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서울경제

[팝컬처]대중문화 "I, 좋아"..자아 정체성 담은 영화·노래·책 흥행몰이

한민구 기자 입력 2019. 12. 19. 17:39

기사 도구 모음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영화 ‘겨울왕국2’ 스틸컷./사진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 ‘겨울왕국2’ 스틸컷./사진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서울경제] 겨울왕국2 ‘쇼 유어셀프’ BTS 자아찾기 메시지 등 복잡한 인간관계에 지친 현대인들의 정서 자극 “너를 보여줘/너의 힘 속으로 나아가/너 자신을 던져/새로운 세상으로/네가 그토록 기다려왔던 사람이 바로 너야/평생 동안/네 평생을/오, 너를 보여줘.”

영화 겨울왕국2 중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나오는 오리지널사운드트렉(OST) ‘쇼 유어셀프(Show Yourself)’의 가사 일부다. 주인공 엘사가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아가는 여정의 종지부를 장식한 곡은 19일 기준 가온차트 7위를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라는 메시지를 담은 곡이 관객들에게 설득력 있게 와 닿은 것이다. 영화는 지난 16일 개봉 4주 만에 1,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대중문화에서 ‘나’가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자아 찾기를 주제로 한 영화가 극장가에서 연이어 흥행하고 있으며, 자기 자신을 표현하라는 메시지를 담은 K팝은 전 세계에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출판계에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출간량이 많았고 독자도 이에 뜨거운 반응을 보냈다. 복잡한 인간관계에 지친 현대인들이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싶어하는 욕구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BTS가 지난 10월 29일 서울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러브 유어셀프:스피크 유어셀프’ 월드투어의 피날레 서울 공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중문화 중심으로 떠오른 ‘나’=“‘나를 사랑한다는 게 무엇인가’ 하고 생각하다 나도 몰라서 ‘같이 찾아보지 않을래’ 해서 시작된 여정이었습니다. ‘너를 사랑하느냐’고 물으면 아직 모르겠습니다.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Love Yourself, Speak Yourself)’는 여기서 끝이 납니다. 하지만 우리가 우리를 사랑하는 여정은 끝이 없어요. 같이 손잡고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10월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BTS 월드투어 공연 ‘러브 유어셀프 : 스피크 유어셀프 더 파이널’에서 BTS 멤버 RM은 이렇게 말했다. BTS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0월까지 던진 “스스로 사랑하고, 스스로 이야기하라”는 메시지는 전 세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아시아, 북남미, 유럽, 사우디아라비아 등 23개 도시에서 만난 약 206만명의 팬들은 그룹의 메시지에 호응하며 환호를 보냈다. 지난 4월 발매한 앨범 ‘맵 오브 더 솔: 페르소나’가 머리 스타인 교수의 ‘융의 영혼의 지도’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는 것이 알려지며 1998년 발간된 책이 미국 아마존에서 대중 심리학 분야 베스트셀러로 오르기도 했다. 카를 융은 개인을 강조하면서도 사회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 심리학자다. 스타인 교수는 “자신을 받아들이는 노력과 함께 주변 사람들의 페르소나도 수용해야 한다는 BTS의 메시지는 이 시대에 진정으로 필요한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난 지금 내가 좋아, 나는 나야”라는 가사를 담은 있지의 ‘달라달라’는 K팝 그룹 사상 최단기간 유튜브 1억 조회수를 돌파했으며 미국 음악매체 빌보드가 “세상에 나는 하나뿐”이라고 노래하는 걸그룹 마마무의 노래 ‘힙(HIP)’에 주목하기도 했다.

영화 ‘알라딘’ 스틸컷./사진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극장가에도 ‘나’를 주제로 한 영화가 연이어 사랑을 받았다. 지난 5월 개봉해 올해 국내 3번째 1,000만 영화로 등극한 ‘알라딘’은 과거 수동적으로 그려졌던 재스민 공주를 주체적인 캐릭터로 재탄생시켰다. “나는 절대 침묵하지 않는다”라는 가사로 영화의 메시지를 축약한 곡 ‘스피치리스(Speechless)’는 오랫동안 각종 음원차트에서 1위를 기록하는 등 큰 사랑을 받았다. 국내영화 중 사춘기 소녀가 자기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린 ‘벌새’도 1만 관객을 넘기 어려운 독립영화계에서 10만 관객을 돌파하는 성과를 낳았다.

출판계에서도 자기 자신을 주제로 한 책들이 인기를 끌었다. 교보문고는 지난 9일 ‘2019년 연간 도서판매 동향 및 베스트셀러 분석’을 발표하면서 올해의 키워드로 ‘오나나나(오롯이 나를 향한, 나에 의한, 나를 위한 삶)’를 선정했다. 올해 베스트셀러 1~3위를 모두 수필이 차지했기 때문이다. 일상과 가족,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로에서 자유로워지는 여행 경험을 쓴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가 1위,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 삶을 감상하는 법 등을 주제로 한 혜민 스님의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이 2위, 나로 살기 위해 고민해야 할 내용을 수록한 김수현의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가 3위에 올랐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타인의 이야기를 쓰는 소설보다 개인의 정서에 초점을 맞춘 수필이 인기를 끌었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인간관계는 복잡해졌지만 정서적 교감은 줄어든 상황 속에 나의 삶과 내면의 감정에 치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사진제공=교보문고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 나를 뒤돌아보는 시간 개인주의로 볼수 없어 좋은 관계의 출발점돼 ◇무수한 가면에 피곤, ‘나’ 떠올라=대중문화에서 ‘나’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이후부터다. 냉전 시대가 막을 내렸고 그동안 돌아보지 못했던 자신에게 솔직해지자는 흐름이 생겨났다. 전문가들은 최근 ‘나’를 주제로 한 콘텐츠가 대중문화 전반에서 다시 인기를 끄는 이유에 대해 복잡해진 사회 관계망을 꼽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총인구대비 SNS 사용자 비율은 85%로 일본(61%), 미국(70%)보다 높았다. 인터넷 사용자 한 명당 SNS 계정도 평균 6.3개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SNS가 발달하며 자아를 다양하게 연출하며 살아가야 하는 시대다. 자기 자신을 드러내고 사는 게 과거보다 복잡해졌다”며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게 어려운 세상이다 보니 이런 소박한 이야기가 설득력 있게 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성수 문화평론가도 “청소년기부터 무수한 경쟁과 네트워크 속에 살아가는 20·30대들은 정작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볼 시간이 없다”며 “강요된 역할 대신 진짜 중요한 것은 무엇이었는지 돌아보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고 말했다.

관계망이 복잡해진 만큼 오늘날 ‘나’에 대한 주목은 자기 자신으로 끝났던 과거와 달리 타인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김 평론가는 “본인이 특별하다는 메시지에서 멈춘 과거와 달리 지금은 개개인 모두 특별한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에 방점이 찍혀있다”며 “BTS, 펭수처럼 스스로 하나의 우주인 것을 인지하면서 나 외에도 수많은 우주가 존재하고 있음을 알고 이를 존중하자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도 “다양한 정체성이 생겨나고 존중받는 시대”라며 “자아를 돌아보는 일이 다른 사람과 더 좋은 관계로 나아가는 토대가 된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정리했다. /한민구기자 1min9@sedaily.com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카카오TV 오리지널

    더보기

    포토&TV

      투표

      이 시각 추천뉴스

      포토로 보는 연예