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의 부장들' 우민호, "'태극기 부대'도 재미있게 볼 것"[MD인터뷰]

2020. 1. 28.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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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남산의 부장들’의 우민호 감독은 비밀의 문을 열었다. 김충식 기자가 팩트로 완성한 원작에 자신의 상상력을 덧입혀 10.26 사태에 얽혀있던 인물의 내면 속으로 깊숙하게 들어갔다. 중앙장보부장이 대통령에게 방아쇠를 당긴 이유는 역사의 미스터리로 남았다. 대학시절 원작을 읽고 영화화의 꿈을 키웠던 그는 누아르풍의 밀도 높은 정치 드라마로 역사의 숨소리까지 생생하게 담아냈다.

“제가 찍은 영화 중에 평단의 반응이 가장 좋아요. ‘내부자들’은 자극적이고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욕 많이 먹었거든요. 충분히 그럴수 있다고 생각해요.”

‘남산의 부장들’은 ‘내부자들’과 정반대의 톤 앤 매너를 갖췄다. ‘내부자들’이 뜨겁고 격정적이라면, ‘남산의 부장들’은 차갑고 건조하다. 그는 ‘대부’처럼 누아르와 갱스터로 찍으면 재미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뉘앙스와 느낌, 인물의 에너지와 분위기를 참고했다. 원작의 제목을 지키고 싶었다. 흥분하지 않고 냉철하게 바라보는 원작의 시선을 따랐다.

“관객들이 내가 의도한대로 영화를 봐서 기분이 좋아요. 의도한 지점을 봐주고 있어요.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싶었죠. 들뜨지 않고 흥분하지 않고 차갑게. 그래서 더욱 더 긴장감이 생기죠. 내 메시지를 강조하고 싶지 않았어요. 인간의 내면을 파헤치고, 인물들의 감정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내부자들’ ‘마약왕’에 이어 ‘남산의 부장들’까지, 그는 권력의 밀실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이 많다. 권력자들은 우리와 무엇이 다를까. 깊숙하게 들어가면 크게 다른 것도 없다. 중앙정보부장(이병헌), 경호실장(이희준)이 박통(이성민)에게 과열 충성하듯, 일반인들도 경쟁과 질투에 휩싸여 살아간다. 권력자든, 아니든 감정의 근원은 비슷하다.

“정치적 편견을 거둬내고 영화를 관람한다면, 더 쉽게 볼 수 있어요. 저는 정치적 판단을 내리지 않았어요. 10.26은 개인간 감정. 균열, 파열음에서 비롯된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 감정은 충성, 배신, 존경, 사랑, 질투, 시기, 집착 등 경쟁사회에서 느낄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이었을 거예요. 거시적으로 조명하기 보다는 미시적으로 파고 들어갔죠. 중장년층은 기존에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르게 영화를 볼 거라고 생각해요. (보수적인) 태극기 부대도 이 영화를 재미있게 관람할 겁니다.”

미국 의회에서 박통의 독재를 폭로한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곽도원. 실존인물 김형욱)의 파리 실종사건이 벌어진지 20일만에 김규평(실존인물 김재규)이 박통을 저격한 사실이 흥미로웠다. 박용각을 살해할 정도로 충성을 다했던 김규평이 어떻게 그 짧은 시간에 박통을 저격할 수 있었는가. 충성이 어떻게 총성으로 바뀌었는지 의문으로 다가왔다.

“실제 둘은 선후배 사이죠. 영화에선 친구사이로 설정했어요. 둘 모두 1인자에 이용 당하고 버림 받는 인물이잖아요. 박용각과 김규평은 최후의 순간에 신발이 없어요. 데칼코마니 같은 거죠. 발을 보면서 인생의 허망함을 느끼게 되요. 양말을 보며 ‘무엇 때문에 이렇게까지 왔을까’를 생각하게 됩니다.”

음악도 긴장감을 끌어올리는데 한몫했다. 그는 미묘한 감정이 드러나길 바랐다. 조영욱 음악감독에게 “음악과 사운드과 대사 밑으로 들어오게 해달라”고 주문했다. 긴장감을 유지하되, 인물보다 앞서 나가면 안된다는 원칙을 세웠다. 볼륨 조절에 신경 썼다. 미묘하게 커졌다가 작아진다. 들릴 듯 말 듯, 귀를 기울이게 되는 효과를 노렸다.

1979년 10월 26일 김규평의 총소리는 역사의 물줄기를 바꿨다.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 중 하나다. 원작자는 “이 책은 역사의 백미러 같은 것”이라고 했다. 뒤를 봐야 앞으로 나갈 수 있다. 김규평의 저격이 권력욕에 사로잡힌 것인지, 자유민주주의를 위한 것인지, 진실이 과연 무엇인지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때 그 사람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우민호 감독이 던지는 질문이다.

[사진 =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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