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는 '기생충' 日은 '신문기자'.. 심은경 日 아카데미 최우수상의 의미 [스경X이슈]

김원희 기자 kimwh@kyunghyang.com 2020. 3. 7.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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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카데미 시상식 공식 SNS

아베 총리의 비리를 고발하는 일본 영화로 일본 영화제서 수상을 한 한국 배우. 전례 없는 타이틀로 배우 심은경이 남다른 행보를 걷고 있다.

심은경은 지난 6일 도쿄에서 열린 제43회 일본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일본 아카데미상은 주요 부문에 우수상을 시상하고 시상식 당일 우수상 수상자 가운데 최우수상을 발표한다. 심은경은 지난 1월 영화 ‘신문기자’로 니카이도 후미 등 일본 여배우 4명과 함께 우수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지명됐다. 그리고 이날 열린 본상을 통해 최우수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심은경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무대에 올라 눈물을 흘렸다. “수상을 전혀 예상 못 해서 아무런 준비를 못 했다. 죄송하다. ‘신문기자’를 봐주신 여러분 감사하다. 앞으로도 열심히 활동하겠다. 정말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 배우가 이 상을 받은 것은 1978년 일본 아카데미상 제정 이래 처음이다. 앞서 한국배우가 일본 아카데미에서 세운 최고 성적은 2010년 배두나가 영화 ‘공기인형’으로 받은 우수 여우주연상이다. 심은경은 해당 작품을 통해 앞서 제 74회 마이니치 영화 콩쿠르에서도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타마 영화제에서 최우수 신인여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놀라운 기록을 세우고 있다는 점과 더불어 아베 정권을 비판한 영화로 일본에서 상을 받았다는 데 의미를 더한다. 도쿄신문 사회부 소속 모치즈키 이소코 기자의 동명 저서에 원작으로 둔 영화 ‘신문기자’는 아베 총리가 연루된 사학 비리를 모티브로 일본의 정치스캔들을 통해 국가와 저널리즘 이면을 비판한 작품이다. 극중 심은경은 갑자기 쏟아지는 가짜 뉴스에 정부의 의도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직감하고 진실을 쫓는 사회부 기자 ‘요시오카’ 역을 맡았다. 이 영화 제작 초기 단계부터 캐스팅이 확정됐던 심은경은 1년간의 일본어 공부를 통해 직접 일본어로 연기하며 권력과 맞서는 기자로 세밀한 감정 연기를 완성해냈다.

심은경의 수상은 지난달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작품상 등 4관왕을 안은 것과 비견되는 상당히 파격적인 결정이다. 비영어권 영화가 아카데미의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받은 것은 ‘기생충’이 최초다. 그간 ‘백인 중심’ ‘할리우드 영화 중심’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92년 아카데미의 역사는 이날을 기점으로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는 전 세계 영화인들의 찬사를 받았다.

‘신문기자’는 현 정부인 아베 정권의 민감한 곳을 정면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지난해 일본 내 개봉과 관련 ‘보이지 않는 압력’으로 인해 고충을 겪었다. 앞선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카와무리 미츠노부 프로듀서는 “이 영화를 일본 TV에선 전혀 다뤄주지 않았다. 홍보를 실어준 곳은 신문과 SNS 밖에 없었다. 라디오 광고도 거절당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렇듯 자국 내에서도 힘겹게 피어난 영화 속 한국인 배우가 일본내 유수의 영화제에서 최고 영예를 안는다는 것은 단순히 ‘기록’을 넘어선 하나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 일본 정부가 무역 보복에 나서는 등 한일관계가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이룬 쾌거로 더욱 뜻깊은 수상이다.

김원희 기자 kimw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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