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준 감독 "아카데미 후보 반응 뜨거웠다..세월호 이야기 많이 나왔으면"

신효령 2020. 2. 1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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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영화 '부재의 기억' 귀국 기자 간담회
"극장 상영, 세월호 유가족협의회와 고민중"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이승준 감독이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단편다큐멘터리 부문 노미네이트 '부재의 기억' 그 못다한 이야기 귀국 보고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02.18. dadazon@newsis.com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기자회견이 끝나면 이 열기가 식을 수도 있다. 이게 시작이었으면 좋겠다. 이 작품을 통해서 세월호 이야기가 많이 나오면 좋겠다."

영화 '부재의 기억'을 연출한 이승준 감독은 9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 다큐멘터리상 수상 불발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세월호 참사를 다룬 '부재의 기억'은 '기생충'(감독 봉준호)과 더불어 한국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매체 인디와이어, 영국 가디언 등 해외 언론의 호평을 받았으나 수상에는 이르지 못했다.

1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부재의 기억' 귀국 기자간담회에서 이 감독은 "아카데미의 최종 노미네이트 후보자 발표가 있고나서 지난달 26일 미국으로 바로 넘어갔다. 그 때부터 일정을 소화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직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로이터통신과 인터뷰를 하고, 28일에 LA에서 공식상영회를 했다. 5편의 전체 후보작을 다 상영하고, 서로 대화했다. '부재의 기억' 상영회가 끝난 다음에 반응이 뜨거웠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이승준 감독이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단편다큐멘터리 부문 노미네이트 '부재의 기억' 그 못다한 이야기 귀국 보고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02.18. dadazon@newsis.com


이 감독은 "해외 관객들이 '자기네들도 그런 사고, 위기가 있었을 때 국가가 제기능을 못해서 희생당한 일이 있었다'며 많이 공감해줬다. 사실 이 이야기를 하면 안되는데 아카데미 회원으로서 투표를 할 것이라고도 했다. 현지 기자들의 호평도 많았다. 돌아보면 굉장히 훌륭한 경험이었다. 우리의 초심도 그랬고, 유가족들도 많이 알려지는 것을 원했다. 그 약속이 지켜진 것 같아서 굉장히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승준 감독은 세월호 유족인 장준형군(단원고 2학년 8반) 어머니 오현주씨와 김건우군(2학년 5반) 어머니 김미나씨, 감병석 프로듀서와 함께 레드카펫에 올랐다.

오현주씨는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됐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부터 세월호 참사의 진실에 대해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길 바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세계 아이들은 반드시 안전하게 차별받지 않고 적절한 교육을 받으면서 살아갈 권리가 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고 관련된 사람들을 처벌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6년간 싸우고 있다는 내용을 전했다. 그것이 부분적으로나마 현실화되는 것 같아서 기뻤다. 숱하게 많은 감독들이 세월호 관련된 다큐를 만들어줬고, 이승준 감독으로 인해 결실을 맺었다. 감사하다"고 했다.

김미나씨는 "원래 레드카펫에 오르는 것은 예정에 없었다. 감독님, PD님 부인들이 양보해준 것이었다. 원래 가져간 옷은 평범한 정장이었는데, 엄마들이 조금 더 당당하게 입고 가야하지 않냐고 교민들이 이야기해줘서 드레스를 빌려 입고 가게됐다. 엄마가 아니라 아이의 입장으로 갔다. 내가 들어갈 때의 마음은 건우, 준형이었다. 아이들이 사진을 찍은 게 가장 행복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이승준 감독이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단편다큐멘터리 부문 노미네이트 '부재의 기억' 그 못다한 이야기 귀국 보고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미나 어머니, 오현주 어머니, 이승준 감독, 장훈 위원장, 한경수 PD. 2020.02.18. dadazon@newsis.com

이 감독은 2017년 1월 기획을 시작하고, 그해 3월부터 9월까지 촬영했다. 2018년 9월까지 1년간 편집을 통해 작품을 완성했다. 그는 "편집이 어려웠다. 세월호를 둘러싼 이야기가 복잡하기도 하고, 과연 그걸 이해할 수 있을까 싶었다. 처음부터 해외 관객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편집을 많이 하고, 세월호 유가족협의회와 상의했다. 맥락상 이해가 안되는 부분, 문화적인 차이나 미국 쪽에서 이해가 안되는 부분에 관해 이야기가 오갔다. 대화를 주고받다가 미국 쪽에서 미국 편집자를 고용하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다. 우리 목표가 해외 관객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라서 오케이했다. 미국 편집자가 쭉 편집하고 내가 마지막으로 지금의 버전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부재의 기억'은 생존자와 목격자, 유족 인터뷰뿐 아니라 사건 당시 영상과 녹취록을 통한 생생한 묘사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승준 감독 뿐만 아니라 독립 PD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국독립PD협회 박봉남 PD 주도로 결성된 '416기록단'이 많은 기여를 했다.

이 감독은 "아카데미가 미국 중심의 영화제이다. 이야기가 어느 나라에서 일어나는지는 중요한 일이 아니다. 제작이 반드시 미국 스태프나 감독이 아니어도 된다는 가능성을 봤다. 같이 아파하고 분노하는 것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가족협의회, 416기록단 등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카데미도 다른 영화제와 달리 협업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단편다큐멘터리 부문 노미네이트 '부재의 기억' 그 못다한 이야기 귀국 보고 기자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김미나 어머니, 오현주 어머니, 이승준 감독, 장훈 위원장, 한경수 PD. 2020.02.18. dadazon@newsis.com

29분 분량의 '부재의 기억'은 세월호 참사의 책임 소재와 참사의 원인에 집중하는 기존 작품과는 달리 현장의 영상과 통화 기록을 중심으로 2014년 4월16일 당시 사고 현장에 집중한다.

이 감독은 "극장 상영은 어떤 방식으로 가능할지 프로듀서와 고민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같이 보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있는 것과 온라인으로 보는 것은 차이가 크다고 생각한다. 세월호 유가족협의회와 고민하고 있는 단계"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no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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