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봉준호는?..주목받는 신작 영화감독들

박창영 2020. 1. 1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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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생 이충현 스릴러 '콜'
톡톡튀는 감각 발휘 기대
이제훈·박정민 스타로 키운
윤성현 감독은 '사냥의 시간'
'늑대소년' 조성희는 송중기와
260억 SF대작 '승리호' 내놔
2월 개봉하는 윤성현 감독 `사냥의 시간`(왼쪽), 배우 전종서·박신혜가 주연하는 이충현 감독 신작 `콜`.
봉준호 감독이 연일 한국영화 새 기록을 써나가는 요즈음, 충무로에선 한숨도 커지고 있다. 봉준호와 박찬욱, 최동훈에 나홍진까지 선배 감독이 흥행사로서 10년 넘게 명성을 이어가는 동안 뚜렷한 후발주자가 안 보인다는 것이다. 과연 1000만명씩 관객을 동원하면서도 각종 시상식을 휩쓰는 영화를 만드는 신세대 감독이 탄생할 것인가. 어쩌면 올해 개봉할 세 작품의 연출자들에게서 그 희망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이충현 감독(30)은 '90년생이 온다'의 영화감독판이라고 할 수 있다. 1990년생인 그는 독보적인 연출 스타일을 뽐내며 영화계에 혜성같이 등장했다. 입봉을 꿈꾸며 열심히 습작 중인 아마추어 감독이라면 안 본 사람이 없다는 '몸 값'(2015)을 통해서다. 중년 성매매남이 고등학생과 모텔에서 대화를 나누다 그녀의 과거 경험을 들어 화대를 깎으려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13분 분량을 단 한 번의 롱테이크로 찍어내는 실험을 하면서도,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을 갖췄다는 평가다. 2016년 제15회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액션 스릴러 부문인 '4만번의 구타' 최우수작품상을 탔다.

올여름께 개봉을 계획 중인 '콜'은 그의 상업영화 입봉작. 서로 다른 시간에 사는 두 여자가 한 통의 전화로 연결되며 펼쳐지는 스토리를 스릴러로 풀었다. 주연은 '피노키오' 박신혜와 '버닝'의 전종서로, 각각 미스터리한 이미지 연출에 일가견이 있는 두 배우가 맡았다. 이 감독을 일찍이 알아보고 지원해온 임승용 용필름 대표는 이 감독 장점을 묻자 "다른 예술인보다 많은 인원을 챙겨야 하고, 결정을 내려야 할 게 많은 영화감독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군"이라며 "이 감독은 스트레스를 안 받는 데 있어서 감독에 최적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야기를 잘 다루는 능력을 타고난 데다가 노력까지 한다"며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와 관객이 원하는 것의 접점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다"고 부연했다.

다음으로 소개할 감독은 이제훈과 박정민의 '공통분모'에 해당하는 사람이다. 윤성현 감독(38)은 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과정으로 찍은 '파수꾼'(2010)에 이들을 주연으로 캐스팅하며, 두 얼굴의 연기인생에 전환점을 만들었다. 두 배우는 한국 30대를 대표하는 남우가 됐지만, 인물의 감정을 촘촘한 체로 걸러서 보여주는 그의 연출을 다시 볼 기회가 좀체 없었다.

2월 개봉할 신작 '사냥의 시간'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윤 감독과 이제훈, 박정민이 오랜만에 의기투합했다. '기생충' 최우식, 드라마 '멜로가 체질' 안재홍 등 영화계 떠오르는 별들도 같이 나온다. 정체불명 추격자에게 쫓기는 네 친구의 심리묘사에 집중한 연출에 기대가 모인다.

조성희 감독(41)은 '늑대소년'(2012),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2016) 등 상업영화 경력이 탄탄하지만 여전히 잠재력이 주목받는 연출자다. '짐승의 끝'(2011)부터 위의 두 작품까지 그는 장편영화 세 편을 국내 1위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와 함께했다. 그 촉매제가 된 러닝타임 43분의 중편 '남매의 집'(2008)이 진정 괴물 같은 작품이었기에 가능했다. 집에 들어온 괴한 둘이 남매를 괴롭히는 수위를 점점 높여가면서 관객을 생존의 윤리라는 막다른 골목까지 몰아갔다. 2009년 미쟝센 단편영화제 대상과 절대악몽 최우수작품상을 받았다.

그가 다가오는 여름 극장에 선보일 '승리호'는 제작비 260억원이 투입된 공상과학(SF) 대작이다. 8년 전 조 감독과 함께 '늑대소년'을 찍으며 700만 관객 동원의 짜릿함을 맛본 송중기와 다시 손잡았다. 지구 멸망 위기가 다가오면서 우주로 탈출하려는 사람들 이야기를 다뤘다. 김태리, 유해진, 진선규 등도 출연한다.

한국영화는 2000년대 출중한 감독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황금기를 맞았지만, 바통을 넘겨받을 후배 연출자 육성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지적이 많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지금 한국영화 산업 구조는 돈 되는 사람만 대놓고 미는 시스템"이라며 "드러나 있는 인재만 키우는 건 인재 양성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그는 "봉준호 감독은 환경과 여건을 완전히 초월한 존재라고 할 수 있지만, 환경 요인이 갖춰졌을 때 빛나는 예술가도 분명 존재한다"며 "그들이 영화를 계속 만들 수 있도록 선배들이 힘을 보태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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