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터뷰] 조병규의 콤플렉스 깨부수기

이호영 입력 2020. 2. 27. 15:31 수정 2020. 2. 2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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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병규(나이 24세)는 '콤플렉스 덩어리'라고 자평했다. 대게 약점은 스스로를 좀먹기 마련이지만, 그의 경우 예외였다. 남과 비교해 눈에 밟히고 거슬리는 단점은 조병규에게 열등이나 강박으로 작용하지 않았다. 되려 안일해질 찰나에 번쩍하고 날아드는 채찍질 같은 것이란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최근 엄청난 화제성과 더불어 마니아층을 두텁게 쌓아 올린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로 선방한 조병규. 극중 한재희를 연기했다. 전통 있는 가구업체 회장의 손자다. '네가 운이 좋다는 것을 알고 남에게 베풀며 살아라'는 부모님의 가르침을 듣고 자라 건방지지는 못한 인물. 금수저 혹은 재벌 3세지만, 티없이 해맑은 성격으로 진심 다해 야구 선수들을 서포트해 시청자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종국에는 인격적 성장도 보여줘 박수받았다.

그는 "좋은 사람들과 좋은 작품 '스토브리그'를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고, 한발 더 나아가 역할 한재희와 함께 성장할 계기를 얻은 느낌"이라며 "모든 건 시청자의 응원 덕분이다. 촬영 중에도 지치지 않고 임할 수 있었다"고 마친 소감을 전했다.

이제는 어느 정도 눈을 떠 제 역할 뿐만 아니라, 작품 전체의 흐름을 읽고 인기 요인을 분석하는 조병규. 그는 "구단 내 야구선수가 아닌, 서포터들에 대한 이야기가 큰 줄거리였다. 위험요인으로는 야구팬 아닌, 일반 대중이 낯설게 느낄 수 있다는 대목"이었다면서 "탄탄한 서사와 구성이 이야기를 만들어 야구 문외한들이 룰이나, 디테일을 몰라도 충분히 재미를 느꼈다. 웰메이드 작품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마치고 보니 현실이 됐다"고 즐거워했다.

가장 뿌듯한 대목은 시청자와 동료들의 호칭이었다. 조병규는 "길거리를 지나가거나, 현장서 동료 및 관계자분들이 나에게 '낙하산'이라고 불렀다"며 "극중 한재희가 낙하산 콘셉트의 인물"이라고 말했다. 연기자가 연기한 역할의 명으로 남들의 뇌리에 남았다는 것을 영광으로 여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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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매니지먼트의 케어를 받는 입장이다. 조병규가 '스토브리그'에서 연기한 인물은 구단의 직원으로, 야구선수를 케어해야 했다. 이에 조병규는 영민하게 머리를 굴려 자신의 주변을 살펴 배역에 몰입했다. 그는 "매니저, 스타일리스트, 홍보팀 등 내 주변 사람들의 감정과 생각을 읽어봤다. 반대의 지점에 있는 인물을 연기해보니 현실에도 적용됐다. 그들의 노고를 알게 됐다. 연기를 하면서 역지사지를 느끼다니, 이 얼마나 좋은 작품인가"라며 웃었다.

조병규는 근 5년 사이에 약 70개의 작품에 출연해 다작했다. 규모와 경중을 따져보면, 순차적으로 점점 커졌다. 역할명 없는 학생, 행인부터 시작해 다수의 연극무대와 여러 '단편영화'까지 이어졌다. 최근에는 JTBC '스카이캐슬'에서 비중 있는 주조연 차기준 역할을 맡아 스타덤에 올랐고, '스토브리그'로 정점을 찍은 것이다.

물 불 안 가리고 다작하는 이유는 하나다. 행여 일이 끊겨 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이다. 그는 "이름 없는 역할 명부터 단편 장편 드라마 영화 광고 주인공까지 닥치 는대로 연기해왔다. 일한 날과 쉰 날을 세어보니 사적인 삶은 포기했던 시간들이라고 표현해도 과하지 않더라. 배고파본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 까먹었다. 휴식시간 주어지면 오히려 괴롭더라"고 털어놨다.

이어 "어느새 개념이 흐려져 작품을 연기할 기회에 대한 소중함을 잊어버릴까 두렵기도 하다. 계속 상기시키려 쉬지 않은 것이다. 또 있다. 좋은 작품, 하고픈 역할을 체력적인 한계 탓에 놓치고 싶지 않다"이라고 설명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다작이라는 경험이 조병규에게 남긴 것은 실력이라는 보물이었다. 그는 "모든 작품의 역할들은 저마다의 경중을 떠나 '다르다'는 강점을 지니고 있었다. 그만큼 내 나이 내경력에 비해 여러 가지 역할을 연기해본 경험이 남았다. 배우는 종종 과한 이미지 소비를 걱정한다. 다작을 했기에 소비에 대한 불안감이 무뎌져 덜하다"고 전했다.

조병규는 일을 하며 즐기는 편이 아니다. 스스로를 학대하고 모질게 평가해 추진력을 얻는다. "난 콤플렉스 덩어리나 마찬가지다. 남들에 비해 큰 키가 아니다. 그렇다고 뛰어나게 잘생긴 배우도 아니지 않나. 연기? 잘하고 싶은 욕심은 누구보다 크지만, 현실에선 만족해본 적 없는 수준"이라며 "나 자신을 가혹하게 질책해보니 결국에는 좋은 결과를 얻게 되더라. 만족하고 위안을 삼았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다작과 자학에 대한 옹골찬 가치관은 한동안 계속될 예정이다. 조병규는 "가끔 연기가 내 생각대로 흘러가면, 지친 심신이 살아난다. 그 맛을 잘 알기에 기회란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되뇐다"며 "올해의 목표를 묻는다면, 거침없이 공백을 줄이는 것이라고 답할 것"이라고 전했다.

iMBC 이호영 | 사진 HB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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