않고, 방송사의 2차 저작물 관련사업에 대해서도 범위를 정하지 않는 것은 출연자의 권리를 해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계약 종료 후까지 방송사의 저작재산권 효력을 명시한 것도 방송사의 권리만 보호하고 출연자의 권리보호에 미흡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2010년대 이후 방송가의 대세로 떠오른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매번 큰 화제를 모으며 방송사의 주력 콘텐츠가 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불공정한 계약을 강제하거나 출연료 등의 보상을 제대로 하지 않아 논란이 된 프로그램도 있었다. 결국 공정거래위원회는 2018년 5월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들에 대한 불공정 계약에 대해 과중한 손해배상 조항과 방송출연 의무부과 조항 등을 삭제하는 시정조치를 했다. 그렇지만 TV조선 ‘미스터트롯’은 시계를 돌려, 출연자들에게 불공정 계약을 강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스포츠경향’은 이날 오전 TV조선에 관련 사항에 대해 질의했지만, 오후 3시가 넘도록 “입장을 정리 중”이라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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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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