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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오스카상 4관왕 '기생충' 봉준호 감독 연출·세계관 보이는 단편영화 소개글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 입력 2020.02.14. 20:25 수정 2020.02.15.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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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회 독립영화 정기발표회’ 자료집. 스포츠경향 자료사진.

제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으로 4개 부문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자료가 있다.

1995년 4월 ‘제 20회 독립영화 정기발표회’ 상영회 당시 자료집에는 영화아카데미 졸업 작품에 대한 봉 감독이 직접 쓴 글이 실려있다. 이 글 내용은 놀라울 정도로 이후 만들어 진 봉준호 감독 영화들의 연출 형식과 영화 작가로의 세계관을 예고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은 자신의 졸업작품인 단편영화 ‘지리멸렬’에 대해 “전제 연출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사실성’의 획득이다. 슬랩스틱 코메디나 작위적인 헤프닝의 분위기로 흘러버리는 것을 최대한 피하고, 화면분위기나 연기스타일을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하는대 역점을 둔다”고 설명했다.

봉 감독은 또 “인물들이 보여주는 행동은 아주 조잡하고 졸렬하지만, 그것을 담는 화면구도나 배경음악은 일제의 흐트러짐이 없는 근엄하고 수려한 모양으로 되도록 하여, 묘한 긴장감과 어색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그가 말했던 이런 연출 스타일은 첫 장편 데뷔작인 ‘프란다스의 개’에서 오스카 4관왕을 기록한 ‘기생충’까지 연기와 미장센 그리고 미술, 편집, 음악에까지 탄탄하게 반영되고 있다.

봉준호 감독 영화아카데미 졸업작품 기획·의도 내용.

이에 앞서 봉준호 감독은 자신의 졸업작품 주제에 대해 “권위있는 사람들은 ‘권위있는’ 형태로만 자신들을 노출한다”며 “강의실에서, 재판정에서, 공식회견장에서, 경축 행사장 등등에서 그리고 무엇보다 TV와 신문등을 통해서 그들은 항상 권위넘치는 이미지로 자신들을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봉 감독은 또 “특히 권위있는 이미지란 것은 영상이나 활자로 고정되어 나타나게 되면, 더욱 강력해지게 된다. 그리고 그 이미지들을 생활 속에서 공기처럼 접하게 되는 대중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인물/이미지를 막연히 신비화 시키게 된다. 결국 대중들은 권위있는 것의 권위를 깨버리고 싶은 욕구를 자기 스스로 거세해 버리고, 위로는 권위에 복종하면서, 또 아래로는 권위를 행사하면서 달콤한 안도감을 느낀다”고 분석했다.

이어서 “이렇듯 ‘권위’의 문제는 역사나 정치의 영역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적 영역에 깊게 스며들어 있다”고 덧붙였다.

이후 만들어 진 봉 감독의 영화 속 세계관에서 다양하게 등장하는 ‘만들어진 권위’들은 “위로는 권위에 복종하면서, 또 아래로는 권위를 행사하면서 달콤한 안도감”을 느끼며 살아가다 파국이나 위기를 겪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 인간군상들이 ‘프란다스의 개’에 등장한 경비원과 ‘살인의 추억’, ‘마더’, ‘괴물’의 경찰고 공권력 그리고 ‘기생충’의 주인공(송강호) 가족들이다. 봉준호 감독 영화 속에 또 하나의 공통점은 이런 세상을 개선하거나 파괴하는 ‘기능적 인물’로 일상을 벗어나 있는 특이한 기인이나 광인들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이는 예술가나 혁명가에 대한 영화적 은유로 관측된다.

‘지리멸렬’은 당시 이례적으로 다른 국내 단편영화 수작들과 함께 비디오로 상업적 배급이 이뤄졌고 영화 워크샵 등에서 교재로 사용이 될 만큼 주목을 받은 영화다.

각 에피소드 주인공인 보수적인 신문사 논설위원, 음흉한 대학교수, 공중도덕을 무시하는 검사가 일상에서 비열하거나 우스꽝 스러운 행동을 하면서 방송국 토론 프로그램에선 근엄한 모습으로 출연하는 모습을 담은 옴니버스 단편영화다.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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