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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인터뷰] 하정우 "제가 가장 아끼는 제 영화요..?"

인세현 입력 2019.12.27.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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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 "제가 가장 아끼는 제 영화요..?"

‘백두산’(감독 이해준·김병서)은 예측 가능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재난영화다. 한반도를 초토화한 백두산 1차 폭발 이후, 더 큰 재난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모습을 그린다. 배우 하정우가 연기한 조인창은 이 고군분투의 선봉에 서는 인물이다. 북한이 미국에 넘기기로 한 핵 기폭제를 백두산 마그마방에 터뜨려 압력을 낮추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하지만 그는 비장하거나 심각하지 않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계획대로 되고 있다”는 말을 중얼거리는, 어수룩한 ‘영도력’을 갖춘 리더다. “조인창을 재난영화 속 단면적인 캐릭터로 만들지 않겠다고 처음부터 생각했죠.” 최근 서울 삼청로 한 카페에서 만난 하정우의 말이다.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가 연기하기는 훨씬 재미있어요. ‘백두산’의 조인창도 그랬죠. ‘백두산’은 재난영화로서 스토리라인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작품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그 안에서 움직이는 캐릭터는 다르게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상대적으로 사실주의 영화에 가까운 캐릭터를 만들었죠. 리준평(이병헌)과 농담을 던질 수 있는 틈을 마련하면서, 맞붙는 힘도 만들었어요.”

이와 같은 조인창은 하정우의 해석에 의해 탄생했다. 하정우는 “영화 ‘더 록’에서 배우 니콜라스 케이지가 연기한 닥터 스탠리 굿스 역을 인상 깊게 봤다”고 귀띔했다. 막중한 임무를 가지고 작전지역으로 가는 그가 수송기 안에서 다리를 떠는 장면이 기억에 깊이 남았다는 것이다. 하정우는 “조인창이라는 인물도 멋있기만 한 것이 아니라, 허술하고 당황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극대화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저는 인간적으로 허술해 보이면서 약간은 ‘마이너’한 느낌이 있는 캐릭터를 좋아해요. 연기 또한 그런 역할을 맡는 게 더 재미있고요. ‘신과함께’의 강림은 제게 어려운 캐릭터예요. ‘PMC : 더 벙커’의 에이헵도 마찬가지죠. 그런 캐릭터를 변주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어요. 그런데 ‘백두산’의 조인창이나 리준평 같은 경우는 표현할 수 있는 폭이 넓어요. 일하는 것이 즐겁죠.”

처음엔 영 서툰 모습만 보여주던 조인창은 여러 사건을 거치며 한 계단씩 성장한다. 하정우는 “관객도 작품 속 인물이 성장하길 바란다”며 “조인창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지점을 염두에 두고 연기에 임했다”고 말했다. 조인창의 성장에는 동행자인 리준평이 큰 영향을 끼친다. 하정우는 리준평 역을 맡아 긴밀하게 호흡을 맞췄던 배우 이병헌을 “좋은 선배이자 훌륭한 배우”라고 치켜세웠다. 

“이병헌 씨와 무거운 짐을 함께 지고 간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많이 의지했죠. 또 좋은 의미에서 연기 기계 같기도 해요. 매 장면을 촬영할 때마다 흐트러짐이 없어요. 열정과 힘이 대단한 분이세요. 아직도 20대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요. 영화를 보고 나서 기대했던 것 다 훨씬 좋은 호흡이 결과물에 담겼다는 생각을 했어요.”

작품 속 캐릭터가 사람과 사건을 만나고 겪으며 성장하듯, 작품 밖 하정우도 여러 작품과 관객을 만나며 이 자리에 도달했다. “참여한 영화 중 가장 아끼는 작품을 꼽아 달라”는 질문에 “성적을 떠나 당시 추억과 사연이 있기 때문에 단순히 순위를 매기긴 어렵다”고 조심스럽게 답한 하정우에게 질문을 바꿔 물었다. 오늘날 하정우가 있기까지의 성장점이 된 작품은 무엇일까. 그는 긴 답변을 내놨다.

“참여했던 작품마다 성장과 깨달음이 있었어요. 첫 터닝포인트는 관객에게 제가 배우임을 각인한 ‘추격자’였어요. 영화 ‘국가대표’를 통해서는 상업적인 성공을 거뒀고요. ‘황해’는 1년 동안 한 캐릭터에 몰입해 살면서 저의 한계를 볼 수 있었던 작품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큰 전환점이 됐죠. ‘군도’는 ‘다시 사극을 찍을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쉽지 않았던 작품이에요. ‘베를린’에선 처음으로 액션 연기를 소화했죠. ‘더 테러 라이브’에선 혼자 연기하며 극을 이끌어 가는 맛을 봤고요. ‘허삼관’은 감독과 주연을 동시에 맡아서, 다시는 두 가지를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작품이에요.(웃음) 영화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다시 한번 느끼기도 했고요. ‘허삼관’을 기점으로 새로운 페이지가 펼쳐졌어요. 덕분에 ‘암살’ ‘아가씨’ ‘1987’ ‘PMC : 더 벙커’ ‘신과함께’ 등의 작품에 열정을 가지고 임했죠. ‘백두산’은 기술적인 부분에서 할리우드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고, 컴퓨터 그래픽(CG)에 자부심을 충분히 가질만하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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